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사람이 평화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 평화의 상대방은 약속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전쟁을 끝냈다고 외친 그 시각, 정작 이란에서는 외교부와 군부와 강경파가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말을 되돌려 보냈다. 그런 합의는 없다는 것이다. 승리의 나팔과 부인의 합창이 한 무대 위에서 동시에 울려 퍼진 기묘한 하루였다. 도대체 그날, 진실은 어느 편에 서 있었는가.
그 목요일은 한 편의 변검을 보는 듯했다. 아침의 트럼프는 오늘 밤 이란을 매우 강하게 때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나아가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퍼센트가 빠져나가는 카르그섬을 점령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런데 몇 시간 만에 같은 입에서 정반대의 말이 나왔다. 예정된 공습을 취소했으며, 전쟁을 끝냈고, '위대한 합의'를 이뤘다는 것이다. 그는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 단언하며, 자신의 위협과 공습이 이란을 협상의 굴복으로 몰아넣었다고 자평했다. 이 전쟁이 중동을 뒤흔들고 세계 경제를 휘청이게 했으며 미국의 기름값과 물가까지 밀어 올린 터라, 종전 선언이 사실이라면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무대의 반대편은 싸늘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는 국영 IRNA를 통해 합의가 임박했다는 보도를 일축했다. 그는 그런 이야기가 그저 추측일 뿐이며, 이란은 어떤 합의에 대해서도 최종 결정을 내린 바 없다고 못 박았다. 트럼프의 자신감 넘치는 선언에 대한 이란의 첫 공식 반응이 정면 부인이었던 셈이다. 더 냉정한 진단도 있다. 지금껏 미국의 공습은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는커녕 오히려 저항의 결기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쪽으로 작용해 왔다는 것이다. 폭격이 굴복을 낳았다는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 현장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
부인의 합창은 외교가에 머물지 않았다. 군의 목소리가 한층 날카로웠다. 이란 군 당국은 트럼프가 공습을 취소하기 전에 낸 성명에서, 한 손으로 합의를 말하며 다른 손으로 적대 행위를 벌이는 미국의 모순이야말로 역내 불안정의 근원이라고 일갈했다. 그 모순이 국제 무역과 경제 안보,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군은 미국이 또다시 이란을 공격한다면 분쟁이 현재의 범위를 훨씬 넘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를 둘러싼 최후통첩도 빠지지 않았다. 석유와 가스는 모두에게 열려 있거나, 아니면 누구에게도 닫힐 것이라는 선언이다. 강경파의 으름장은 더 직설적이었다. 모흐센 레자이는 카르그섬을 공격하러 오면 살아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 했다. 한편, 협상 자체를 굴복으로 여기는 초강경 파이다리 진영은 막후에서 합의의 무산을 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그린 평화의 그림 위로, 테헤란은 겹겹의 반박을 덧칠한 셈이다.
선언은 한순간이지만, 평화는 긴 호흡을 요구한다. 한 사람이 연단에서 전쟁의 끝을 외친다고 하여 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무엇을 말했느냐가 아니라, 이란이 그 합의에 서명하고 그것을 지키느냐다. 그리고 그 서명의 순간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승리의 나팔과 부인의 합창 사이에서, 세계는 또 한 번 말의 무게를 가늠한다. 폭격으로 깎아 낸 양보가 과연 오래갈 평화의 주춧돌이 될 수 있는가. 선언된 평화가 입증된 평화로 바뀌는 그날까지, 우리는 환호도 절망도 잠시 미뤄 두어야 할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