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콜로지코리아=이거룩 기자] 최근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GTX-A 노선 삼성역(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환승센터 지하 5층) 구간에서 주철근 약 178톤(2,570여 개)이 누락된 사실이 밝혀지며 건설업계와 관가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당초 주철근 2개를 묶는 대형 기둥 설계(2-bundle)를 도면 오독으로 인해 1개씩만 배치한 채 콘크리트를 타설한 이번 사태는 대형 인프라 사업의 부실한 감리체계와 부처 간 '네 탓 공방'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22일 정부합동점검단이 긴급 현장 실사에 나선 가운데, 이번 사태의 향후 전망과 구조적 문제점을 총평해 본다.

■ 물 건너간 8월 무정차,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혈세 보전금'
① 2026년 8월 ‘무정차 통과’ 무산, 전체 개통 무기한 연기 우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개통 일정이다. 국가철도공단이 서울시가 제시한 강판 보강안의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4개월 기간의 연구용역에 착수하면서, 당초 올해 8월로 예정됐던 GTX-A 삼성역 무정차 통과 운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보강공사와 안전성 전수조사 기간을 감안하면 2028년 이후로 점쳐지던 삼성역 정식 정차 개통 역시 기약 없이 밀릴 가능성이 크다.
② ‘민자 사업자 손실 보전’에 수백억 원대 세수 낭비 현실화
교통망 개통 지연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막대한 재정 부담으로 직업 전환되고 있다. 정부와 민자 사업자(SG레일) 간의 협약에 따라, 정부 측(서울시·철도공단) 책임으로 개통이 지연될 경우 매달 수십억 원에 달하는 운영손실 보상금을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이미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추가 혈세 부담액이 최소 145억 원에서 수백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정밀 분석이 나오며 '부실시공이 낳은 재정 낭비'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③ 책임 공방과 행정처분, 그리고 정치 쟁점화
국토교통부가 서울시와 국가철도공단을 상대로 전격적인 감사 및 정부합동점검에 착수한 가운데,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책임감리사인 삼안에 대한 대규모 벌점 부과 및 영업정지 등 고강도 행정처분이 예고됐다. 아울러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전 불감증'과 '늑장 보고 및 은폐 의혹'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책임론 공방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 대한민국 대심도 대형 SOC 관리체계의 ‘총체적 붕괴’
이번 GTX-A 삼성역 사태는 2022년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2023년 검단 주차장 붕괴에 이어 "대한민국 건설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까지 안전 불감증에 잠식되었다"는 방증이다. 지하 46m 대심도에서 기둥 80개 중 50개(승강장부 기둥)의 철근이 통째로 반토막 난 채 시공되는 동안, 시공사의 자체 검측과 책임감리사의 최종 승인 절차는 그 어떤 브레이크 역할도 하지 못했다. 수천 개의 철근이 현장에 그대로 남아있음에도 '합격 판정'을 내린 감리 공백은 실로 뼈아프다.

더욱 실망스러운 대목은 사후 대응이다. 사태를 인지한 후 6개월 동안 서울시는 "수천 페이지의 월간 보고서에 쪼개어 적어 보냈으니 의무를 다했다"며 면피성 대안 수립에만 몰두했고, 국토부와 철도공단은 "숨은그림찾기 하듯 끼워 넣은 보고를 어떻게 아느냐"며 서류 뒤에 숨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대형 SOC 결함을 두고 벌이는 이 '책임 핑퐁'이야말로 대한민국 행정 시스템의 민낯이다.

이제는 설계 도면을 육안으로 대조하는 아날로그식 감리에서 탈피해, AI 및 3D BIM 기반의 디지털 품질 검측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중대 시공 오류 발생 시 정기 문서 갈음이 아닌 '즉시 직보 기재 고지 및 경보 체계'를 법제화해야 할 시점이다.
국가 핵심 교통망을 구멍 난 기둥 위에 올릴 수는 없다. 이번 사태를 건설업 전반의 신뢰와 발주-시공-감리 체계의 패러다임을 뿌리부터 바꾸는 엄중한 경고로 삼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