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기자회견하는 종교단체 및시민단체
1문단
“쿠팡에서 일어난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고객과 국민들께 매우 큰 걱정과 불편을 끼쳐드렸습니다.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의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많은 국민들이 실망한 지금 상황에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권위를 이용한 감성 팔이와 책임 분산]
'창업자이자 의장' 강조: "내가 이렇게 높은 사람인데 직접 나왔다"는 권위를 내세워 사안의 심각성을 희석시키려는 의도입니다.
'참담함'이라는 연기: 경영진이 느껴야 할 감정은 '참담함(슬픔)'이 아니라 '수치심(부끄러움)'과 '두려움(책임)'이어야 합니다. 참담하다는 표현은 마치 자신들도 재해를 입은 피해자인 양 가장하는 '피해자 코스프레'의 시작입니다.
2문단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들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셨습니다. 또한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습니다.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고단수 '물타기' 화법]
본질 흐리기: 고객이 화난 진짜 이유는 '내 정보가 털렸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사과문은 교묘하게 화살을 '소통 부족'과 '불안감'으로 돌립니다. "정보 유출은 일어날 수 있는 사고였는데, 우리가 말을 안 해서 당신들이 더 불안해했다"는 식으로 문제의 본질(보안 실패)을 태도(소통)의 문제로 축소하고 있습니다.
3문단
“무엇보다도 제 사과가 늦었습니다. 저는 모든 자원과 인력을 투입해 상황을 해결하고 고객 여러분께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전적으로 지원했습니다. 말로만 사과하기보다는, 쿠팡이 행동으로 옮겨 실질적인 결과를 내고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하고자 했습니다...”
[고객 기만(Gaslighting) 및 영웅 서사 조작]
침묵의 미화: 사고를 은폐하려던 시간을 "행동으로 결과를 내기 위한 시간"으로 둔갑시킵니다. 이는 명백한 대중 기만(Gaslighting)입니다.
치명적 논리 오류: 개인정보 유출 시 2차 피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즉각적인 공지'를 통해 고객이 비밀번호를 바꾸고 카드를 정지하게 하는 것입니다. 알리지 않고 회사가 해결하겠다는 건 고객의 방어권을 박탈한 행위인데, 이를 '국민을 위한 최선의 이익'이라고 포장하는 뻔뻔함이 극에 달해 있습니다.
4문단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쿠팡이 밤낮없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저도 처음부터 깊은 유감과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전했어야 했습니다. 데이터 유출의 초기 정황을 인지한 이후 제 마음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면죄부 셀프 발행]
판단 착오 프레임: 고의적인 은폐 의혹을 단순한 '판단 미스'로 격하시킵니다. "내가 나쁜 마음을 먹은 게 아니라, 너무 열심히 하려다 보니 판단을 잘못했다"는 변명은 법적 고의성을 부정하기 위한 치밀한 법률적 방어 문구입니다.
5~6문단
“...사태 직후 고객의 신뢰 회복을 위해 ‘2차 피해 가능성’부터 즉각 차단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문제 수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허상의 적 만들기]
소통을 안 한 이유가 '2차 피해 차단' 때문이었다고 반복합니다. 사실 확인도 안 된 상태에서 무슨 수로 2차 피해를 차단했다는 것인지 설명이 없습니다. 이는 실체가 없는 노력을 강조해 무능함을 성실함으로 위장하려는 전략입니다.
7문단 (핵심 비판 대상)
“...유출된 고객 정보 100% 모두 회수 완료했습니다... 유출자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고객 정보가 3,000건으로 제한되어 있었음이 확인되었으며, 이 또한 외부로 유포되거나 판매되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되었습니다...”
[법적 배상을 피하기 위한 '대국민 사기극' 의혹]
'100% 회수'라는 거짓말: 디지털 데이터는 '복사(Copy)'되는 것이지 '이동(Move)'하는 것이 아닙니다. 원본을 회수했다고 복제본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IT 기업 수장으로서 무지하거나,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피해 축소의 진짜 목적: "3,000건 제한", "유포 없음"을 강조하는 진짜 이유는 집단 소송과 손해 배상을 막기 위함입니다.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논리를 완성해 법적 책임을 '0'으로 만들려는 가장 위험하고 악의적인 문단입니다.
8문단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습니다.”
[비겁한 방패막이 세우기]
책임 떠넘기기: 욕먹을 타이밍이 되자 정부 뒤에 숨습니다. "우리는 준법 기업이라 정부 말을 잘 들었을 뿐"이라는 태도는, 사태의 주범이 책임을 규제 기관으로 돌리는 비겁한 책임 전가(Blame Shifting)입니다.
9문단
“유출자가 탈취한 고객의 개인 정보를 100% 회수하는 것만이 ‘고객 신뢰 회복’의 모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달려오다 보니 국민 여러분과 소통에 소홀했습니다...”
[동정심 유발을 위한 '과잉 열정' 연출]
"너무 열심히 일하다 보니 소통을 깜빡했다"는 식의 화법입니다. 이는 마치 공부 열심히 하느라 부모님 전화를 못 받았다는 학생의 변명과 같습니다.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실패를 '과도한 열정' 탓으로 돌리는 유치한 변명입니다.
10문단
“...애초의 데이터 유출을 예방하지 못한 실패를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영혼 없는 매크로 답변]
가장 중요한 '보안 실패'에 대한 인정은 10문단에 와서야 겨우 한 줄 언급됩니다. 이는 이 사과문의 목적이 '반성'이 아니라 '사태 수습과 변명'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11~12문단
“...보상안을 마련해 조속히 시행... 정보보안 조치와 투자를 전면적으로 쇄신...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 보안 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시간 벌기용 공수표(Empty Promise)]
구체성 제로: 얼마를 쓰겠다, 담당 임원을 어떻게 문책하겠다, 보안 인력을 몇 명 늘리겠다는 구체적 수치는 하나도 없습니다.
재발 방지 대책의 부재: '세계 최고' 운운하는 것은 현실 감각이 결여된 허세입니다. 당장 뚫린 구멍을 어떻게 막을지보다, 듣기 좋은 말로 주가를 방어하고 여론을 잠재우려는 수사에 불과합니다.
13문단
“...세계 최고의 고객 경험을 만들기 위한 도전을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소시오패스적 기업 자아]
공감 능력 상실: 고객은 공포에 떨고 있는데 기업은 '자신의 도전'을 다짐합니다. 피해자의 고통보다 기업의 비전이 더 중요하다는 나르시시즘적 태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이는 사과문이 아니라 '결의문'에 가깝습니다.
[이것은 사과문이 아니라 '법적 방어 서면'이다]
법적 책임 회피: "100% 회수", "유포 없음"을 강조해 손해배상 소송을 원천 봉쇄하려 합니다.
도덕적 비난 희석: "정부 지침 준수", "2차 피해 예방 목적"을 내세워 늑장 대응을 합리적 경영 판단으로 포장합니다.
이미지 세탁: 본인들의 보안 무능력을 '고객을 위해 밤낮없이 뛰는 열정'으로 덧칠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글은 고객에게 용서를 구하는 글이 아니라, 언론과 법원을 향해 "우리는 잘못이 없다(혹은 최소한이다)"라고 외치는 고도로 계산된 '자기 변론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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