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세기를 훌쩍 넘긴 60년의 세월, 그 끝에서 가야금의 선율은 더욱 깊고 단단해졌다. 국가무형유산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로 지정된 정예진 명인의 예술 인생을 집대성한 축하 공연 ‘정예진 음악여정 60년’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관객들의 뜨거운 찬사 속에 막을 내렸다.
이번 공연은 정예진 명인이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는 동시에, 1960년대부터 이어온 그의 예술적 발자취를 돌아보는 뜻깊은 자리였다. 무대는 단순한 연주회를 넘어 한국 전통음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거대한 서사시와 같았다.
공연의 포문은 경쾌하고 역동적인 ‘구미무을농악쇠놀이’가 열었다. 이어 이선, 서태경 등 정 명인의 제자들 70여명은 가야금 병창의 백미로 꼽히는 단가 ‘녹음방초’와 수궁가 중 ‘고고천변~상좌다툼’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압도했다.
故 박귀희 명인의 필치를 정교하게 계승하면서도 정 명인만의 섬세한 해석이 더해진 춘향가 중 ‘저 건너~천자뒤풀이’는 정 명인의 이수자들 20여명이 병창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정 명인이 강정숙 명인과 함께한 춘향가 중 ‘사랑가’는 전통의 깊은 맥보를 확인시켜 주었으며, 임진옥 명인의 대금 독주 ‘청성곡’(청성자진한잎)은 두 거장의 깊은 예술적 유대를 증명하며 무대의 격을 높였다.
단가 ‘천생아재’는 정 명인이 故 박귀희 명인으로부터 단독으로 배운 곡으로, 2008년 정 명인이 병창곡으로 편곡한 곡이다. 이 곡에서 25현 가야금에는 정 명인의 이수자인 서태경이 함께 했다. “하늘이 나를 냈으니 반드시 쓰임이 있다”는 자존의 철학은 예악당에 모인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또한 25현 가야금으로 편곡된 ‘뱃노래’와 정 명인의 창작곡 ‘춘하추동’은 전통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는 그의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공연을 관람한 한 관계자는 “한 예술가가 60년 동안 한길을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지 증명한 무대였다”며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로서 앞으로 그가 이어갈 예술적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가유산청과 한국문화재재단, 국악방송 등이 후원한 이번 공연은 정예진 명인이 지켜온 전통의 가치가 단순한 보존을 넘어 현대인들의 가슴 속에 살아 숨 쉬는 생명력임을 확인시켜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