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세 이상 면허 갱신 3년·교통안전교육 의무…나이보다 운전능력 살펴야
- 면허 반납만으로 해결 어려워…농어촌·대중교통 취약지역 이동대책 병행해야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가 전체 운전자 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5년 23.7%로 높아졌다. 이들 사고로 발생한 사망자는 전체 운전자 사고 사망자의 33.1%를 차지했다.
고령 운전자 사고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안전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다만 나이만을 기준으로 운전 중단을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개인별 운전능력을 점검하고 위험한 운전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운전을 그만둬도 병원과 시장·복지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대체 이동수단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고령 운전자 사고 4만5873건…1년 새 비중 2.1%포인트 상승
국가데이터처의 ‘202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경찰에 접수된 전체 운전자 교통사고 가운데 65세 이상 운전자 사고는 4만5873건이었다. 전체 운전자 사고의 23.7%로, 2024년 21.6%보다 2.1%포인트 높아졌다.
고령 운전자 사고로 발생한 사망자는 843명으로 전체 운전자 사고 사망자의 33.1%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82명 늘었고 전체 사망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2%에서 2.9%포인트 상승했다.
부상자는 6만3640명으로 전체 운전자 사고 부상자의 23.4%였다. 이 비중도 전년보다 1.9%포인트 높아졌다.
여기서 33.1%는 ‘고령 운전자 3명 중 1명이 사고로 사망했다’는 뜻이 아니다. 2025년 전체 운전자 사고 사망자 가운데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로 발생한 사망자의 비중이다.
운전자 본인만을 집계한 수치도 아니다.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로 숨진 운전자와 동승자, 상대 차량 탑승자, 보행자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사고 비중만으로 개인의 위험을 단정할 수 없어
고령 운전자 사고 비중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이 수치만으로 모든 고령 운전자가 다른 연령대보다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통계는 전체 운전자 사고 가운데 고령 운전자 사고가 차지한 비율을 보여준다. 고령 운전자의 면허 보유자 수, 실제 운전한 거리와 시간, 도로 종류 등을 동일한 조건으로 맞춰 개인별 사고 위험을 비교한 지표는 아니다.
고령인구가 늘고 면허를 유지한 고령자가 많아지면 전체 사고에서 고령 운전자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실제 운전능력 저하나 위험한 도로환경이 사고 증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이 통계만으로 분리해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고 비중의 상승은 고령 운전자 안전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신호로 해석하되, 연령만으로 개인의 운전능력을 판단하는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사고가 나면 사망으로 이어지는 비율 더 높아
주목해야 할 지표는 사고의 치사율이다. 치사율은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를 뜻한다.
2025년 65세 이상 운전자 사고의 치사율은 1.8%로 전체 운전자 사고 치사율 1.3%보다 0.5%포인트 높았다. 고령 운전자 사고는 사고 발생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사고가 중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대책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치사율 차이의 원인을 고령 운전자의 운전능력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차량의 안전장치, 도로 형태, 운전 시간대, 사고 상대방, 안전띠 착용 여부 등 여러 요인이 사망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고령자는 신체적으로 충격에 취약해 같은 사고를 당해도 중상을 입을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운전자의 실수를 줄이는 대책과 함께 차량·도로·응급의료체계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75세 이상은 3년마다 갱신…교통안전교육도 의무
현재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 갱신 주기는 연령에 따라 다르다.
면허 갱신일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75세 미만은 5년, 75세 이상은 3년 주기가 적용된다. 제1종 면허 소지자와 갱신기간에 70세 이상인 제2종 면허 소지자는 정기 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
75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새로 받거나 갱신하려면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교육도 이수해야 한다. 교육에서는 기억력과 판단능력 등 인지능력에 따른 안전운전 방법을 다룬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은 교육과 면허 갱신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일정 연령이 됐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운전능력을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같은 나이라도 시력과 청력, 인지기능, 반응속도, 질환과 복용약, 평소 운전 거리와 도로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도 개선도 모든 고령자의 운전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실제 운전능력과 위험요인을 더 세밀하게 확인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운전을 계속한다면 무엇을 점검해야 하나
본인과 가족은 사고가 발생한 뒤가 아니라 운전을 계속해도 되는지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 교통신호나 표지판을 뒤늦게 발견하는 일이 잦아졌는지
▲ 차선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주차 중 접촉이 반복되는지
▲ 익숙한 길에서도 방향을 혼동하거나 길을 잃는지
▲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순간적으로 혼동한 적이 있는지
▲ 야간이나 비 오는 날 앞이 잘 보이지 않는지
▲ 뒤를 돌아보거나 고개를 움직이는 데 어려움이 있는지
▲ 졸림·어지럼·저혈당을 일으킬 수 있는 약을 복용하는지
▲ 가족이나 동승자가 운전 습관의 변화를 반복해서 지적하는지
이런 변화가 한 번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운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같은 문제가 반복되거나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 있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고 시력·인지기능·복용약·신체기능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당장 운전을 완전히 그만두기 어렵다면 야간과 장거리 운전, 고속도로, 낯선 길, 혼잡시간대 운전을 줄이고 익숙한 가까운 거리부터 제한하는 방법을 가족과 논의할 수 있다. 이는 법률상 일괄적인 운전 제한이 아니라 개인이 위험을 줄이기 위한 생활상의 선택이다.
면허 반납만 권하면 이동권 문제 남아
여러 지방정부가 고령자의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 대상 연령과 교통카드·지역화폐 등의 혜택은 지역마다 다르다.
서울시는 서울에 주민등록을 둔 70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자진반납하면 선불 교통카드를 지원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전국 공통 기준이 아니라 서울시 사업이다.
면허 반납은 운전이 불안한 고령자에게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버스 노선이 적거나 병원과 생활시설이 멀리 떨어진 농어촌에서는 운전 중단이 곧 이동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료와 장보기, 가족 방문, 사회활동에 필요한 이동수단이 없다면 면허를 반납하기 어렵다. 운전 중단 뒤 외출과 사회관계가 줄어드는 문제도 함께 살펴야 한다.
따라서 자진반납 지원은 일회성 교통비 지급에 그치지 않고 수요응답형 교통수단, 마을버스, 이동지원 차량, 택시 지원, 병원·복지시설 셔틀 등 지역별 대체교통과 연결돼야 한다.
도로와 차량도 고령 운전자에게 맞게 바꿔야
사고 예방 책임을 운전자 개인에게만 돌려서도 안 된다.
글씨가 작거나 복잡한 표지판, 짧은 신호시간, 어두운 교차로, 갑작스러운 차선 변경을 요구하는 도로는 시력과 반응속도가 떨어진 운전자에게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고령 운전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교차로 조명과 안내표지 개선, 보호 좌회전 확대, 차선 시인성 강화, 위험구간 제한속도 조정 등을 사고자료와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차량을 바꿀 때는 자동긴급제동, 차로이탈 경고, 후측방 충돌 경고, 주차 보조 등 운전자의 실수를 보완하는 안전장치가 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안전장치가 운전자의 주의나 운전능력 점검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연령 아닌 위험도, 반납 아닌 이동대책 함께 봐야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려면 세 가지 방향이 함께 가야 한다.
▲ 개인별 운전능력 점검 강화
달력상 나이만이 아니라 시력·인지기능·신체기능·질환·복용약과 실제 운전행동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 사고가 많은 도로와 차량환경 개선
운전자의 실수를 줄이고 사고가 발생해도 사망과 중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도로와 차량의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
▲ 운전 중단 이후 이동권 보장
면허를 반납한 고령자가 진료·장보기·복지서비스 이용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역별 대체교통을 마련해야 한다.
2025년 통계는 고령 운전자 사고가 전체 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결책은 고령자를 일률적으로 도로에서 배제하는 데 있지 않다. 위험한 운전은 더 정확히 가려내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운전을 중단해도 일상이 끊기지 않는 교통환경을 만드는 것이 함께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