
중국이 주민들이 걸어서 15분 안에 식사와 장보기, 돌봄, 문화·여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15분 편민생활권(一刻钟便民生活圈)’을 올해 전국 1만 곳으로 확대한다. 대형 쇼핑몰 중심이었던 도시 소비구조를 동네 음식점과 전통시장, 소규모 생활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다.
중국 상무부가 최근 발표한 ‘도시 15분 편민생활권 건설 확대에 관한 업무 통지’에 따르면 각 지방정부는 2026년 안에 전국적으로 1만 개의 생활권을 조성한다는 목표 아래 사업 대상과 연도별 건설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은 2021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전국 시범지역을 지정하며 생활권 사업을 추진해 왔다.
15분 편민생활권은 주민이 거주지에서 도보로 약 15분 이내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 지역이다.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채소시장과 슈퍼마켓, 아침 식당, 동네 음식점, 세탁소, 미용실, 수리점, 약국, 택배 보관소, 노인 식당과 어린이 돌봄시설 등이 하나의 생활권 안에 들어선다.
중국 도시의 음식문화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대형 상업시설이나 배달 플랫폼에 의존하던 식생활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가까운 동네 시장과 음식점을 다시 찾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채소시장과 골목상권을 정비하면서 지역 특색 음식과 노포, 전통 식품을 생활권의 핵심 콘텐츠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정책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노인과 어린이를 위한 생활서비스다. 상무부는 노인 인구가 많고 상업시설 기반이 갖춰진 지역을 우선 선정해 ‘은발상업거리(银发金街)’와 ‘어린이 놀이생활권(童趣乐园)’을 조성하도록 했다. 노인을 위한 공동식당과 건강관리·생활지원 서비스를 확대하고, 어린이에게는 놀이와 교육, 돌봄이 결합된 공간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지역을 전면 철거한 뒤 새로 짓는 방식은 지양한다. 상무부는 지역 상황에 따라 소규모로 점진적인 시설 개선을 시행하고, 획일적인 개발이나 대규모 철거를 방지하라고 지시했다. 기존 음식점과 시장, 상점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시설과 서비스를 보완하겠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는 생활권 안에서 지역 특산품과 전통 브랜드, 우수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행사도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10월에는 제4회 ‘전국 15분 편민생활 서비스의 달’을 열어 국경절과 중양절에 맞춘 음식·문화·생활 행사를 진행한다. 전통시장 개선과 가전제품 교체, 디지털·스마트기기 구매 지원사업도 지역 생활권과 연계된다.
전문가들은 이 사업이 단순히 상점을 늘리는 정책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맞벌이 가정의 확대에 맞춰 주민의 식사와 돌봄, 여가생활을 지역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시의 생활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집 가까이에서 잘 먹고, 편리하게 생활하며, 이웃과 교류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중국의 15분 생활권 정책이 침체한 골목상권을 살리고 지역 고유의 음식문화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