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70대 이상 사회적 지지율 87.8%…혼자 사는 것보다 ‘관계 단절’ 살펴야
- 독거·사회적 고립·외로움은 다른 개념…한 지표로 판단하면 안 돼
- 안부 확인 넘어 의료·돌봄·복지로 연결되는 지역 안전망 필요
어려울 때 의지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다는 응답이 나이가 들수록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사회적 지지율은 98.6%였지만 70대 이상은 87.8%였다.
질병관리청이 9월 30일 공개한 ‘202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주요 결과다.
2025년 조사자료는 현재 정제·검증 중인 잠정치로, 상세 통계보고서와 원시자료는 2026년 12월 공개될 예정이다. 확정 과정에서 일부 수치가 조정될 수 있다.
70대 이상의 사회적 지지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낮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이 모두 혼자 살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됐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사회적 지지와 독거, 관계망 단절, 외로움은 서로 연결될 수 있지만 각각 의미가 다른 지표다.

사회적 지지율 94.5%…70대 이상은 87.8%
질병관리청은 202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사회적 지지와 삶의 만족도, 외로움 등 건강의 사회적 요인을 파악하는 문항을 새로 도입했다.
19세 이상 성인의 사회적 지지율은 94.5%였다. 남성은 94.6%, 여성은 94.4%로 성별 차이는 크지 않았다.
사회적 지지율은 ‘어려울 때 의지하거나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다.
연령별로는 20대가 98.6%로 가장 높았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여 70대 이상에서는 87.8%로 조사됐다.
이를 반대로 계산하면 70대 이상 응답자의 12.2%는 해당 문항에서 도움받을 사람이 있다고 응답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사회적 고립 인구’로 부르기는 어렵다.
이번 조사는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는지를 하나의 문항으로 파악했다.
만나는 사람의 수와 연락 빈도, 관계의 질, 필요한 돌봄을 실제로 받을 수 있는지까지 종합적으로 측정한 사회적 고립 진단 결과는 아니다.
2025년 처음 조사…‘10년간 악화’로 해석하면 안 돼
이번 연속보도는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토대로 지난 10년간의 건강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지지와 삶의 만족도, 외로움 관련 문항은 2025년에 처음 도입됐다.
따라서 70대 이상 사회적 지지율 87.8%를 두고 10년 전보다 낮아졌다거나, 우리 국민의 사회적 고립이 지난 10년간 심해졌다고 해석할 근거는 없다.
현재 확인되는 것은 2025년 한 시점에서 연령과 소득수준에 따라 사회적 지지와 삶의 만족도, 외로움에 차이가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동일한 지표가 앞으로도 축적돼야 실제 변화 방향을 판단할 수 있다.
삶의 만족도 낮은 비율, 청년층과 고령층에서 높아
전체 성인의 주관적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6.9점이었다. 남성은 7.0점, 여성은 6.9점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청은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4점 이하로 평가한 사람을 ‘만족도가 낮은 집단’으로 분류했다.
이 비율은 남녀 모두 20·30대와 70대 이상에서 10%를 넘어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이는 낮은 삶의 만족도가 고령층에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청년층과 고령층에서 같은 결과가 나타났더라도 그 배경까지 같다고 볼 수는 없다.
건강 상태와 경제적 여건, 가족관계, 고용, 주거, 사별, 이동능력 등 여러 요인이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조사만으로 특정 요인이 만족도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외로움 경험률 6.4%…여성 30대가 9.7%로 가장 높아
평소 외로움을 ‘항상’ 또는 ‘자주’ 느낀다고 답한 성인은 6.4%였다. 남성은 5.3%, 여성은 7.5%로 여성의 외로움 경험률이 더 높았다.
성별·연령별로는 30대 여성이 9.7%로 가장 높았다.
외로움이 노년층에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생애 전반에서 살펴야 할 건강·사회 문제라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사회적 지지율과 삶의 만족도는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외로움 경험률은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다만 소득이 낮으면 반드시 외롭거나 고립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조사는 소득과 세 지표가 일정한 방향으로 함께 나타났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 소득이 외로움이나 만족도 저하를 직접 유발했다고 입증한 연구는 아니다.
독거·사회적 고립·외로움은 같은 말이 아니다
사회적 관계를 살펴볼 때는 비슷하게 사용되는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
▲ 독거 또는 1인가구
주민등록이나 가구 구성상 혼자 사는 상태를 뜻한다. 혼자 살아도 가족·친구·이웃과 자주 교류하고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사회적 고립
가족과 친구, 이웃 등과의 만남과 연락, 사회활동 같은 사회적 연결이 객관적으로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가족과 함께 살아도 관계와 지원이 단절돼 있다면 고립될 수 있다.
▲ 외로움
자신이 원하는 관계와 실제 관계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 주관적 경험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외로움을 느낄 수 있고, 혼자 지내면서도 외롭지 않을 수 있다.
▲ 사회적 지지
어려움이 생겼을 때 정서적 또는 실질적인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는지를 의미한다. 이번 국민건강영양조사는 ‘의지하거나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를 묻는 방식으로 측정했다.
따라서 독거노인 수를 사회적 고립 인구로 그대로 계산하거나, 외로움을 느낀 사람을 모두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연결 부족, 신체·정신건강과 관련
세계보건기구는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모든 연령에서 나타날 수 있는 공중보건 문제로 보고 있다.
2025년 세계보건기구 사회적 연결 위원회는 사회적 연결 부족이 건강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개인의 성격이나 감정 문제로만 다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가 종합한 연구에서는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심혈관질환과 뇌졸중, 우울·불안, 인지기능 저하와 조기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런 관련성이 외로움이나 고립이 질병을 단독으로 일으킨다는 의미는 아니다. 건강이 나빠져 이동과 만남이 줄어들면서 고립이 심해지는 반대 방향도 가능하다.
고령자에게는 사회적 연결이 의료와 돌봄 이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병원에 동행하거나 약을 받아 줄 사람, 생활 변화를 알아차릴 이웃, 응급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관계가 없다면 필요한 지원을 받는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
가족은 통화 횟수보다 ‘도움 요청할 관계’ 확인해야
가족이 고령 부모의 사회적 연결 상태를 살필 때는 얼마나 자주 전화하는지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연락을 자주 해도 실제 어려움을 말하지 못하거나 가까운 곳에서 도움을 줄 사람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변화가 반복되거나 여러 항목이 함께 나타난다면 당사자의 건강과 생활 상태를 조심스럽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 병원 진료나 약 복용을 자주 놓친다.
▲ 식사와 위생, 집안 관리 상태가 이전과 달라졌다.
▲ 평소 참여하던 모임이나 종교·여가활동을 갑자기 중단했다.
▲ 가족·지인과의 연락을 피하고 외출이 크게 줄었다.
▲ 청력이나 시력, 보행 문제로 사람 만나는 일을 포기한다.
▲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다”, “폐를 끼치기 싫다”는 말을 반복한다.
▲ 배우자나 가까운 지인을 잃은 뒤 생활 리듬이 무너졌다.
이 가운데 한 가지 변화만으로 사회적 고립이나 우울증을 판단할 수는 없다. 신체질환과 약물, 청력 저하, 교통수단 부족, 경제적 어려움 등이 외출과 대인관계를 줄였을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
가족 연락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고립도 있어
가족의 정기적인 연락은 중요하지만 사회적 고립을 가족만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가족이 멀리 살면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더라도 식사와 이동, 병원 이용, 응급상황에 필요한 실질적인 도움까지 제공하기 어렵다. 가족관계가 없거나 단절된 사람도 있다.
사회적 고립 예방은 안부 전화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보건소와 복지관, 경로당, 동네의원, 방문건강관리, 식사·이동 지원, 주거·경제 상담을 연결해 고립의 원인이 되는 생활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에 따라 위험군 발굴과 사회적 연결 강화, 생애주기별 서비스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2026년에는 8개 중앙부처와 17개 시·도가 참여하는 고독사 예방 시행계획과 사회적 고립 예방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정책 대상은 고령자에 한정되지 않으며,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를 같은 개념으로 봐서도 안 된다.
도움 요청할 ‘한 사람·한 기관’부터 정해야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많은 모임에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령자의 성향과 건강, 이동능력에 맞춰 필요한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과 당사자는 평소 다음 사항을 정해둘 수 있다.
▲ 몸이 아프거나 생활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연락할 사람
▲ 정기적으로 식사·복약·생활 상태를 확인할 가족이나 이웃
▲ 가까운 행정복지센터와 보건소, 복지관의 위치와 연락처
▲ 병원 방문이나 장보기를 도와줄 사람 또는 이용 가능한 서비스
▲ 청력·보행 문제로 외출이 줄었을 때 받을 수 있는 진료와 이동 지원
▲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을 때 안부를 확인해 줄 가까운 이웃
도움이 필요한 고령자와 가족은 거주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보건복지상담센터 129를 통해 이용 가능한 복지·돌봄서비스를 문의할 수 있다.
지속적인 우울감과 불안, 수면·식사 변화가 나타나거나 죽고 싶다는 표현을 한다면 단순히 모임 참여를 권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정신건강 전문가의 평가와 위기 지원으로 연결해야 한다.
평균보다 ‘관계망 밖에 남은 사람’ 찾아야
이번 조사에서 전체 사회적 지지율은 94.5%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연령과 소득수준에 따른 차이가 확인됐고, 70대 이상에서는 어려울 때 의지하거나 도움받을 사람이 있다는 응답이 다른 연령대보다 낮았다.
정책적으로는 전체 평균뿐 아니라 도움받을 관계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을 어떻게 발견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건강검진과 동네의원 진료, 방문건강관리, 복지상담 과정에서 사회적 지지와 외로움을 확인하고 필요한 의료·돌봄·복지서비스로 연결하는 체계가 요구된다.
2025년 새로 도입된 지표는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앞으로 동일한 조사가 축적돼야 사회적 지지와 외로움이 어느 연령과 소득집단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조사에서 확인된 취약성이 실제 지역 지원으로 연결되는지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세 편의 조사가 보여준 건강의 조건
「국민건강영양조사로 본 한국인의 건강 10년」은 만성질환과 식생활, 사회적 연결을 차례로 살펴봤다.
지난 10년간 성인 비만과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증가했고, 과일 섭취는 감소한 반면 음료 섭취는 늘었다.
여기에 2025년 처음 조사한 사회적 지지와 외로움 지표는 어려울 때 도움받을 관계가 있는지도 건강한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조건임을 보여준다.
다만 사회적 지지와 외로움은 10년간의 변화가 아니라 2025년 한 시점의 결과다.
앞으로 같은 조사가 이어지는지, 확인된 취약집단이 실제 의료·돌봄·복지 지원으로 연결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