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앵 밀어낸 K-컬처의 힘
미국 뷰티 시장의 지각변동이 거세다. 영원한 1위일 것 같았던 프랑스산 화장품이 밀려나고 그 자리를 한국산 제품이 차지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글로벌 흥행은 한류를 주류 문화로 격상시켰다. CNBC 등 현지 주요 외신은 한국 화장품이 미국 시장의 중심부에 진입했다고 평가하며, 올해 미국 내 K-뷰티 매출이 전년 대비 37% 성장한 약 20억 달러, 한화 약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시장 성장률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가운데 K-뷰티만이 독보적인 단독 질주를 이어가는 형국이다.
MZ세대의 디지털 놀이터와 유통 공룡의 응답
이러한 폭발적 성장의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K-뷰티 소비자의 75%를 차지하는 이들은 틱톡을 통해 인플루언서의 리얼한 후기를 접하고 이를 즉각적인 구매로 연결한다. 과거 소수 매니아층에 국한됐던 1차 열풍과 달리, 현재의 2차 물결은 규모와 속도 면에서 압도적이다.
미국 유통 시장의 큰 손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400개 매장을 보유한 울타 뷰티는 ‘K-뷰티 월드’ 섹션을 신설했으며, 세포라(Sephora)는 맨해튼 타임스퀘어 매장에 전용 벽면을 마련했다. 월마트와 코스트코 역시 에센스, 세럼 등 한국산 기초 화장품 진열을 대폭 확대하며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마저 K-뷰티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예고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며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전략을 택했다. 품질은 하이엔드급이되 가격은 합리적인 ‘갓성비’ 전략이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한 핵심 동력이 된 셈이다.

내년에는 한국 뷰티의 성지인 올리브영이 LA에 첫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어서 현지 유통 시장의 지각변동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소비재를 넘어 미국의 일상이 되다
이제 K-뷰티는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의 신뢰도와 문화적 동경이 결합된 하나의 생활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뷰티 지형도는 한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현지화된 제품 개발과 지속적인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 한류라는 거대한 파도를 타고 태평양을 건넌 K-뷰티의 질주는 이제 막 정점에 달하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