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스라엘인 109명이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 경내에 진입해 종교의식을 거행했다. 이슬람 재단 측은 이들이 서쪽 무가르비 문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들어왔으며, 이는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불법적 침범이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2003년부터 이슬람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진입을 허용해 왔다. 팔레스타인 측은 이번 사건을 동예루살렘의 이슬람 정체성을 지우고 유대화를 추진하려는 이스라엘의 전략적 시도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알아크사 사원을 포함한 해당 지역에서 아랍 및 이슬람의 색채를 없애고 유대인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지속적인 침범 행위의 배경에는 이스라엘 경찰의 장기적인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이스라엘 경찰은 예루살렘 이슬람 재단청의 거듭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3년 이후 이스라엘인들의 알아크사 사원 진입을 묵인해 왔다. 이번 사건 역시 경찰의 호위 아래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예루살렘의 심장, 알아크사에서 들려오는 묵음의 절규
인류 역사상 가장 신성하고도 위태로운 도시, 예루살렘. 그곳의 심장부에는 알아크사 모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 수 세기 동안 무슬림들의 영혼을 어루만져온 이 성스러운 공간은,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지 않는 곳에서 매일 같이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 109명의 이스라엘인이 알아크사 경내에 진입하여 종교의식을 거행한 사건은 단순한 뉴스의 단신으로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이 작은 사건의 이면에는 예루살렘의 정체성과 미래를 둘러싼 거대하고도 은밀한 갈등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경찰의 보호 아래 진행된 '의식', 그 불편한 진실
이스라엘인들이 알아크사 경내에 진입하여 종교 의식을 거행한 것은 결코 우발적인 일이 아니다. 이들의 행렬은 이스라엘 경찰의 철통같은 보호 아래, 마치 공식적인 행사의 일부처럼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2003년 이후, 이스라엘 경찰은 성지의 관리를 맡고 있는 예루살렘 이슬람 와크프(Waqf)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인들의 알아크사 진입을 지속적으로 허용해왔다. 이는 특정 종교 집단의 일탈 행위가 아니라, 국가 권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비호하는 정책적 차원의 문제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당당하게 성소에 들어선 이들의 모습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방문이 아닌, 그들의 정체성과 존엄성에 대한 공권력 차원의 침해로 받아들여진다. 국가가 특정 종교 집단의 편에 서서 다른 종교의 신성한 공간을 침범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순간, 그곳은 더 이상 평화와 공존의 장소가 아닌 갈등과 증오의 진원지가 되고 만다.
'유대화'라는 이름의 소리 없는 전쟁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인들의 반복적인 알아크사 진입을 단순한 종교 행위로 보지 않는다. 그들에게 이것은 동예루살렘을 '유대화'하고, 도시 곳곳에 스며있는 아랍과 이슬람의 색채를 지우려는 이스라엘의 치밀한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유대화'란 단순히 인구 구성의 변화를 넘어, 도시의 역사와 문화, 종교적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뒤바꾸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알아크사 모스크는 예루살렘의 이슬람 정체성을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이곳에 대한 이스라엘인들의 지속적인 진입과 종교 의식 거행은, 결국 이 도시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힘으로 보여주려는 상징적인 행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이 '의식'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역사 속에서 자신들의 흔적을 지우려는 시도로 다가온다. 그것은 총성 없는 전쟁이며, 보이지 않는 폭력이다.
'현상 유지'의 붕괴, 그리고 다가오는 파국
이번 사건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스라엘인들이 알아크사 경내에서 종교 의식을 거행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현상 유지(status quo)' 원칙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현상 유지' 원칙은 비무슬림의 알아크사 방문은 허용하되, 기도나 종교의식은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예루살렘의 복잡하고 민감한 종교적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합의였다. 하지만, 이 원칙이 무너지고, 특정 종교 집단이 다른 종교의 성소에서 자신들의 의식을 거행하는 것이 일상화된다면, 예루살렘은 겉잡을 수없는 혼란과 폭력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알아크사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히 종교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예루살렘이라는 도시의 정체성,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존권, 그리고 중동 평화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다. 국가가 공인하는 일상적인 침범 행위가 어떻게 '현상 유지'라는 평화의 둑을 무너뜨리고, 거대한 갈등의 쓰나미를 불러올 수 있는지 우리는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