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화진해수욕장은 ‘끝난 바다’로 불렸다.
7번 국도의 상징이던 화진휴게소가 철거된 뒤, 사람의 발길은 급격히 줄었다. 도로는 한산해졌고, 해변은 여전히 푸르렀지만 머무는 이는 없었다. 상권은 무너졌고, 일부 주민들은 “이 동네의 시간은 그때 멈췄다”고 회상한다. 지역 언론에서도 이곳은 오랫동안 ‘조용한 해변’의 대명사로 불렸다.
그러나 최근 화진해수욕장의 풍경은 확연히 달라졌다.
주말이면 주차장이 가득 차고, SNS에는 “포항에서 꼭 들러야 할 바다”라는 후기가 이어진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예상과 달리 대규모 개발이 아닌, 포항 오션뷰 카페를 중심으로 한 체류형 공간의 등장이 있었다.
■ 문제는 ‘볼거리’가 아니라 ‘머무를 이유’였다
화진해수욕장이 쇠락한 이유는 바다가 사라져서가 아니었다.
머물 공간, 쉬어갈 이유, 시간을 보낼 장소가 없어진 것이 핵심 문제였다. 이 공백을 가장 먼저 메운 곳이 2019년 문을 연 슬로우오션 풀빌라다. 이 숙소는 화려한 홍보 대신 바다를 정면으로 담아내는 구조, 24시간 온수풀, 조용한 휴식을 전면에 내세웠다.
슬로우오션 풀빌라는 해변에서 밤마다 불이 꺼지지 않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었다. 주민들은 “사람이 없어도 불은 늘 켜져 있었다”고 말한다. 이 지속성은 여행객에게 신호가 됐다. ‘이 바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였다.
■ 체류가 시작되자, 공간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슬로우오션 풀빌라를 찾은 방문객들의 후기는 빠르게 확산됐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쉬어지는 곳”, “사람이 없어 더 좋았던 바다”라는 평가는 화진해수욕장의 이미지를 바꿨다. 이 흐름 위에 포항 오션뷰 카페가 하나둘 등장했다.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구조, 오래 머물 수 있는 좌석, 가족 단위 방문객까지 포용하는 공간 설계가 더해졌다.
특히 최근 대형 포항 오션뷰 카페 아우로라가 문을 열면서 변화는 가속화됐다. 주말마다 만차가 이어졌고, 카페를 찾은 방문객들은 자연스럽게 해변으로 내려왔다. 커피 한 잔이 체류 시간을 늘렸고, 체류는 다시 숙소 예약과 재방문으로 이어졌다.
■ 주민도 움직였다… 공간을 지키는 마지막 퍼즐
사람이 늘자 주민들의 태도도 바뀌었다.
솔밭을 정리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해변을 스스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지시가 아닌 자발적인 움직임이었다. 잘 정돈된 해변, 조용하지만 불편하지 않은 공간은 여행객의 감성과 맞아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슬로우오션 풀빌라는 지속적인 유입을 담당했고, 포항 오션뷰 카페는 머무는 시간을 늘렸으며, 주민들은 공간의 완성도를 높였다. 하나의 시설이 아닌, 역할이 분담된 구조였다.
■ 해답은 거창한 개발이 아니었다
화진해수욕장의 회복은 ‘대규모 관광지 조성’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난 사례다.
볼거리를 억지로 만들지 않았고, 사람을 몰아넣지도 않았다. 대신 머무를 수 있는 숙소, 쉬어갈 수 있는 포항 오션뷰 카페, 그리고 조용히 공간을 지켜낸 주민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지금 화진해수욕장은 여행 플랫폼에서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바다”,
“포항에서 가장 여유로운 해변”으로 다시 불리고 있다.
전성기는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다만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잊혀졌다 여겨졌던 바다는 다시 사람을 불렀다.
그 출발점에는 불을 끄지 않았던 슬로우오션 풀빌라가 있었고,
그 흐름을 확장시킨 선택지로 포항 오션뷰 카페가 자리했다.
화진해수욕장의 변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