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소망과 본향 - 장재형목사

장재형목사 고린도후서 5장 설교를 바탕으로 본향과 천국소망, 죽음 이후의 영원한 생명, 그리스도의 대속과 화목, 심판대 앞의 책임을 성경적으로 풀어낸 신앙 에세이.


사람은 누구나돌아갈 곳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산다. 주소가 적힌 집을 가진다 해도, 마음이 진정 쉬는 자리와 존재의 뿌리가 닿아 있는 본향은 종종 다른 차원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장재형목사가 고린도후서 5(고후5)을 중심으로 풀어낸 설교는, 바로 그 본향의 감각을 성경적세계관 안에서 또렷하게 정렬해 주며, 죽음이후를 막연한 허무가 아니라 영원한생명으로 이어지는 문으로 바라보게 한다. 바울서신 특유의 농도 짙은 언어가 보여 주듯, 신앙은 현실의 감정을 억누르는 기술이 아니라 현실을 해석하는 근본 렌즈이며, 천국소망은 현세를 무가치하게 만드는 탈출구가 아니라 현세를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기준점이다. 장재형목사는 이 기준점이 흔들릴 때 신앙생활은 쉽게 절망과 냉소로 기울 수 있음을 직시하면서, 본향을 아는 사람이 어떤 책임과 태도로 오늘을 살아야 하는지를 복음의 중심, 곧 대속과 화목의 진리로 엮어 제시한다.


장재형목사의 메시지에서 가장 먼저 선명해지는 것은 성경이 전제하는두 세계의 긴장이다. 우리는 보이는 것에 익숙하지만, 성경은 보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님을 위로의 문장으로만 말하지 않고 구조와 질서로 말한다. 히브리서8장은 이 땅의 제도와 예배가 하늘의 모형과 그림자임을 암시하고, 히브리서9(히브리서9)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다는 선언으로 현세 종결적 사고를 단호히 끊어 낸다. 요한복음14(14)에서 예수께서너희를 위하여 처소를 예비하러 가노니라고 하실 때, 그 말씀은 슬픔을 달래는 위로를 넘어 세계관을 재편하는 약속이 된다. 바울은 고린도후서5장에서 이 세계를장막으로, 하나님이 예비하신 영원한 세계를하늘에 있는 집으로 묘사한다. 장막은 이동과 소멸을 전제하고, 집은 거주와 지속을 전제한다. 그러므로 신앙생활은 무작정 현실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장막에 살되 집을 향해 방향을 정렬하는 일이며, 그 방향감각을 잃지 않도록 복음은 끊임없이 우리를 본향 쪽으로 되돌려 놓는다.


이 두 세계의 구도는 장재형목사가 즐겨 사용하는 모태 비유를 통해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모태 속에서 태아에게는 양수의 환경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출생의 순간 태아는 전혀 다른 공기와 빛의 질서로 건너간다. 만약 태아가 그 전환을으로 상상한다면, 출생은 공포일 수밖에 없다. 성경이 말하는 죽음이후의 세계는 바로 이런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 죽음은 존재의 삭제가 아니라 이행이며, 더 넓은 실재로의 이동이다. 장재형목사는 이 비유를 통해 죽음의 낯섦을 억지로 지워 버리지 않으면서도, 그 낯섦 너머에 하나님이 준비하신 본향이 있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연결한다. 여기서 핵심은 감정의 과장이 아니라 성경의 객관성이다.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지만, 영은 하나님께로 돌아간다는 질서 속에서 인간은 단지 생물학적 시간에 갇혀 있지 않다. “겉사람은 후패하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진다는 바울의 선언은 인간의 유한성을 인정하면서도 영의 갱신 가능성을 열어 둔다.


장재형목사는 이 지점에서 육과영의 긴장을 매우 구체적으로 조명한다. 육은 눈에 보이는 것, 즉각적인 만족, 소유의 안정, 명예의 환호를 좇는다. 영은 보이지 않는 것, 진리의 무게, 영원의 호흡, 하나님을 향한 갈망을 좇는다. 인간이 배고픔을 해결한 뒤에도 의미를 묻고, 성공을 얻은 뒤에도 공허를 호소하며, 관계가 채워져도 끝내 남는 결핍을 말하는 이유는, 우리가 물질의 범주를 넘어서는 영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시편 기자가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 같이라고 노래한 갈망은 종교적 취향이 아니라 존재론적 신호다. 장재형목사는 그 신호를본향의 기억이라고 부르며, 신앙인은 그 기억을 억누르는 대신 성령의도움 안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길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 성령은 막연한 신비가 아니라 바울이 말한보증이다. 고린도후서5장에 따르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성령을 보증으로 주셨다. 보증은 미래의 실재가 이미 현재에 침투했음을 뜻한다. 그래서 천국소망은언젠가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지금의 선택과 태도를 바꾸는 실질적 능력이다. 장재형목사가 천국 시민권의 언어를 반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민권은 정체성의 문서이며, 정체성은 삶의 문법을 결정한다. 하늘의 시민권을 가진 자라면 세상의 가치가 전부인 듯 사는 방식과 결별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결별은 세상을 미워하는 극단이 아니라, 세상을 제대로 사랑하기 위한 거리두기다. 영원의 관점이 확보될 때 우리는 순간의 이익과 감정의 폭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본향을 향한 긴 행진 속에서도 윤리적 중심을 지킬 수 있다.


장재형목사는 이 장막과 집의 대비를 단지 수사로 다루지 않고, 삶의 정서와 신앙의 결정을 가르는 실제로 다룬다. 장막의 삶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과 맞닿아 있다. 건강, 관계, 재정, 명예가 한순간에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일상의 뉴스와 개인사의 균열에서 반복해 목격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불안을 달래기 위해 더 많은 안전장치와 통제 장치를 쌓지만, 바울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는우리가 만일 땅에 있는 우리의 장막 집이 무너지면 하나님께서 지으신 집 곧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니요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이 있다”(고후5 1)는 확신을 말한다. 이 확신은 현실의 상실을 부정하지 않지만, 상실이 삶을 최종적으로 규정하지 못하게 한다. 장재형목사는 여기서 신앙의 용기를근거 없는 긍정이 아니라근거 있는 시선의 이동으로 설명한다. 장막의 약함을 인정하되, 그 약함이 곧 하나님께로 향하는 통로가 되게 하는 것, 이것이 본향을 아는 사람의 태도라는 것이다.


또한 바울이우리가 이 장막에 있어 탄식하며 짐 진 것 같이 되니”(고후5 4)라고 말할 때, 그 탄식은 신앙의 실패가 아니라 신앙의 정상적인 호흡이다. 신앙인은 고난 앞에서 무감각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더 예민하게 고난의 무게를 느끼는 사람일 수 있다. 그러나 그 탄식이 절망으로 굳어지지 않는 이유는, 하나님이 성령을보증으로 주셨기 때문이다. 바울이 사용하는보증의 뉘앙스는 단순한 감정적 확신이 아니라, 미래의 약속이 현재에 이미 선금처럼 주어졌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장재형목사는 이 성령의 보증을 통해, 천국소망이나중의 이야기가 아니라지금의 삶을 견인하는 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신앙인은 고난 속에서도 완전한 평온을 가장하기보다, 탄식하면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사람으로 서게 된다.


장재형목사는 천국소망을 말할수록 삶이 더 엄숙해진다는 바울의 균형을 놓치지 않는다. 히브리서9 27절이 말하는 심판은 단지 겁을 주는 장치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회복시키는 선언이다. 고린도후서5 10절에서 바울이우리가 다 반드시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 드러나선악간에 행한 대로 받게 된다고 말할 때, 그 문장은 구원받은 자를 공포로 조종하려는 도구가 아니라 신앙인의 매일이 하나님 앞에서 실재적 무게를 가진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문장이다. 그러므로 신앙생활은내가 무엇을 성취했는가의 경쟁이 아니라, 바울이 말한 대로주를 기쁘시게 했는가라는 질문으로 정렬된다. “거하든지 떠나든지 주를 기쁘시게 하기를 힘쓴다”(고후5 9)라는 고백은 장막 안에서도 이미 하늘의 기준으로 살아내는 태도를 뜻한다.


죽음이후에 대한 바울의 확신, 몸을 떠나 주와 함께 거하기를 원한다”(고후5 8)는 고백은 장재형목사의 설교에서 위로의 정점으로 기능한다. 죽음은 여전히 낯설고, 남겨진 자에게는 비어 있는 자리를 남긴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은 그 낯섦을 지우지 않은 채, 그 낯섦 너머에함께 거함이라는 관계적 실재를 둔다. 요한복음14장의 처소 약속이 단지 장소의 준비가 아니라 예수와의 동거를 향한 초대라는 점에서, 천국은 공간 이전에 인격적 교제다. 따라서 천국소망은좋은 곳에 간다는 심리적 위안이 아니라주와 함께 거한다는 신학적 확신이며, 그 확신은 상실 속에서도 무너짐을 막아 주는 기둥이 된다. 또한 바울은벗기지 않고 덧입히기를 사모한다(고후5 4절의 흐름). 이는 기독교의 소망이 영혼만의 안락으로 축소되지 않고, 부활과 새 창조의 완성을 향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육은 후패하지만 하나님은 피조세계를 폐기하는 분이 아니라 새롭게 하시는 분이며, 그 기대는 몸을 경멸하는 허무주의를 거부하고 오히려 오늘의 삶을 더 책임 있게 품게 만든다.


장재형목사는 이런 부활과 새 창조의 전망이 애도와 상실의 자리에서 어떤 힘을 갖는지도 함께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낼 때,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로는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경험한다. 그러나 바울의 언어는 슬픔을 억지로 봉합하지 않으면서도, 슬픔을 삼키는 더 큰 실재를 제시한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바라면 참음으로 기다린다는 바울의 다른 고백처럼, 신앙인은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가 아니라보이지 않는 것이 더 실재적이라는 약속을 들은 사람이기 때문에 기다릴 수 있다. 장재형목사는 요한복음14장의 처소 약속을 단지 장례식에서 읊는 문구로 두지 않고, 남겨진 자가 오늘을 다시 살아낼 힘으로 읽는다. 주께서 예비하신 처소가 있다는 사실은 떠난 자의 운명을어둠 속의 불확실성에서약속 안의 안전으로 옮겨 놓고, 남겨진 자의 시간을무의미한 후회에서믿음으로 행하는 순례로 바꾼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천국소망이 개인적 감정의 안정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울은 빌립보서에서 우리의 시민권이 하늘에 있다고 말하며, 그 하늘로부터 구주를 기다린다고 고백한다(빌립보서 3 20절의 흐름). 기다림은 정지된 시간이 아니라 방향성 있는 시간이다. 장재형목사는 이 기다림이 곧삶의 재배치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를 고후5장에서 찾아낸다. 우리는 결국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 설 것이기에, 오늘의 선택이 영원과 연결되어 있음을 기억하게 된다. 동시에 심판대의 현실은 구원을 불안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은혜로 시작된 삶이 은혜에 합당한 열매를 맺도록 깨우는 울림이다. 그래서 신앙인은 자기 구원을 지키기 위해 공포에 매달리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화목하게 하신 사랑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 더 정직해지는 사람으로 서게 된다. 죽음이후가 확실할수록, 우리는 현재를 더 낭비하지 않게 된다. 오늘의 한 마디, 오늘의 용서, 오늘의 섬김이 영원의 자리에서 다시 해석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장재형목사가 누가복음16장의 부자와나사로 비유를 언급할 때도 초점은 선정적 묘사가 아니다. 그 비유는 죽음이후에 가치의 역전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 주며,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사랑하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묻게 한다. 나사로의 안식은 공로의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의 긍휼을 드러내고, 부자의 고통은 단지 재산의 유무가 아니라 타인을 외면한 마음의 굳어짐을 드러낸다. 천국소망을 진지하게 품는 사람은 이 땅에서 연약한 자를 향해 마음을 열지 않을 수 없다. 본향을 말하면서도 이웃을 외면한다면, 그 본향은 성경의 본향이 아니라 자기중심적 위안에 불과하다. 장재형목사는 그래서 천국을 믿는다는 것이 곧현재의 삶에서 의와 선을 선택하는 능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모든 흐름의 중심에는 대속과 화목이 놓인다. 장재형목사가 고린도후서5장 후반부에서 붙들어 내는 복음의 심장은,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 사역을 통해 하나님과 인간 사이가 화목하게 되었다는 선언이다. “한 사람이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죽었은즉”(고후5 14)이라는 문장은 윤리적 모범의 제시를 넘어 대속의 신비를 선포한다. 대속은 값의 지불이며, 죄가 만든 채무를 대신 짊어짐이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선행으로 다리를 놓으라 요구하지 않으시고, 죄 없으신 아들을 통하여 스스로 길을 여셨다. 그래서 바울은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강권한다고 말한다. 사랑이 강권한다는 것은 복음이 삶을 바깥에서 꾸미는 장식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방향을 바꾸는 동력이라는 뜻이다. 장재형목사는 십자가를 단지 종교적 상징으로 소비하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이 역사 속에서 구체적 사건으로 응결된 자리로 바라보게 한다.


화목의 복음이 인간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한다는 점도 장재형목사 설교의 핵심이다. 바울은이제부터는 우리가 아무도 육체를 따라 알지 아니하노라”(고후5 16)고 말하며 인식의 혁명을 선언한다. 육체를 따라 안다는 것은 외모, 배경, 능력, 효율, 손익을 기준으로 사람을 분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화목의 복음을 경험한 사람은 타인을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바라본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고후5 17)이라는 선언은 개인의 내면 변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새로운 피조물은 새로운 공동체를 낳고, 새로운 공동체는 새로운 관계의 문법을 만든다. 교회 공동체가 시기와 질투, 분파와 자랑으로 찢겨진다면 그것은 화목의 복음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장재형목사는 고린도교회의 현실을 거울로 삼아 오늘의 교회가 말과 형식의 신앙에 만족하지 말고, 실제 관계 속에서 용서와 화해를 선택하라고 촉구한다.


바울은 더 나아가화목하게 하는 직책을 우리에게 맡기셨다고 말한다(고후5 18–19). 장재형목사는 이 문장을 교회의 존재 이유로 읽는다. 신앙인은 구원받은 소비자로 남을 수 없고, “그리스도를 대신한 사신”(고후5 20)으로 부름 받는다. 사신은 개인의 취향을 대변하지 않고 왕의 뜻을 대변한다. 따라서 교회는 세상 한가운데서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집단이 아니라, 관계를 회복시키는 언어와 행동의 통로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이미지 관리가 아니라 복음의 본질에서 흘러나오는 삶의 방식이다. “죄를 알지도 못하신 자를 우리를 대신하여 죄로 삼으신 것은우리가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려 하심”(고후5 21)이라는 결론에서, 의는 더 이상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실제 관계와 선택 속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성품이 된다.


이 성품이 공동체 안에서 구체화될 때, 화목은 감정의 평온을 연출하는 기술이 아니라 십자가의 방식으로 살아내는 결단이 된다. 우리는 여전히 육의 마음을 가진 존재이기에, 상처받았다는 이유로 관계를 끊고, 손해 본다는 두려움으로 사랑을 유보하고, 자기 정당화의 논리로 타인을 몰아세우기 쉽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대속을 깊이 이해할수록 우리는 계산을 넘어서는 용서의 길을 배우게 된다. 이 길은 인간적 기질만으로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성령의도움이 필요하다. 성령은 우리 안에서 하늘의 가치가 삶의 습관으로 번역되도록 돕고, 말의 속도를 늦추게 하며, 비난 대신 경청을 선택하게 하고, 승리의 쾌감 대신 화해의 기쁨을 더 소중히 여기게 만든다. 장재형목사가 교회 공동체의 분쟁을 경계하는 이유는, 그러한 분쟁이 단지 분위기의 문제가 아니라 복음의 신뢰도를 갉아먹는 상처이기 때문이다.


화목의 복음이 개인과 공동체를 넘어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도 장재형목사의 메시지가 함축하는 중요한 함의다. 대립과 혐오가 일상화된 시대에 화목은 감상적 단어로 소비되기 쉽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화목은 진실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파괴하지 않는 방식, 정의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복수로 치닫지 않는 방식, 상처를 인정하면서도 증오에 정착하지 않는 방식이다. 바울서신 가운데 빌레몬서는 오네시모를 둘러싼 복음적 권면을 통해, 관계의 회복이 제도의 균열까지 흔들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형제라는 호칭 하나가 노예와 주인의 세계를 재배치했듯이, 화목의 복음은 오늘의 관계를 다시 배열할 수 있다. 가정에서는 세대 간의 언어가, 직장에서는 경쟁의 논리가, 교회에서는 다름을 처리하는 방식이 복음 앞에서 점검되어야 한다. 천국 시민권을 가진 사람은 세상 속에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평화의 중재자로 살아갈 소명을 더 분명히 자각한다.


이러한 복음의 내적 풍경을 한 장의 이미지로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있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의 명화탕자의 귀향(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 모든 것을 잃고 돌아온 아들이 아버지의 품에 안기는 순간을 담담하면서도 압도적인 깊이로 그려 낸다. 닳아버린 신발, 누더기 옷, 고개 숙인 몸짓과 그 위를 덮는 아버지의 두 손은돌아옴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관계의 회복이며, 인간이 끝내 갈망하는 본향이 결국 아버지의 품이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말한다. 장재형목사가 말하는 화목의 복음도 바로 그 장면을 닮았다. 본향은 하늘의 주소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된 자리이며, 대속은 그 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길이고, 화목은 돌아온 자가 다시 길 위에서 타인을 초대하는 방식이다. 교회가 화해와 용서를 실제로 살아낼 때, 세상은 그 모습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그림자를 보게 된다.


본향을 사모한다는 말은 곧 오늘의 자리에서 하나님과 더불어 사는 연습을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울이믿음으로 행하고 보는 것으로 하지 아니한다”(고후5 7)고 했을 때, 그 믿음은 관념이 아니라 습관이 된다. 기도는 하늘을 향한 도피가 아니라 마음을 본향의 공기에 적응시키는 호흡이며, 말씀 묵상은 세상의 언어에 의해 마모된 가치관을 다시 정련하는 과정이다. 예배는 일주일의 감정 소비를 잠시 멈추는 행사가 아니라 하늘의 왕권과 질서를 재확인함으로써 나를 다시 사신 중심으로 세우는 시간이다. 이러한 실천이 공로가 되지는 않지만, 화목하게 하신 은혜를 더 깊이 누리고 그 은혜를 삶의 자리로 번역하게 하는 통로가 된다. 그래서 장재형목사가 강조하는 신앙생활은 단발성 열정이 아니라 지속적 방향성으로 드러난다.


장재형목사가 고린도후서5장으로 강조하는 바와 같이, 복음은 우리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성경적세계관을 주고, 그 세계관은 관계의 선택을 바꾼다. 갈등이 생길 때 상대를으로 규정해 온라인에서 공격하는 대신, 그리스도 안에서 한 번 더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 오해가 누적될 때 뒷말로 배출하기보다 진실을 확인하며 책임 있게 말하는 것, 공동체가 흔들릴 때 승패의 논리를 적용하기보다 화목의 직무를 기억하고 낮아지는 것, 이런 작은 결단들이야말로 고후5장이 요구하는 실제다. 화목은 이상이 아니라 훈련이며, 성령의도움은 그 훈련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은혜의 숨결이다.


죽음이후를 준비하는 방식에서도 이 방향성은 매우 실용적이다. 심판대 앞에 선다는 사실은 두려움으로 사람을 조종하려는 협박이 아니라, 미루지 말아야 할 것들을 깨우는 은혜의 알람이 된다. “미안하다는 말을 지금 건네고, 풀리지 않은 오해를 지금 풀고, 화해의 손길을 지금 내밀며, 약자를 돌아보는 작은 선을 지금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본향을 준비하는 지혜다. 동시에 장재형목사는 천국을 말할수록 더 겸손해져야 한다는 경고를 함께 둔다. 본향을 안다는 이유로 타인을 정죄하거나, 심판을 핑계로 사랑을 유보한다면, 그 천국소망은 바울이 말한 복음이 아니라 자기 의의 가면이 되고 만다. 화목은 언제나 십자가의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십자가는 승리의 표지이면서도 낮아짐의 표지이고, 그리스도의 대속은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해 일정 부분 손해 볼 수 있는 자유를 준다. 그 자유가 사랑으로 사용될 때, 신앙인은 이미 이 땅의 장막 안에서 하늘의 향기를 풍기기 시작한다.


바울이 로마서에서 아담 안의 사망과 그리스도 안의 생명을 대비하듯(로마서 5장의 논리), 장재형목사의 설교는누구 안에 있느냐가 인간의 운명과 윤리를 함께 결정한다고 말한다.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것은 죄사함을 받았다는 선언을 넘어서, 삶의 중심이 이동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신앙인은 실패했을 때도 다시 회복할 수 있고, 성공했을 때도 교만에 정착하지 않을 수 있다. 본향을 아는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영원의 문맥 안에서 읽기 때문이다.


결국 장재형목사의 고린도후서 5장 설교가 우리에게 남기는 결론은 단순하다. 본향을 아는 사람은 삶의 중심을 이 땅의 성과에 두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떠나지도 않는다. 그는 장막 같은 하루를 살면서도 하늘의 집을 기억하고, 그리스도의 대속을 감사로 붙들어 하나님과 화목하며, 화목의 직분을 따라 이웃과 공동체를 화해로 초대한다. 성령의 보증이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살게 하고, 심판대의 빛이 삶의 모든 선택을 의미 있게 만들며, 천국소망이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본향 쪽으로 돌려세운다. 그래서 신앙은 세상을 떠나는 기술이 아니라 세상을 새롭게 사랑하는 방식이며, 본향을 향한 여정 전체를 관계의 회복이라는 빛 아래 두는 삶이다. 장재형목사가 고후5장으로 제시한 이 복음의 길을 따라, 우리는 죽음이후를 두려움의 암흑으로만 상상하지 않고 영원한생명과 주와의 동거라는 약속 안에서 오늘을 담대히 산다. 그리고 그 담대함은 독선이 아니라 겸손으로, 회피가 아니라 책임으로, 분열이 아니라 화목으로 열매 맺는다.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 신자는 매 순간 본향의 부름을 듣고, 장막의 불안을 성령의 보증으로 견디며, 그리스도의 사랑에 붙들려 화목의 사신으로 걷는다. 끝내 돌아갈 집이 분명할 때, 오늘의 걸음도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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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12.27 18:45 수정 2025.12.2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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