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시장의 철옹성 같았던 엔비디아의 독점 체제에 거대한 균열이 생겼다. 구글이 자체 AI 칩인 TPU만으로 학습시킨 차세대 AI 모델 제미나이 3.0을 전격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AI 산업계에서는 고성능 AI 모델 학습을 위해 엔비디아의 GPU가 필수라는 것이 하나의 불문율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구글은 수천 개의 TPU를 초고속 네트워크로 연결해 거대한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며 이 통설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제미나이 3.0 공개 이후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한 달 사이 5,000억 달러 이상 급증한 반면, 엔비디아의 주가는 조정을 겪으며 희비가 엇갈렸다.
월가에서는 AI 거품론을 재검토함과 동시에 엔비디아를 매도하고 알파벳을 매수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엔비디아는 자사 칩의 범용성과 압도적인 생태계 우위를 강조하며 위기론 진화에 나섰으나, 맞춤형 AI 칩의 효율성이 입증된 이상 시장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이러한 지각변동은 구글뿐 아니라 메타, 아마존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 칩 개발 속도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비싼 가격과 수급 불균형 문제를 안고 있는 엔비디아 GPU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AI 반도체 시장은 '범용 칩'과 '맞춤형 칩'이 격돌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치열한 전쟁의 가장 큰 수혜자가 한국 반도체 기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어떤 AI 칩을 사용하더라도 데이터 처리를 위한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구글의 TPU(Tensor Processing Unit) 6세대에 HBM3를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차기 모델인 TPU 7에도 12단 HBM 공급이 유력하다. 삼성전자 역시 세계 2위의 파운드리 역량을 앞세워 구글의 칩 생산 파트너로 거론되는 등 한국 기업들의 몸값은 날로 치솟고 있다.
결론적으로 엔비디아 중심의 일극 체제가 무너지는 현상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유례없는 기회다. AI 칩 시장의 경쟁이 격화될수록 HBM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이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장기적인 초호황을 견인할 동력이 될 것이다. 기술 패권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의 메모리 기술력이 세계 AI 산업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열쇠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