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TOPIK 디지털 전환 논의와 과제
교육부와 국립국제교육원은 한국어능력시험(TOPIK)의 디지털 전환을 둘러싼 논란과 사회적 우려를 반영해 기존 추진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정부 주도의 공공형 디지털 전환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12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한국어능력시험 디지털 전환 기본계획 수정 시안’을 공개하며 각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TOPIK 디지털 전환 논의는 시험 응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데서 출발했다.
한국어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해외 응시국과 응시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고, 2025년 기준 응시자는 56만 명을 넘어섰다.
시험 시행 지역 역시 국내외를 합쳐 367곳에 이르러 기존 종이시험 중심 운영 방식으로는 안정적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국립국제교육원은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 민간 주도의 디지털 전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의 민간투자형 소프트웨어 사업을 통해 디지털 평가 체제 구축을 추진했다.
그러나 한국어 교육 학계와 현장에서는 시험 운영을 민간에 맡길 경우 시험의 공공성과 공신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시험이 특정 기업의 수익 구조에 종속될 가능성과 교육 생태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이 같은 반발 속에서 교육부와 국립국제교육원은 지난 11월 국회 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고, 온·오프라인으로 약 300명이 참여해 기존 민간 주도 방식에 대한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 결과 정부는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 자체는 유지하되, 추진 방식과 범위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정책 수정에 나섰다.
이번에 공개되는 수정 시안의 핵심은 ‘정부 주도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채택이다.
민간 자본 중심의 사업 구조를 폐기하고, 정부가 시험 운영과 관리의 책임을 직접 맡아 공공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디지털 전환의 범위도 기존의 평가·학습 체계 전반에서 평가 체계로 한정해 시험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도록 했다.
다만 민간의 기술력은 적극 활용한다. 수정안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문제은행 구축과 지능형 자동채점 시스템 도입이 포함됐다.
출제 과정에서는 문항 메타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AI 문항 생성과 문항 공모를 병행해 다회차 시험 운영이 가능한 문항 풀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채점 단계에서는 자동채점 시스템의 신뢰도를 지속적으로 검증해 인간 채점자와의 일치도를 관리하겠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응시 환경 개선 역시 주요 과제다.
정부는 종이시험(PBT)과 인터넷 기반 시험(IBT)을 병행하면서 지역별 시험 환경을 고려해 IBT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접근성 확대를 위해 기초 단계 시험부터 ‘TOPIK 홈테스트’를 시범 도입하고, 향후 안정성을 검증해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한상신 국립국제교육원 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어의 세계적 위상에 걸맞게 평가 체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며 “시험의 공공성을 지키면서도 디지털 혁신을 통해 전 세계 한국어 학습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청회는 디지털 전환을 둘러싼 정책 방향을 공식적으로 조정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제시한 공공형 디지털 전환 모델이 시험의 신뢰성을 유지하면서도 급증하는 글로벌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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