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2025 대한민국 자율주행 기술 생태계 심층 분석 보고서: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모색하는 새로운 도약

전환점에 선 한국 자율주행 산업

제네시스 G90 및 기아 EV9의 HDP 도입 지연 분석

법적·제도적 과제

1. 전환점에 선 한국 자율주행 산업

2025년 12월, 대한민국의 자율주행 기술 및 모빌리티 산업은 중대한 역사적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정부와 민간이 합심하여 그려온 '2027년 레벨 4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라는 국가적 목표는 이제 구체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실증의 단계로 진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기술의 진보는 장밋빛 전망과 냉혹한 현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단순한 이동 수단의 혁신을 넘어, 인공지능(AI), 반도체, 통신(5G/6G), 스마트 시티 인프라가 총망라된 4차 산업혁명의 결정체로 정의된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의 경쟁력은 곧 국가의 미래 기술 주권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2025년 현재 한국 자율주행 산업의 현주소를 완성차(OEM)의 상용화 현황, 소프트웨어 및 플랫폼 기술의 진화, 모빌리티 서비스(MaaS)의 공공 도입 실태,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부품 및 법·제도 인프라 등 다각적인 층위에서 정밀하게 분석하고자 한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레벨 3 기술인 HDP(Highway Driving Pilot) 도입 지연 사태가 시사하는 기술적·사회적 함의를 깊이 있게 파고들고, 중국 등 경쟁국들의 급진적인 데이터 축적 전략과 대비되는 한국의 규제 환경을 조명함으로써, 향후 한국이 나아가야 할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1.1 시장 성장 전망과 거시적 환경

한국의 자율주행차 시장은 양적인 측면에서 폭발적인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2020년 1,509억 원 수준에서 시작하여 연평균 약 40.0%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1 이러한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2035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26조 2,000억 원에 이르러,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기간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구분

2020년 (실적)

2025년 (전망)

2030년 (전망)

2035년 (전망)

시장 규모 (한국)

1,509억 원

약 3조 6,193억 원

약 15조 3,404억 원

약 26조 1,794억 원

레벨 3 비중

미미함

초기 확산 단계

보편화 단계

성숙 단계

레벨 4 비중

실증 단계

시범 서비스 확대

부분 상용화

본격 상용화

 

에 근거한 위 데이터는 한국 시장이 2025년을 기점으로 초기 태동기를 지나 본격적인 성장기(Growth Phase)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적 전망은 기술적 난제와 제도적 미비점이 해결되었을 때 달성 가능한 시나리오다. 2025년 현재,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기술 패권국 사이에서 고유의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넛크래커(Nut-cracker)'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웨이모(Waymo)가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완전 무인 로보택시를 일상화하고, 중국의 바이두(Baidu)가 베이징과 우한에서 수억 킬로미터의 주행 데이터를 쓸어 담는 동안, 한국은 여전히 레벨 3 양산차의 출시 시점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2. 완성차(OEM) 기업의 자율주행 상용화 현황과 딜레마

대한민국 자율주행 산업의 중추인 완성차 업계,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은 2025년 한 해 동안 기술적 완성도와 상업적 안전성 사이에서 깊은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 레벨 2 수준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으나, 운전 주체와 책임 소재가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레벨 3 이상의 단계에서는 예상보다 높은 장벽에 부딪혔다.

 

2.1 제네시스 G90 및 기아 EV9의 HDP 도입 지연 분석

현대자동차그룹이 야심 차게 준비해 온 레벨 3 자율주행 기술, HDP(Highway Driving Pilot)의 도입 지연은 2025년 한국 자동차 업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제네시스 G90와 기아 EV9 GT-Line 모델을 통해 2023년부터 상용화되었어야 할 이 기술은 2025년 말 현재까지도 일반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2.1.1 속도 상향의 기술적 난제와 안전성 확보

HDP 도입 지연의 표면적인 이유는 '최고 속도 상향'에 따른 기술적 난이도 증가다. 초기 현대차그룹은 국제 안전 기준에 맞춰 시속 60km 이하의 정체 구간에서만 작동하는 조건부 레벨 3 기술을 선보이려 했다.2 그러나 시속 60km라는 제한은 실제 고속도로 주행 환경에서 효용성이 극히 낮다는 시장의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목표 속도를 시속 80km, 나아가 100km까지 상향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문제는 속도가 올라갈수록 센서가 감지해야 할 거리와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 그리고 제어 시스템의 반응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시속 80km 이상으로 주행하는 차량이 전방의 돌발 상황(예: 낙하물, 급정거 차량, 끼어들기)을 인지하고 안전하게 제동하거나 회피하기 위해서는 기존 레벨 2 시스템보다 훨씬 더 정밀한 라이다(LiDAR), 레이더(Radar), 카메라(Camera)의 센서 퓨전(Sensor Fusion) 기술이 요구된다. 2025년형 G90 테스트카에서 전면부 그릴에 라이다 센서가 장착된 모습이 포착되었으나, 이는 하드웨어적인 준비일 뿐, 다양한 악천후와 복잡한 도로 상황(야간 우천 시 차선 인식 저하 등)에서 99.999%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소프트웨어 로직 완성에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2.1.2 기아 EV9 GT-Line 옵션 취소 사태의 시사점

기아의 플래그십 전기 SUV인 EV9 GT-Line의 경우, HDP 기능 탑재를 전제로 742만 원이라는 구체적인 옵션 가격까지 책정하여 사전 예약을 받았다. 그러나 결국 기술적 완성도 부족과 상용화 시점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해당 기능을 백지화하고, 옵션 비용을 환불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출시 연기가 아니라, 기존의 완성차 개발 프로세스로는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다. 레벨 2까지는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할 의무가 있어 시스템 오류 발생 시 책임이 운전자에게 귀속되지만, 레벨 3부터는 시스템 작동 중 사고 발생 시 제조사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5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아직 완벽하지 않은 기술을 성급히 출시하여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리콜 사태나 인명 사고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는, 출시를 늦추더라도 완벽한 안전성을 확보하는 '보수적인 접근'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2.2 SDV(Software Defined Vehicle) 대전환과 42dot의 부상

개별 차량의 HDP 탑재가 지연되는 동안, 현대차그룹은 보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드웨어 중심의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 방식에서 벗어나,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차량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로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2.2.1 42dot의 자율주행 통합 솔루션

이러한 SDV 전략의 최전선에는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이 있다. 42dot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통합 솔루션 '아름(Areum)'과 모빌리티 플랫폼 'TAP!'을 통해 자율주행 생태계를 수직 계열화하고 있다.6

기술 철학의 차별화: 42dot은 고가의 라이다 센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식 대신, 카메라와 레이더 중심의 센서 퓨전 기술과 경량화된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는 접근 방식을 취한다. 이는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자율주행 기술의 대중화를 앞당기려는 전략으로, 테슬라의 '비전 온리(Vision Only)' 방식과 유사하면서도 한국의 복잡한 도심 환경에 최적화된 독자적인 알고리즘을 구축하고 있다.

통합 플랫폼 TAP!: 42dot은 서울 상암동 등에서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를 운영하며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량 호출부터 배차, 관제, 결제까지 아우르는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TAP!'을 고도화하고 있다.6 이는 향후 현대차그룹이 제조사를 넘어 '모빌리티 서비스 프로바이더'로 전환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인프라가 될 것이다.

 

3. 모빌리티 서비스(MaaS) 및 공공 인프라 구축 현황

개인 소유 자율주행차(B2C)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공공 서비스와 대중교통 영역(B2G/B2B)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이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특히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 수단에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교통 소외 지역 해소와 심야 이동권 보장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결합하여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3.1 서울시: 글로벌 자율주행 실증의 테스트베드

2025년 서울시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대중교통 테스트베드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기술 과시용 시범 운행을 넘어, 실제 시민들이 요금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유상 운송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3.1.1 심야 자율주행 버스와 민생 맞춤형 서비스

서울시는 2025년 6월, 동작구에서 '자율주행 마을버스(동작A01)' 운행을 시작한 데 이어, 10월부터는 동대문구(동대문A01)와 서대문구(서대문A01) 등으로 운행 노선을 대폭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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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시민 만족도: 동작구 노선의 경우 이용자 만족도가 90%를 상회할 정도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는 대학가(숭실대~중앙대)와 주거 밀집 지역을 연결하며 기존 대중교통의 사각지대를 효과적으로 보완했기 때문이다.

심야 이동권 보장: 합정에서 동대문을 잇는 심야 자율주행 버스는 운전 기사 구인난으로 인해 축소되던 심야 대중교통망을 기술로 복원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이 버스들은 심야 시간대에도 안정적인 배차 간격을 유지하며 시민들의 귀갓길을 책임지고 있다.

 

3.1.2 강남 도심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울 강남구 일대(역삼, 대치, 도곡, 삼성동)에서는 국내 최초의 '심야 자율주행 택시'가 운행 중이다. 평일 밤 11시부터 익일 새벽 5시까지 운영되는 이 택시는 약 8개월간 4,200건 이상의 탑승 실적을 기록하면서도 '무사고' 운행을 달성했다.8 강남이라는 극도로 복잡한 도심 교통 환경에서 야간 자율주행의 안전성을 입증했다는 점은 기술적으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앱을 통해 일반 택시처럼 호출할 수 있는 편리함 덕분에 이용자들의 재이용률 또한 높게 나타나고 있다.

 

3.2 지방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의 명암(明暗)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 상용화를 촉진하기 위해 전국 고속도로 44개 노선과 주요 도심을 시범운행지구로 지정하는 등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각 지자체의 재정 상황과 추진 의지에 따라 그 성과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성공 모델 (대구, 세종): 대구광역시는 테크노폴리스와 수성알파시티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실증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 연구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과 실증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기업들에게 테스트베드를 제공하여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실패 및 정체 사례 (인천): 반면, 인천시는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자율주행 실증 사업이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2025년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자율주행 셔틀 운영비 전액이 삭감되면서, 송도 및 영종도 등에서 계획했던 실증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부 운영 성과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E등급)을 받는 등, 국비 지원 종료 이후 지자체의 자생력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 사례다.11 이는 자율주행 인프라 구축이 중앙 정부의 지원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3.3 C-ITS(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 인프라 구축의 지연

자율주행차의 센서(눈)가 가진 한계를 보완해 주는 통신 인프라(귀), 즉 C-ITS 구축 사업은 통신 방식 표준화 논란으로 인해 귀중한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LTE-V2X 단일 표준 확정: 2024년, 과기정통부와 국토부는 오랜 논쟁 끝에 Wi-Fi 기반의 WAVE 방식 대신 이동통신 기반의 LTE-V2X를 C-ITS 단일 통신 표준으로 확정했다.12 이는 커버리지가 넓고 고속 주행에 유리한 LTE-V2X의 기술적 우위를 인정한 결정이었다.

구축 지연의 여파: 그러나 표준 확정 이후에도 전국망 구축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5년 예산 반영 과정에서 본사업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고속도로 전 구간 구축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13 C-ITS 인프라가 미비할 경우, 자율주행차는 오로지 자체 센서에만 의존해야 하므로 돌발 상황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레벨 4 상용화를 지연시키는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4. 자율주행 기술 생태계: 부품 및 반도체의 국산화 성과

완성차 및 인프라 구축의 어려움 속에서도, 자율주행의 핵심 부품인 라이다(LiDAR) 센서와 AI 반도체 분야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눈부신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는 한국 자율주행 산업의 기초 체력이 튼튼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다.

 

4.1 라이다(LiDAR) 센서의 기술 독립: 에스오에스랩(SOSLAB)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라이다 센서는 그동안 벨로다인(Velodyne) 등 해외 기업들이 시장을 독점해 왔다. 그러나 국내 스타트업 '에스오에스랩'은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러한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고정형(Solid-state) 라이다 기술: 에스오에스랩은 모터로 회전하는 기존 기계식 라이다의 단점(낮은 내구성과 비싼 가격)을 극복한 '고정형 라이다' 기술을 상용화했다. 반도체 칩 형태로 라이다를 구현함으로써 양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차량 디자인 일체감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성과 및 확장성: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과 200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2025년 코스닥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생산 라인을 확충하고 있다.15 차량용 센서뿐만 아니라 스마트 팩토리, 보안 관제 시스템 등 산업용 라이다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4.2 차량용 AI 반도체의 유니콘 탄생: 리벨리온-사피온 합병

자율주행차의 '두뇌'에 해당하는 AI 반도체(NPU) 분야에서는 2025년 국내 산업계 최대의 빅딜이 성사되었다. SK텔레콤의 자회사 '사피온'과 유망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합병하여 기업가치 1조 3,000억 원 규모의 통합 법인 '리벨리온'이 출범한 것이다.

합병의 전략적 의미: 이번 합병은 엔비디아(NVIDIA)가 독점하고 있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 대항하기 위한 '국가대표 연합팀'의 결성으로 평가받는다. 리벨리온의 뛰어난 칩 설계 능력과 사피온이 보유한 통신사 기반의 데이터센터 인프라 및 SK그룹의 자본력이 결합됨으로써 강력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차세대 NPU '리벨(REBEL)': 합병 법인은 데이터센터용 칩 '아톰(ATOM)'의 성공에 이어, 차세대 NPU '리벨'을 통해 자율주행 추론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실시간으로 방대한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므로 전력 소모는 적으면서도 연산 성능이 뛰어난 NPU가 필수적이다. '리벨'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생산될 예정이며, 향후 국산 자율주행차에 국산 두뇌가 탑재되는 '기술 자립'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5. 글로벌 경쟁력 비교 분석: '넛크래커' 위기와 데이터 격차

한국 자율주행 기술의 수준을 냉정하게 평가하면, 선도국인 미국과 급부상하는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위기에 처해 있다. 2024년 국가기술수준평가 결과,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미국의 90%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기술 격차는 약 1.0~1.4년으로 평가되었다.19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중국이 한국을 추월하여 미국, EU에 이은 세계 3위권의 기술 강국으로 도약했다는 사실이다.

 

5.1 데이터 전쟁: 중국의 압도적인 물량 공세

자율주행 AI의 성능은 학습 데이터의 양과 질이 결정한다. 이 '데이터 전쟁'에서 한국은 중국에 압도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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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인해전술'식 데이터 축적: 중국의 대표적인 자율주행 기업 바이두(Baidu)의 로보택시 서비스 'Apollo Go'는 2025년 2분기에만 220만 회 이상의 완전 무인 주행 서비스를 제공했다. 누적 자율주행 거리는 수억 킬로미터에 달하며, 우한 등 주요 도시에서는 완전 무인 택시가 24시간 도심을 누비고 있다.21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규제 완화 하에 수집된 이 방대한 주행 데이터는 엣지 케이스(Edge Case: 희귀하고 복잡한 도로 상황) 학습에 활용되어 알고리즘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한국의 데이터 족쇄: 반면,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규제로 인해 자율주행차량이 수집하는 영상 데이터의 사람 얼굴이나 차량 번호판을 모자이크(가명) 처리해야만 활용할 수 있었다. 국토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원본 영상 대신 가명 처리된 영상을 사용할 경우 AI의 보행자 및 차량 인식 정확도가 최대 25%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3 이는 한국 기업들이 경쟁국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기술을 개발해 왔음을 의미한다. 2025년 정부가 뒤늦게 연구 목적의 원본 영상 활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제 개선에 나섰으나, 이미 벌어진 데이터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5.2 비교표: 한·중·미 자율주행 경쟁력 현황

비교 항목

한국 (Korea)

중국 (China)

미국 (USA)

기술 수준 (미국=100)

약 90% (추격 그룹)

약 92% (선도 그룹 진입)

100% (최고 수준)

상용화 단계

레벨 3 지연 / 레벨 4 실증

레벨 4 로보택시 대규모 상용화

레벨 4 로보택시 상용화 (SF, LA, PHX)

주요 플레이어

현대차, 42dot, 에스오에스랩

바이두, Pony.ai, AutoX

Waymo, Tesla, Cruise, Zoox

데이터 규제

엄격 (최근 완화 추진)

매우 완화 (정부 주도 지원)

기업 자율성 보장

강점 분야

5G 통신망, 배터리, 메모리

데이터 규모, 정부 지원, AI 응용

원천 기술, 소프트웨어, 자본력

 

6. 법적·제도적 과제: 책임과 윤리의 딜레마

기술이 준비되어도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율주행차는 도로 위를 달릴 수 없다. 한국은 2020년 세계 최초로 레벨 3 안전 기준을 제정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으나, 사고 발생 시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르는 법적·보험적 장치는 여전히 미완성 상태다.

 

6.1 사고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레벨 3 자율주행 중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1차적인 배상 책임은 차량 소유자(운행자)에게 있다고 규정한다. 이후 차량의 결함이 입증될 경우 제조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구조다.24 그러나 일반 소비자가 복잡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의 결함을 입증하여 대기업인 제조사에 책임을 묻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명확한 면책 조항이 부재한 상황에서 레벨 3 차량을 판매했다가 대형 사고가 발생할 경우, 천문학적인 배상금과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감당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와 보험 적용 범위가 불명확한 상황에서는 자율주행 서비스로의 전환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25 이는 기술 개발 속도에 비해 입법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 지체(Regulatory Lag)' 현상의 전형이다.

 

6.2 2027년 레벨 4 상용화 목표의 현실성

정부는 2027년까지 레벨 4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 실증도시 조성, 데이터 규제 완화, 통신 인프라 확충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약속했다.23 그러나 현재 레벨 3 상용화조차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과 2년 뒤인 2027년에 레벨 4 시대를 열겠다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목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진정한 레벨 4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윤리적 딜레마(예: 트롤리 딜레마)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이를 반영한 법체계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7. 위기 속의 기회: 'K-자율주행'의 수출 전략화

내수 시장의 한계와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한국 자율주행 산업은 '수출'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완성차 수출을 넘어,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과 '인프라'를 패키지로 수출하는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7.1 네이버랩스의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 트윈 수출

네이버는 자사의 기술 연구 조직인 네이버랩스를 통해 축적한 고정밀 지도(HD Map) 및 디지털 트윈 기술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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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개요: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MOMRAH) 및 초대형 신도시 프로젝트 '뉴 무라바(New Murabba)'와 협력하여, 사우디 주요 5개 도시에 대한 3D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한다.26

의의: 이는 단순히 IT 서비스를 수출하는 것을 넘어, 네이버 1784 사옥에서 검증된 로봇, 자율주행, 클라우드, 공간 지능 기술이 하나의 '솔루션'으로 수출되는 사례다. 한국이 자율주행 '차량' 자체의 경쟁력은 다소 뒤처질지라도, 자율주행을 운용하는 데 필수적인 '공간 정보'와 '디지털 인프라' 기술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이는 향후 중동 및 동남아시아 스마트 시티 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어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이다.

 

8. 결론 및 정책 제언

2025년 대한민국의 자율주행 산업은 '성장통'을 겪고 있다. 기술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사라지고, 안전과 수익성, 법적 책임이라는 현실적인 과제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현대차그룹의 HDP 지연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제조업의 특성상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나, 그사이 경쟁국들은 데이터를 무기로 저만치 앞서나가고 있다.

그러나 비관하기에는 이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 강력한 반도체 생태계, 그리고 우수한 대중교통 운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에스오에스랩, 리벨리온, 42dot과 같은 혁신 기업들이 기술의 빈틈을 메우고 있으며, 네이버의 사례처럼 소프트웨어와 인프라 기술 수출이라는 새로운 길도 열리고 있다.

한국 자율주행 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3가지 제언:

규제 혁신의 속도전: 데이터 수집 및 활용에 대한 규제 완화는 선언적 수준을 넘어, 기업들이 현장에서 즉각 체감할 수 있는 속도로 진행되어야 한다. 연구 목적의 영상 데이터 활용을 전면 개방하고, 네거티브 규제 방식의 실증 특례를 확대해야 한다.

공공 중심의 초기 수요 창출: 민간 시장(B2C)이 열리기 전까지는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 버스, 청소차, 순찰차 등 공공 영역(B2G)에서 자율주행차의 확실한 수요처가 되어주어야 한다. 이는 기업들에게 트랙 레코드(Track Record)를 제공하고 기술을 고도화할 기회를 줄 것이다.

'시스템 수출'로의 패러다임 전환: 완성차 판매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C-ITS 인프라, 관제 시스템, 디지털 트윈 지도, 자율주행 서비스를 묶은 '패키지형 수출'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제조 경쟁력이 약화되는 시점에서도 한국이 모빌리티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2025년은 한국 자율주행 산업이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의 한계를 벗어나 독자적인 생존 모델을 확립해야 하는 골든타임이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민·관의 지혜와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작성 2025.12.25 12:07 수정 2025.12.25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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