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6일 개봉한 영화 《인턴》은 30여 년간 직장생활을 마친 37년 차 경력자 기호(최민식)가 패션 스타트업에 ‘실버 인턴’으로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젊은 CEO 선우(한소희)와 37년 경력의 인턴이라는 이색적인 관계를 통해 세대와 직급을 넘어선 협업을 보여준다.

영화의 설정은 흥미롭지만, 현실에서 던지는 질문은 가볍지 않다.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쌓은 경력은 은퇴와 함께 끝나는 것인가.”
통계청의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 고령층 인구는 1,644만7천 명이며, 이 가운데 69.4%가 앞으로도 계속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희망하는 평균 근로 연령은 73.4세였다.
하지만 오래 일한 직장에서의 경력이 새로운 일자리로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
조사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52.9세였다. 퇴직 이유로는 사업 부진·조업 중단·휴·폐업이 25.0%로 가장 많았고 건강 문제 22.4%, 가족 돌봄 14.7% 등이 뒤를 이었다.
결국 많은 사람이 주된 일자리에서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이탈한 뒤, 다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현실에 놓이는 셈이다.
‘경력자’와 ‘신입’ 사이에 놓인 시니어
영화 속 기호는 37년이라는 긴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회사에서는 인턴이다.
이 설정은 우리 사회에서 시니어 인력이 마주하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어도 새로운 산업이나 조직에 들어가면 기존 경력이 직무와 직접 연결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AI 등 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과거의 경력만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고 기존 경험을 버릴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기존 경력에 새로운 기술과 경험을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있다.
취미와 평생교육도 새로운 일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평생교육의 역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은퇴 이후의 교육을 단순히 자격증이나 재취업 교육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경험을 새로운 분야와 연결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운동이나 파크골프, 사진, 모델, 음악, 글쓰기 같은 활동도 처음에는 취미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꾸준히 배우고 경험을 쌓으면 콘텐츠 제작이나 교육, 강의 등 새로운 활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취미가 곧바로 수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자격증이나 교육이 새로운 직업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취미→학습→경험→활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은퇴 이후의 새로운 역할을 발견할 가능성은 있다.
취미와 평생교육이 돈이 될수도 있는 셈이다.
세대 간 경쟁보다 ‘서로의 경험’ 활용해야
《인턴》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특징은 세대 간 관계다.
젊은 CEO가 오랜 경력의 인턴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세대가 각자의 경험을 통해 영향을 주고받는다.
김도영 감독도 영화에 대해 서로 다른 ‘라벨’을 가진 사람들이 부딪히고 이해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고령사회에서 필요한 것도 이 같은 관점일 수 있다.
젊은 세대가 가진 기술과 시니어 세대가 가진 경험을 단순한 세대 경쟁의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역량을 결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은퇴 이후 20~30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은퇴 이후의 삶은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와 소득뿐 아니라 교육, 건강, 사회적 관계, 여가와 문화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
영화 《인턴》은 이를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37년 경력의 남자가 다시 회사의 ‘막내’가 되는 이야기를 통해 한 가지 질문을 던질 뿐이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없는 것일까.”
은퇴 이후에도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히 일자리를 늘리는 것만이 아닐 수 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경력과 경험을 새로운 기술과 교육을 통해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취미와 배움이 새로운 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영화 속 기호의 ‘인턴’은 단순한 직함이 아니다.
경력이 끝난 뒤에도 새로운 역할은 시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에 가깝다.
그리고 그 가능성이 영화 속 이야기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은퇴 이후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부터 조금씩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