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와 전염성 질병이 반복되는 환경에서 식량 공급의 안정성은 더 이상 생산량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폭염·한파가 교차하는 조건 속에서 계란 산업은 기후·질병·물류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
최근 축산 및 식품안전 분야에서는 계란 수급의 변동성을 특정 생산 방식의 차이로 해석하기보다, 생산 환경 전반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운영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기후 재난이 상시화된 상황에서는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와 관리 체계의 정밀성이 공급 안정성의 주요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시각이다.
난각번호 표시 제도 시행으로 소비자는 달걀 생산 이력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식품안전 전문가들은 특정 정보 항목 하나만으로 계란의 품질이나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생산 환경, 위생 관리, 선별·유통 과정 전반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계란의 안전성과 품질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종합적인 관리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고온 환경은 산란계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닭은 체온 조절 능력이 제한적인 가축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생산이 유지되는 환경 온도는 약 23℃ 전후로 알려져 있다. 이 범위를 벗어나 고온이 지속되면 체온 유지를 위한 에너지 소모가 증가하면서 산란에 투입되는 에너지가 감소하는 구조가 나타난다.
환경 온도가 27~28℃를 넘어서면 사료 섭취량이 줄어드는 경향도 다수 보고되고 있다. 사료 섭취 감소는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산란율 저하와 난중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고온 환경에서 나타나는 빠른 호흡, 이른바 팬팅(panting) 현상 역시 체온 조절을 위한 반응이지만, 추가적인 에너지 소모를 동반해 생산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고온 스트레스의 영향은 공공 연구기관의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온도와 습도를 반영한 가축더위지수(THI)를 활용해 가금류의 스트레스 수준과 생산성 변화를 분석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스트레스 단계를 양호, 주의, 위험, 심각으로 구분해 생리 반응과 생산성 지표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위험 단계부터 사료 섭취량과 증체량 감소가 관찰됐으며, 심각 단계에서는 생산성 저하 폭이 더욱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호흡수 증가와 체온 상승 등 생리적 부담도 함께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고온 스트레스가 일시적 환경 요인이 아니라 생산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축산 분야의 기초 연구에서도 환경 조건과 스트레스 반응 간의 상관성은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사육 온도, 밀도, 질병 관리 수준, 사양 관리 방식 등 다양한 요인이 가금류의 스트레스 반응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사료·물 섭취 변화, 체중 변동, 산란율 저하, 행동 변화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일 요소 중심의 판단보다는 복합적인 관리 지표를 기반으로 한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촌진흥청은 기후변화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향후 여름철 대부분 지역에서 산란계를 포함한 가금류가 높은 수준의 고온 스트레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생산성 저하뿐 아니라 건강 악화 위험도 함께 증가할 수 있어, 생산 기반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분석을 종합하면, 계란 산업이 직면한 리스크는 특정 생산 구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환경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관리해야 할 구조적 과제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생산 방식의 우열을 논하기보다, 위험 요소를 얼마나 조기에 인지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가 공급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기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부 생산 현장에서는 온도·습도·환기·급수·사료 공급을 일정한 범위로 유지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기후 변동성에 대응하고 있다.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해 환경 제어와 함께 닭의 건강 상태와 사료 섭취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운영 체계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위생 관리 측면에서도 중앙 제어 기반 환기 시스템과 계분 관리 기술 등을 통해 작업 환경과 위생 수준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관리 방식은 지속 가능한 축산을 위한 하나의 운영 모델로 현장에서 검토되고 있다.
해외 주요 산란계 생산국 역시 각국의 여건에 맞춰 다양한 생산 구조를 병행하면서, 공통적으로 위생·안전 관리 기준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캐나다, 일본, 유럽 일부 국가 등은 안정적인 공급과 식품 안전 확보를 위해 생산 환경 관리 기준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추세다.
식품안전 분야 관계자들은 소비자가 주목해야 할 기준으로 특정 생산 형태 자체보다, 생산 전 과정에서 위생·안전·품질 관리 체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꼽는다. 이들은 “기후 리스크가 상수가 된 환경에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관리 체계와 투명한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관리 요소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소비자 인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