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극이나 광섬유를 머리에 직접 심지 않고도 외부 자기장 신호만으로 뇌 신경세포를 원격 조절하는 혁신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현실화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나노화학과 생명공학을 결합한 융합 연구로 나노의학의 새 지평을 연 천진우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특훈교수(기초과학연구원 나노의학 연구단장)를 올해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이번 포상에서 천 교수는 대통령상과 함께 3억 원의 상금을 받았다.
사람의 뇌는 1,000억 개에 달하는 신경세포와 고도로 복잡하게 얽힌 신경 회로망으로 구성된다. 기억, 감정, 정서, 판단 등 모든 인지 활동은 세포 간 전기·화학적 신호 전달을 통해 이뤄진다. 이 때문에 특정 신경세포의 이상 발화나 회로 손상으로 발생하는 파킨슨병, 우울증, 알츠하이머 등 난치성 뇌 질환을 극복하려면 무수히 많은 세포 중 원하는 개체만 선별해 정밀하게 조절하는 기술이 필수적 과제로 꼽혀왔다.
기존의 뇌 기능 조절 방식인 광유전학이나 뇌 deep stimulation(뇌심부자극술)은 뇌조직에 신호 전달용 전극 선이나 광섬유를 침습적으로 삽입해야 하는 치명적 한계가 존재했다. 이는 물리적 뇌 손상을 유발하거나 감염 위험을 높이며, 장기적 사용 시 생체 적합성 문제를 야기했다.
천 교수 연구진이 제시한 해법은 바로 '나노 자기유전학(nano-magnetogenetics)'이다. 연구진은 외부 자기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정 이온 채널 단백질을 유전공학 기술로 설계해 목적하는 뇌 신경세포에만 발현하도록 유도했다. 이후 두피 외부에서 자기장을 투과하면 해당 이온 채널이 열리면서 세포 내외의 이온 교환이 일어나고, 특정 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활성화되거나 억제된다. 체외에서 정밀한 자기장 스위치로 뇌 내부 세포를 무선으로 켜고 끄는 제어 구조를 완성한 것이다.
이 기술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비침습적 무선성'과 '세포 단위 선택성'을 동시에 달성한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는다. 무선 원격 조절이 실현됨에 따라 살아있는 동물의 자연스러운 행동 상태에서도 뇌 회로의 작용 기전을 실시간 관측 및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술이 비침습적 뇌 질환 치료법 개발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뇌에 직접적인 수술을 가하지 않고도 외래 치료 방식으로 질환 관련 신경 회로만 정상화하는 정밀 치료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특정 뇌 회로가 어떠한 감정이나 질환을 유발하는지 밝혀내는 '정밀 뇌 회로 지도' 구축 속도도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천 교수는 2015년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 연구단을 창설하고 지난해에는 독일 막스플랑크 국제연구센터를 유치하는 등 대한민국을 세계 나노의학 연구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번 수상은 국내 나노의학 연구 수준이 세계적 반열에 올랐음을 다시 한번 입증한 계기가 되었다.
천진우 교수가 개발한 나노 자기유전학 기술은 기존 침습적 뇌 조절 방식의 위험성을 완벽히 극복하고, 자기장을 통해 세포 단위의 정밀 무선 제어를 성공시킨 독보적 성과이다. 이는 BCI 인프라 확충과 난치성 뇌 질환 치료 패러다임 전환에 결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민국 나노의학 분야의 세계적 입지를 확립한 이번 연구는 향후 의료·바이오 산업 전반에 파급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