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난으로 흩어졌던 전주 서고사 나한들이 22년 만에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전주박물관은 11월 29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을 열고 나한상의 역사와 신앙, 조형적 특징, 도난과 환수 과정을 집중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 금산사의 말사인 전주 서고사와 협력해 마련했다. 서고사 나한전에는 가섭존자와 아난존자, 십육나한이 함께 봉안돼 있었으나 2004년 십육나한 가운데 8구가 도난당했다. 이후 사라졌던 나한상은 2014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환수됐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흩어졌던 나한들이 22년 만에 온전한 구성으로 관람객을 만난다.
‘도량으로의 귀환’이라는 전시명에는 단순한 문화유산 반환 이상의 의미가 담겼다. 본래 신앙 공간을 떠났던 문화유산이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과 그 속에서 이어진 조사·연구·보존의 시간을 함께 돌아보자는 취지다.
전시는 서고사 나한을 종교적 조형물에 한정하지 않고 당시 사람들의 신앙과 발원, 불교미술의 특징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풀어낸다. 특히 나한상 내부에서 발견된 발원문과 경전, 다라니, 후령통 등 복장 유물이 주요 볼거리다. 외형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조성 배경과 당시 사람들의 염원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다.
과학적 조사 결과도 전시에 활용했다. CT 자료와 고화질 영상을 통해 나한상 내부와 세부 모습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해 관람객이 문화유산의 겉과 속에 담긴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했다.
저마다 다른 표정과 자세도 서고사 나한의 특징이다. 높이 약 50㎝인 나한들은 가사를 걸친 채 서로 다른 모습으로 앉아 있다. 한쪽 다리를 다른 무릎 위에 올리거나 한쪽 무릎을 세우는 등 정형화되지 않은 자세와 표정에서 각 나한의 개성이 드러난다.
전시장을 찾는다면 전체 구성을 먼저 살펴본 뒤 얼굴과 손, 가사, 앉은 자세를 차례로 비교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종교적 존상이 지닌 엄숙함과 함께 친근한 인간적 표현을 발견할 수 있어 불교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관람객도 작품에 한층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축은 ‘도난과 환수’다. 2004년 십육나한 가운데 절반인 8구가 사라지면서 본래 구성이 훼손됐지만, 2014년과 2020년 환수를 거쳐 다시 제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 과정은 문화유산의 가치가 유물 자체뿐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고 사용된 장소와 역사적 맥락까지 함께 보존될 때 더욱 분명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기획전시실 체험 공간에서는 나한신앙과 연계해 발원문을 작성해 볼 수 있으며, 어린이를 동반한 관람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 ‘전주에서 만난 나한’도 마련했다.
전시 이해를 돕는 연계 강연도 이어진다. 10월 7일에는 ‘불상 속 타임캡슐을 열다-전북의 나한상과 전주 서고사 나한 복장 유물 비교’, 11월 5일에는 ‘전주 사찰의 불상과 서고사 나한상’을 주제로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은 한 사찰의 불교미술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유산이 겪은 상실과 회복의 시간을 함께 보여준다. 나한상에 담긴 신앙과 예술, 복장 유물에 남은 기록, 현대의 조사와 환수 과정이 하나의 전시에서 연결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별전은 11월 29일까지 이어진다. 관람 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무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