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 꺼진 통유리, 내걸린 '임대 문의'… 상가 공실률 급등에 상권 '고사' 위기
[리드]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 중 하나인 주요 상권의 한 5층 빌딩. 1층부터 3층까지가 텅 비어 있다. 유리창마다 '임대 문의' 현수막만 겹겹이 붙어 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 이모 씨는 "6개월 넘게 세입자를 찾지 못해 비어 있는 매장이 수두룩하다"며 "과거엔 권리금까지 붙어 거래되던 핵심 입지마저 이제는 공실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본문 1] 대형 상권부터 골목상권까지… 전국으로 확산하는 '공실 한파'
전국 상가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 여파로 자영업 폐업이 잇따르면서 도심 대형 상권은 물론 동네 골목상권까지 빈 점포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상업용 부동산(중대형·소형 상가)의 공실률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역대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방 주요 도시나 수도권 신도시의 경우 상가 단지 전체가 비어 있는 '유령 상가' 현상이 심화하고 있으며, 서울 명동·강남·홍대 등 주요 핵심 상권조차 공실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본문 2] '높은 임대료의 경직성'과 '온라인 유통 전환'의 이중고
공실이 길어지는데도 상가 임대료가 쉽게 내려가지 않는 '임대료 경직성'은 공실 문제를 악화시키는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상가 임대인(건물주) 입장에서는 임대료를 낮출 경우 상가 건물 전체의 자산 평가 가치(매매가)가 떨어지고 대출 연장이나 금리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차라리 공실을 유지한 채 높은 임대료를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에 고물가로 인한 원자재·인건비 상승으로 자영업자의 버팀목이 약해지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임대료 눈높이 격차'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플랫폼 쇼핑으로 완전히 전환된 점도 치명적이다. 패션·잡화·뷰티 등 오프라인 로드숍 중심의 업종들이 설 자리를 잃으면서, 과거 상권을 받쳐주던 대형 매장들이 잇따라 철수하고 있다.
[본문 3] 자산 가치 하락과 지역 경제 악순환… 대출 부실화 우려
상가 공실률 상승은 단순한 '빈 점포' 문제에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공실이 지속되면 상권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인접 점포들의 매출까지 동반 하락하는 '상권 고사'가 진행된다. 이는 건물주의 임대 소득 감소와 상가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며, 상가 담보 대출을 받은 임대인들의 이자 상환 부담을 키워 금융권 대출 부실화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
[결론] 임대료 유연화 및 상권 재구성(리포지셔닝) 대책 마련돼야
상가 공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상권 활성화 정책과 구조적 체질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임대인이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인하할 경우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착한 임대인 제도'의 재정비 및 연장이 필요하다. 또한 단순히 점포를 비워두기보다 팝업스토어, 청년 창업 공간, 지역 커뮤니티 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넓혀야 한다.
부동산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상가가 살아남으려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을 넘어 체험과 문화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며 "지자체와 지역 상인회가 협력해 기획형 상권을 조성하고, 과잉 공급된 상가 용지를 타 용도로 전환하는 유연한 도시계획 정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