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제도를 몰랐거나 신청할 여력이 없어 지원받지 못했던 사람을 국가가 먼저 찾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회보장기본법」, 「사회보장급여법」, 「아동수당법」, 「기초연금법」, 「장애인연금법」,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등 이른바 ‘신청주의 개선 6법’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핵심은 국민이 먼저 신청해야 받을 수 있었던 복지급여의 신청주의 원칙을 완화하고, 국가와 지방정부가 수급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먼저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신청하지 않으면 못 받던 복지, 무엇이 달라지나
현행 복지급여는 기본적으로 당사자가 신청해야 지급되는 ‘신청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받을 자격이 있더라도 제도를 알지 못하거나 신청하지 못하면 지원에서 빠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 개정으로 국가가 보유한 정보를 활용해 복지급여 수급 자격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국민이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조사와 지급이 가능해진다.
대표적인 것이 아동수당과 부모급여, 첫만남이용권이다. 출생과 동시에 수급 자격을 확인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급여는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지급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정부는 10월 2일 후속 안내에서도 “제도를 모르거나 신청하지 않아도 놓치지 않도록” 복지급여 신청 방식을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도 신청 절차를 줄인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기초연금 수급희망 이력관리 대상자 가운데 수급 가능성이 확인된 약 3만4천 명에 대해 신청한 것으로 간주해 수급 자격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살시도자 등 위기가구, 공무원이 직권신청 가능
이번 개정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위기가구에 대한 직권신청 확대다.
현재는 지원 대상자가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 상태인 경우 등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담당 공무원이 당사자의 동의 없이 복지급여를 직권신청할 수 있다. 금융재산 조사가 필요한 생계·의료급여 등에는 적용하기 어려워 실제 위기가구를 신속하게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개정법은 직권신청 대상 범위를 넓힌다.
보건복지부는 자살시도자, 긴급지원을 받은 뒤에도 위기 상황이 해소되지 않은 사람 등 위기 상황에 처해 생계유지가 곤란한 사람에 대해서는 담당 공무원이 일정한 요건 아래 당사자 동의 없이 복지급여를 직권신청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필요한 경우 금융·신용·보험정보도 관련 절차에 따라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적극적인 직권신청을 뒷받침하기 위해 담당 공무원의 면책과 포상 등 인센티브에 관한 근거도 마련됐다.
‘왜 신청하지 않았나’에서 ‘왜 발견하지 못했나’로
이번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이 모두 지원 자격이 없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질병과 실직, 경제적 어려움, 돌봄 공백과 사회적 고립이 한꺼번에 닥치면 자신에게 필요한 복지제도를 찾아보고 행정기관을 방문해 신청하는 일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자살시도자처럼 이미 심각한 위기 신호가 확인된 사람에게 다시 “필요한 복지를 직접 신청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도 이번 개정이 던지는 중요한 질문이다.
복지행정의 질문이 “왜 신청하지 않았습니까?”에서 “우리가 먼저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까?”로 이동하는 것이다.
국회 통과와 시행은 다르다
다만 이번 제도가 이미 전면 시행된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10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6개 법률 개정안이 의결된 단계다. 개정법은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 절차를 거쳐 공포 후 3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정부는 시행 전까지 하위법령 개정과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개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법이 바뀐다고 복지 사각지대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위기 신호를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담당 공무원이 필요한 지원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연결하며, 복지·보건·정신건강 등 여러 안전망이 실제 한 사람에게 연결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신청서를 기다리는 복지에서 사람을 먼저 발견하는 복지로.
복지의 마지막 기준은 제도가 얼마나 많이 만들어졌느냐가 아니라, 가장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그 제도가 사람에게 실제로 닿았느냐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