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알자지라의 다큐멘터리 보도로, 시리아의 무너진 아사드 정권 잔당들이 조직을 재건하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이스라엘 장교로 위장한 한 요원이 74시간 분량의 음성 녹취와 수백 건의 기밀 문서를 확보하면서, 조직의 배후에 바샤르 알 아사드의 조카인 라미 마흘루프가 있음이 밝혀졌다.
기밀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수십만 명의 병력을 관리하고 있으며, 레바논 인근에 대규모 지휘 본부를 세워 군사 작전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수헤일 알 하산을 비롯한 전직 고위 장성들이 각 지역의 실무와 재정을 분담하며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번 폭로는 구정권 세력이 시리아 해안 지역에서 소요 사태를 계획하고 세력을 결집하려 했던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붕괴 이후에도 여전히 위협적인 남은 세력의 내부 구조와 위험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중동에 또 다른 먹구름을 예고했던 그때를 다시 조명해 본다.
무덤에서 뻗어 나온 독재의 손길: 74시간의 녹취록이 깨운 시리아의 악몽
바샤르 알 아사드라는 이름이 다마스쿠스의 거센 모래바람 속으로 사라졌을 때, 세계는 비로소 시리아의 비극이 끝났다고 믿었다. 무너진 궁전의 잔해 위로 평화의 싹이 돋아나길 기도하며, 우리는 ‘독재의 종말’이라는 달콤한 마침표를 찍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 정적은 평화가 아니라 거대한 폭풍을 앞둔 착시였다. 무덤 속에서 뻗어 나온 손처럼, 몰락한 정권의 잔당들은 차가운 그림자 속에서 다시 세력을 규합하고 있었다.
알자지라가 공개한 ‘74시간의 녹취록’과 수백 건의 비밀문서는 우리가 믿고 싶었던 안온한 환상을 무참히 깨뜨린다. 이것은 단순히 흩어진 패잔병들의 넋두리가 아니다. 치밀하게 설계된 ‘그림자 국가’의 재건 계획이자, 다시 한번 시리아를 피로 물들이겠다는 섬뜩한 선전포고다. 한 정보원의 목숨을 건 침투와 그가 들고 나온 녹취록 속에 담긴, 차마 믿기 힘든 시리아 정권 잔당들의 은밀한 재편 계획을 국제부 기자의 시선으로 깊숙이 파헤쳐 본다.
이스라엘 장교의 가면을 쓴 스파이, 그리고 74시간의 진실
이 모든 진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한 시리아 정보원의 대담한 ‘연극’ 덕분이었다. 그는 자신을 이스라엘 장교로 위장하여 구정권 남은 세력의 핵심부에 침투했다. ‘적의 적은 동지’라는 지정학적 절박함을 역이용한 것이다. 권력이라는 마약을 잃고 금단 현상에 시달리던 잔당들에게 이스라엘과의 협력 제안은 거부할 수 없는 독이 든 성배였다.
정보원은 협력을 제안하며 그들의 경계심을 무너뜨렸고, 그 대가로 그들의 가장 깊은 내밀한 대화와 문서를 손에 넣었다. 그가 확보한 74시간의 음성 녹취록에는 정권 붕괴 이후의 혼란을 틈타 어떻게 조직을 재편하고, 누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며, 어떤 시점에 다시 총공세를 펼칠 것인지에 대한 노골적인 음모가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이 녹취록은 단순한 소문이 아닌, 실재하는 위협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스모킹 건’이 되었다.
그림자 국가의 수장, 라미 마클루프와 호랑이 부대
유출된 정보가 가리키는 조직의 정점에는 바샤르 알 아사드의 조카이자 구정권의 경제적 지주였던 라미 마클루프가 있다. 그는 과거 시리아 경제의 60%를 장악했던 ‘금융 설계자’답게, 흩어진 자본과 인맥을 동원하여 그림자 정부의 골격을 세우고 있었다. 그가 수장으로 나섰다는 것은 이 조직이 단순히 군사적 저항을 넘어, 아사드 왕조의 부활을 꿈꾸는 체계적인 정치·경제 결사체임을 의미한다.
지휘부의 구성은 더 구체적이다. 전직 장성 가이야스 델라가 군사적 실무를 총괄하고, 러시아에 거주하며 원격 지휘를 맡은 ‘호랑이 부대’ 사령관 수헤일 알 하산이 현장 병력을 독려한다. 여기에 재정 담당 알리 미한네, 연락책 알리 엘-에이드 등이 포진해 이미 완벽한 정부 형태의 내각을 구성하고 있었다. 특히, 수헤일 알 하산은 녹취록에서 "5개 지역에 걸쳐 16만 8천 명의 병력을 지휘하고 있다"라고 호언장담했다. 홈스, 하마, 라타키아 등 구정권의 핵심 지지 기반을 중심으로 한 이 거대한 병력 수치는 과장 섞인 야망일지라도, 그들이 꿈꾸는 복수의 규모가 얼마나 거대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레바논의 비밀 기지와 ‘3월 6일’의 도발
이들의 심장부는 시리아 국경 너머, 레바논의 엘-히사 지역에 숨겨져 있었다. 수헤일 알 하산은 이곳에 대규모 지휘 본부를 설립하고 국경을 넘나드는 작전 체계를 구축했다. 시리아 내부의 감시망을 피해 인접국의 불안정한 안보 환경을 은신처로 삼은 것이다.
확보된 기밀 문서에 따르면, 이들은 2025년 3월 6일을 시리아 해안 지역에서 대규모 소요 사태를 일으킬 ‘디데이(D-Day)’로 설정하고 있었다. 미크다드 프테이하를 중심으로 한 현장 지휘관들은 이미 구체적인 소요 유발 계획을 수립했으며, 이란 측과 연계된 조종사들까지 포섭하여 공중 지원 가능성까지 타진하고 있었다. 이는 이 조직의 위협이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당장 코앞에 닥친 임박한 현실임을 경고한다. 레바논에 거주하며 마클루프 네트워크에 합류하려는 20여 명의 조종사들의 존재는, 이 그림자 국가가 하늘과 땅 모두에서 시리아를 다시 장악하려 한다는 섬뜩한 증거다.
시리아의 눈물은 마르지 않는다
진실을 마주하는 일은 때로 고통스럽다. 아사드 정권이 무너졌을 때 우리가 흘렸던 환희의 눈물은, 이 74시간의 녹취록 앞에서 차가운 공포로 얼어붙는다. 권력은 절대 스스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모양을 바꾸어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고, 우리가 방심한 틈을 타 다시 우리의 목덜미를 겨눈다.
이번 폭로는 시리아의 비극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말해준다. 이제는 정규군과의 전쟁이 아니라, 국경을 넘나들며 암약하는 ‘유령’들과의 전쟁이다. 이란과 러시아의 그림자가 여전히 이들의 등 뒤에 어른거리고, 아사드 가문의 탐욕스러운 자본은 다시 병사들의 총구가 되고 있다. 시리아의 미래는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으며, 평화라는 이름의 새벽은 생각보다 훨씬 더 멀리 있을지 모른다. 이들의 은밀한 재건 계획에 눈을 감는 순간, 2026년은 시리아에 또 다른 분쟁의 계절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