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의 몸에서 멍이나 상처가 발견됐다. 보호자는 “놀다가 다쳤다”고 설명한다. 의료진은 상처를 치료하고 돌려보내면 될까.
아동학대는 언제나 명확한 모습으로 병원을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보호자의 설명과 맞지 않는 상처, 반복되는 부상, 치료가 늦어진 흔적처럼 작은 이상 징후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특히 자신의 피해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유아나 장애아동에게 병원은 학대를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접점이다.
보건복지부는 9월 30일 「아이의 신호를 놓치지 말아주세요, 아동학대 전담의료기관 지원 강화한다」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했다.
병원은 치료만 하는 곳이 아니다
아동학대 대응에서 의료기관의 역할은 다친 아이를 치료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진료 과정에서 아이의 신체·정신 상태를 살피고 학대가 의심되는 징후를 발견하는 것은 피해아동을 보호체계로 연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아동학대 전담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이유도 의료진이 학대 징후를 보다 전문적으로 살피고, 피해아동에 대한 의료적 판단과 치료가 아동보호체계와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올해 4월 2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에서도 의료·보육·교육 현장을 통한 위기아동 조기발견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말 못하는 아이일수록 ‘누군가의 발견’이 필요하다
정부가 올해 특히 주목한 대상은 영유아와 장애아동이다.
영유아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장애 특성에 따라 의사표현이나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아동도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5월부터 e아동행복지원사업을 통해 발굴된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은 6세 이하 아동 약 5만8천 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진했다.
영유아 건강검진 과정에서도 의료진이 아동 신체의 외상 등 이상 여부를 세밀하게 관찰하도록 하는 내용이 대책에 포함됐다.
후속 조치도 이어졌다. 정부는 1차 조사에서 3만855명을 확인해 8,807명에게 복지서비스를 연계했으며, 4명은 아동학대 신고, 199명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위험 가능성이 있는 아이를 찾아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복지·보호·수사체계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의료인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의료기관의 역할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현행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의료기관의 장과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인 및 의료기사 등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포함하고 있다.
신고 기준도 중요하다.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뿐 아니라 ‘의심이 있는 경우’에도 즉시 신고해야 한다.
따라서 의료진이 직접 학대 여부를 확정한 뒤 신고하는 구조가 아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아동학대 신고전화는 112다.
“확실하지 않아서 신고하지 않았다”가 위험한 이유
멍 하나만으로 학대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아이의 행동이 평소와 다르다고 해서 곧바로 학대라고 판단할 수도 없다.
그러나 신고의무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학대 여부에 대한 최종 판정이 아니다.
학대가 의심되는 신호를 발견했을 때 이를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이후 실제 학대 여부에 대한 조사와 판단은 관계기관이 담당한다.
이 원칙은 의료기관뿐 아니라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사회복지시설 등 아이들을 일상적으로 만나는 현장에서도 중요하다.
정부가 의료기관을 위기아동 조기발견의 중요한 접점으로 보는 이유도 아이가 직접 “도와주세요”라고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의 상처는 때로 말보다 먼저 신호를 보낸다
아동학대 대응은 사건이 발생한 뒤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피해가 반복되기 전에 발견하고 아이를 안전한 보호체계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영유아와 장애아동처럼 스스로 피해 사실을 알리기 어려운 아이에게는 의료진과 교사, 보육교직원,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 주변 어른들의 관찰이 구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병원에서 발견한 작은 멍 하나가 단순한 상처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반복되는 상처와 설명되지 않는 흔적이라면 다르게 살펴봐야 한다.
아이가 말하지 못할 때, 상처가 먼저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 아동학대 조기발견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자료: 보건복지부 「아이의 신호를 놓치지 말아주세요, 아동학대 전담의료기관 지원 강화한다」(2026.9.30.), 관계부처 합동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2026.4.22.), 국가법령정보센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