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내 요리에는 핑크가 있다
사람들은 가끔 내게 묻는다.
“왜 그렇게 핑크를 좋아하세요?”
나는 그 질문을 들으면 먼저 웃는다.
왜냐하면 나도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오래 좋아해왔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핑크색 리본이 좋았고,
꽃무늬 그릇이 좋았고,
분홍색 작은 소품만 보아도 눈길이 갔다.
무엇인가 부드럽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느낌.
나는 그 분위기가 좋았다.
처음에는 그냥 취향이었다.
그런데 요리를 오래 하고,
전문적으로 배우고,
한식을 내 방식대로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해온 핑크는 단순한 색이 아니라 내가 사람과 음식을 바라보는 방식과 닮아 있었다.
한식을 배우기 전에는 핑크와 한식이 잘 어울릴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한식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색이 따로 있었다.
푸른 나물.
붉은 고추.
노란 달걀지단.
하얀 밥.
검은깨.
간장 양념의 깊은 갈색.
된장의 구수한 빛.
한식은 이미 그 자체로 아름다운 색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전문적으로 한식을 공부하면서 나는 한 가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색을 음식에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
무조건 핑크색을 많이 넣는 것이 답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렇게 하면 음식의 본래 모습이 사라질 수도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색을 더하는 것보다 어떻게 조화롭게 섞을 것인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핑크색 접시가 눈에 들어왔다.
예쁜 꽃무늬 그릇도 좋았다.
그런데 실제로 음식을 담아보면 생각처럼 잘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붉은 양념의 음식과 지나치게 화려한 핑크 접시가 만나면 오히려 음식이 묻혔다.
반대로 담백한 한식에는 아주 연한 분홍빛 그릇이 은은하게 어울리기도 했다.
나는 그 차이를 하나씩 알아갔다.
좋아한다고 해서 무조건 많이 쓰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핑크를 좋아하는 마음에도 절제가 필요했다.
조금.
아주 조금.
접시 테두리에 한 줄.
냅킨 한 장.
꽃 한 송이.
작은 고명.
그 정도만 있어도 충분했다.
나는 그 사실을 배우면서 오히려 핑크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많이 보여주지 않아도 존재감이 있었다.
한 접시 안에 작은 분홍빛 하나만 들어가도 전체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그게 참 좋았다.
어느 날 흰 접시에 한식을 담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초록과 갈색이 많은 음식이었다.
맛은 좋았고,
구성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내 눈에는 조금 무겁게 보였다.
나는 한참 고민하다가 아주 작은 분홍색 꽃잎 하나를 곁들였다.
정말 작은 변화였다.
그런데 접시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음식이 갑자기 화려해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부드러워졌다.
그 순간 알았다.
내가 원하는 핑크는 눈에 띄는 색이 아니라 음식의 표정을 조금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색이었다.
그 뒤부터 나는 내 요리 안에서 핑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
맛을 가리는 색이 아니라 음식을 살려주는 색.
전통 한식의 흐름을 깨지 않으면서도 내 취향이 아주 조용히 남는 정도.
그것이 좋았다.
사람들은 가끔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려면 아주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하지 않는 기술.
처음 보는 재료.
아주 강한 색.
눈에 확 띄는 장식.
나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스타일은 갑자기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좋아해온 것이 자연스럽게 반복되면서 생기는 것 같다.
나는 오래전부터 핑크를 좋아했다.
꽃을 좋아했고,
예쁜 그릇을 좋아했고,
음식을 가지런히 담는 것을 좋아했다.
가족이 기분 좋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아했다.
그것들이 오래 쌓이면서 내 요리의 분위기가 되었다.
내가 핑크를 좋아한다고 해서 음식이 늘 달콤하거나 귀엽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식에는 깊고 묵직한 맛도 있다.
장맛.
육수 맛.
오랜 시간 익힌 음식의 맛.
나는 그런 한식의 깊이를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더더욱 겉모습만 가볍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전통 한식의 깊은 맛을 지키면서도 보는 순간 마음이 조금 따뜻해지는 접시였다.
예를 들어 나물 한 접시를 담을 때도 그랬다.
재료의 초록색을 살리고,
깨와 고명의 양을 조절하고,
그릇에 너무 꽉 채우지 않았다.
때로는 옅은 분홍빛 접시를 사용했다.
그러면 나물의 초록색이 더 살아났다.
나는 그 조합을 참 좋아했다.
핑크가 한식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식의 색을 더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통 음식에도 작은 변화를 주고 싶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변화에는 늘 기준이 필요했다.
‘이 음식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 질문을 먼저 했다.
맛을 바꾸어야 하는지,
담는 방식만 바꾸어도 되는지,
아니면 그냥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은지.
때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선택도 했다.
그것이 전통을 존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한식을 현대적으로 표현한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현대적으로 보이기 위해 본래의 맛을 지나치게 바꾸는 것은 내 방식과 맞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한 맛은 지키고,
그릇과 여백,
색의 균형,
식탁의 분위기를 바꾸는 쪽이 좋았다.
그것이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변화였다.
어쩌면 내 요리의 핑크는 음식보다 공간에 더 많이 있을지도 모른다.
부드러운 핑크빛 꽃.
작은 냅킨.
따뜻한 색의 조명.
은은한 꽃무늬 그릇.
그리고 식탁 위의 작은 리본.
그런 것들이 음식을 둘러싼 분위기를 만든다.
음식은 맛으로 기억되지만 공간의 느낌과 함께 기억되기도 한다.
나는 그 전체적인 경험을 좋아했다.
가족의 식탁을 차리던 시절부터 나는 분위기에 민감했다.
반찬이 많지 않아도 예쁜 그릇에 담으면 마음이 달라졌다.
꽃 한 송이가 있으면 저녁이 조금 특별해졌다.
아이도 그 차이를 알아보았다.
“오늘 예쁘다.”
그 말이 좋았다.
맛있다는 말과 조금 다른 기쁨이었다.
음식이 배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기분까지 바꿔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내 요리에서 색을 중요하게 본다.
맛이 가장 먼저다.
그다음은 사람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색과 모양을 본다.
이 순서는 꽤 중요하다.
아무리 예쁜 음식도 맛이 없으면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반대로 아주 맛있는 음식이라도 조금 더 정갈하게 담으면 사람의 마음이 더 쉽게 열린다.
나는 그 둘을 함께 가져가고 싶다.
한식대가라는 이름을 얻은 뒤에는 내 스타일을 표현하는 일이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다.
누군가는 내가 만든 음식을 보고 한식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보여주는 것만큼 한식 자체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했다.
나는 그 책임을 생각한다.
전통을 무겁게만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꾸며 본래의 모습을 가리고 싶지도 않다.
그 사이에서 나만의 균형을 찾고 있다.
핑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때로는 아주 여성스럽고 귀여운 이미지부터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내게 핑크는 귀여움만 의미하지 않는다.
따뜻함.
정성.
부드러운 배려.
기분 좋은 여유.
나는 그런 감정을 핑크에서 느낀다.
그래서 내 음식에도 그런 마음이 있었으면 한다.
누군가 내 음식을 먹었을 때
‘예쁘다.’
보다 먼저
‘맛있다.’
라고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다음
‘참 따뜻하다.’
라고 느껴주면 더 좋다.
마지막으로 접시를 보면서
‘심경은다운 느낌이 있네.’
라고 말해준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한동안 나는 다른 사람의 플레이팅을 많이 보았다.
멋진 셰프들의 접시.
화려한 레스토랑의 음식.
정교하게 만들어진 디저트.
볼 때마다 감탄했다.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
따라 해보기도 했다.
그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내 취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차갑고 완벽한 접시보다 조금 따뜻한 느낌의 접시를 좋아했다.
너무 많은 장식보다는 음식이 먼저 보이는 접시가 좋았다.
그리고 어딘가에 작은 사랑스러움이 남아 있는 것이 좋았다.
그게 나였다.
나도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돈된 사람은 아니다.
조금 부드럽고,
조금 따뜻하고,
가끔은 핑크색 하나에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그래서 내 요리도 나와 닮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요리하는 사람의 성격은 접시에 조금씩 드러나는 것 같다.
누군가는 아주 정교하고 절제된 요리를 만든다.
누군가는 대담하고 강렬하다.
누군가는 편안하고 소박하다.
나는 아마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쪽에 가까울 것이다.
그것이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그것이 내 요리의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전문가가 되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조금 숨겨야 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너무 핑크를 좋아하면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
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 전문적인 한식과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전문성은 취향을 없애는 것이 아니었다.
기본을 알고,
정확한 기술을 갖추고,
그 위에 나만의 표현을 올리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굳이 다른 사람처럼 보일 필요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 이해하고,
어디까지 사용할지 알고,
음식과 조화를 이루도록 표현하면 됐다.
그것이 오히려 오래 갈 수 있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의 접시를 볼 때도 같은 생각을 한다.
같은 음식을 만들어도 모두 조금씩 다르다.
어떤 학생은 색을 과감하게 사용하고,
어떤 학생은 아주 단정하게 담는다.
나는 그 차이가 재미있다.
기본을 제대로 지킨다면 그다음에는 자신의 감각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가끔 학생들에게 묻는다.
“너는 어떤 접시를 좋아해?”
처음에는 학생들이 조금 당황한다.
정답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향에는 정답이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는 것도 요리 공부의 일부다.

내게는 그 답이 핑크였다.
정확히는 핑크가 가진 분위기였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사람의 마음을 조금 설레게 하는 느낌.
그래서 내 요리에는 보이지 않아도 핑크가 있다.
실제로 분홍색 재료가 하나도 없는 접시에도 있을 수 있다.
먹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한 번 더 예쁘게 담아주고 싶은 정성.
한 끼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
그것이 내게는 핑크다.
나는 전통 한식을 좋아한다.
그 안에는 오래 살아온 사람들의 지혜가 있고,
계절이 있고,
가족의 기억이 있다.
그 깊은 음식에 내가 가진 작은 감성을 더하는 것이 즐겁다.
전통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와 만나게 하는 것.
그 과정에서 내 요리도 조금씩 자라고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색을 찾는 데 오래 걸린다.
나도 그랬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내 요리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늦게 알았다.
우리는 너무 가까이에 있는 것을 특별하게 보지 못할 때가 있다.
늘 좋아해온 것.
자꾸 손이 가는 것.
반복해서 선택하는 것.
그 안에 자신의 스타일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 취향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물론 공부한다.
새로운 것을 보고,
다른 스타일도 배우고,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내 방식으로 돌아온다.
따뜻한 맛.
정갈한 한식.
부드러운 색.
작은 꽃.
그리고 너무 과하지 않은 핑크 한스푼.
그것이 편하다.
그것이 나답다.
한식대가가 되고 나서도 나는 계속 내 요리를 찾고 있다.
타이틀 하나로 스타일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 만든 접시와 내일 만든 접시가 조금씩 다르다.
계절이 바뀌면 재료가 달라지고,
내 생각도 변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맛을 먼저 보는 태도.
그리고 작은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것.
나는 그것이 내 요리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한 접시를 완성하고 마지막으로 바라볼 때 묻는다.
‘맛은 괜찮은가.’
‘먹기 편한가.’
‘음식의 색이 잘 살아 있는가.’
그리고 아주 마지막에 묻는다.
‘나답나?’
그 질문에 조금이라도 ‘응’이라는 답이 나오면 기분이 좋다.
어린 시절의 경은이는 핑크색 리본 하나만으로 행복했다
.
젊은 경은이는 가족의 식탁에 작은 꽃 한 송이를 놓았다.
다시 학생이 된 경은이는 접시의 색과 여백을 배웠다.
한식대가가 된 지금의 나는 그 모든 시간을 한 접시에 담으려고 한다.
그러니 어쩌면 내 요리에 핑크가 들어가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 색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와 함께 있었으니까.
나는 앞으로도 한식을 더 깊이 배우고 싶다.
옛 음식도 공부하고,
지역의 음식도 만나고,
지금의 사람들에게 한식을 어떻게 더 아름답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싶다.
그 과정에서도 내 색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나답게.
정확하면서도 따뜻하게.
고급스럽지만 어렵지 않게.
나는 그런 한식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내 요리를 먹는 사람이 아주 작은 행복을 느낀다면 좋겠다.
“맛있다.”
그 한마디 뒤에 작은 미소가 따라오면 된다.
그것이 내가 핑크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핑크는 나에게 행복한 표정을 떠올리게 하니까.
내 요리에는 핑크가 있다.
항상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접시에,
때로는 꽃에,
때로는 식탁의 작은 소품에 있다.
그리고 가장 많이 있는 곳은 아마 마음일 것이다.
사람을 조금 더 따뜻하게 먹이고 싶은 마음.
그것이 내가 앞으로도 놓치고 싶지 않은 나만의 핑크다.
경은의 한마디
“내게 핑크는 단순한 색이 아니다. 맛있는 한 끼에 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을 한스푼 더하고 싶은 마음이다.”
오늘의 핑크 한스푼
오늘은 내가 오래 좋아해온 것을 하나 떠올려보세요.
색이어도 좋고,
그릇이어도 좋고,
꽃이나 음악,
작은 습관이어도 좋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세요.
‘이 취향에는 어떤 나의 마음이 들어 있을까?’
남들과 다르다고 숨기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 이해하고 삶에 자연스럽게 담는 것이 나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첫걸음일 수 있습니다.
오늘의 식탁이나 일상에 내가 좋아하는 색 하나를 조용히 더해보세요.
나답게 살아가는 작은 취향을 한스푼 더하는 것.
그 한스푼이 평범한 하루를 조금 더 나답고 사랑스럽게 만들어줄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