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의 푸드칼럼] 발사믹 식초, 건강에 좋다는데 많이 먹을수록 좋을까?

건강에 좋다는 발사믹 식초, 어디까지 사실일까?

많이 먹으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이’가 아니라 ‘적당히’

사진제공: 모데나 발사믹 식초 보호 컨소시엄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발사믹 식초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샐러드에 뿌려 먹는 것은 물론이고 물에 희석해 마시거나, 혈당 관리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챙겨 먹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발사믹 식초는 많이 먹을수록 건강에 더 도움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는 않다.

 

발사믹 식초가 건강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완전히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식초의 주요 성분인 아세트산은 식후 혈당과 인슐린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임상시험들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식초를 식사와 함께 섭취했을 때 식후 혈당과 인슐린 반응이 다소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발사믹 식초 자체에 대해서도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항산화 활성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많이 먹을수록 효과가 커진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식초가 식욕과 포만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일부 단기 연구에서 포만감 증가와 식욕 감소가 관찰됐다. 그러나 장기간 반복해서 섭취했을 때 이러한 효과가 유지되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즉 식초가 식후 혈당이나 포만감에 일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만으로 섭취량을 두 배, 세 배로 늘리면 효과 역시 커진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과도한 섭취는 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다.

 

발사믹 식초 역시 산도가 높은 식품이다. 원액을 자주 마시거나 진한 농도로 반복해서 섭취하면 속쓰림이나 위장 불편감을 유발할 수 있으며, 평소 위산 역류 증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치아 건강도 생각해야 한다. 식초의 산성은 치아 법랑질을 침식시킬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실제 성인을 대상으로 8주간 식초 음료를 매일 섭취하게 한 무작위 시험에서도 식초 섭취군에서 치아의 침식성 마모와 관련된 변화가 관찰됐다. 식초를 건강 음료처럼 조금씩 오래 마시는 습관이 반드시 좋은 방법은 아닌 이유다.

 

발사믹 식초의 당류와 열량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발사믹 식초는 일반 양조식초와 만드는 방식이 다르다. 포도즙을 가열·농축하는 과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포도에 들어 있던 당과 여러 성분이 농축되거나 변화한다. 실제로 모데나 전통 발사믹 식초 DOP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숙성 과정에서 수분이 증발하면서 용질이 농축되고, 당 성분의 농도와 단맛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기간 숙성한 전통 발사믹 식초에서는 높은 당도와 진한 점도가 나타나는데, 이는 농축된 포도즙과 오랜 숙성 과정의 결과다.

 

모데나 발사믹 식초 IGP 역시 포도즙을 사용하며, 와인 식초를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다. 제품 규격상 환원당은 최소 110g/L로 정해져 있다. 즉 일반적인 양조식초처럼 당 성분이 거의 없는 식초와는 다르다. 특히 숙성 정도와 제품의 품질에 따라 단맛과 농축 정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건강을 위해 자주 또는 많은 양을 섭취한다면 제품의 영양성분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진제공: 모데나 발사믹 식초 보호 컨소시엄

그렇다면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여기에는 의외로 명확한 답이 없다. 지금까지 발사믹 식초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주로 성분이나 항산화 활성, 또는 식사에 곁들였을 때의 생리적 반응을 살펴본 것이며, 건강을 위해 매일 몇 ml를 섭취해야 하는지를 정한 임상 시험은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발사믹 식초를 건강식품처럼 정해진 양을 매일 마셔야 한다고 볼 근거도 없다.

 

오히려 모데나 전통 발사믹 식초 DOP를 분석한 이탈리아 연구에서는 포도당과 과당이 상당량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모데나 발사믹 식초 IGP 역시 일반 양조식초와 달리 포도즙을 농축해 만드는 과정에서 당 성분이 농축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굳이 원액을 물에 타서 많은 양을 마시기보다, 샐러드나 채소·생선 등에 조미료로 적당량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발사믹 식초를 약처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건강에 좋다는 식품을 만나면 ‘조금 좋다면 많이 먹으면 더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영양학에서는 이런 공식이 거의 성립하지 않는다. 특정 성분이 일정한 조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고 해서 섭취량을 계속 늘리는 것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발사믹 식초 역시 마찬가지다. 식후 혈당이나 포만감과 관련해 긍정적인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지만, 이것이 체중을 크게 줄여주거나 혈당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특별한 식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장기적인 체중 관리 효과는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발사믹 식초는 음식의 풍미를 살리면서 식초의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조미료다. 오늘 식탁에 올리는 것은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다만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이’가 아니라 ‘적당히’다. 그리고 이 원칙은 비단 발사믹 식초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에 적용되는, 아주 기본적인 원칙이다.

 

발사믹 식초도 결국 약이 아니라 음식이다. 건강은 특정 식품 하나가 아니라 다양한 음식을 균형 있게 먹는 식습관에서 만들어진다.

 

[이탈리아 전문 칼럼니스트]

김성욱 대표

(뽀모도로플러스39)

작성 2026.08.10 00:11 수정 2026.08.1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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