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요한 아름다움에 빠지다
— 100점의 유물이 들려주는 마음의 이야기
요즘은 불멍, 물멍, 달멍처럼 ‘멍’이 하나의 휴식 방식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형태의 ‘멍’이 등장했다. 바로 ‘유물멍’이다.
《유물멍: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국립중앙박물관 편집부, 세종서적)은
단순히 오래된 유물을 감상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역사의 물건을 통해 ‘지금의 나’를 위로받는 시간 여행서에 가깝다.
달항아리의 넉넉한 곡선, 자개의 별빛 같은 반짝임,
천 년을 건너온 토우의 표정 하나하나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괜찮아요, 천천히 가도 돼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유물멍》은 국립중앙박물관 뉴스레터 〈아침 행복이 똑똑〉에서 시작되었다.
박물관 큐레이터들이 전시품에 대한 애정을 담아 소개하던 글은
어느새 10만 명의 독자가 읽는 ‘감성 콘텐츠’가 되었다.
이 책에는 9개 주제 아래 100점의 유물이 실려 있다.
청자, 백자, 금동, 나전칠기, 토우, 괘불, 옛 그림 등
각 시대의 정수를 담은 작품들이
사람들의 사연과 함께 다시 살아난다.
예를 들어 ‘백자 필통’을 보고
할아버지의 도자기 필통을 떠올리는 손주의 이야기,
‘오리모양 토기’를 통해
죽은 이를 떠나보내던 신라인의 마음을 읽는 순간은
읽는 이를 절로 멈추게 한다.
이 책은 단순히 미술사적 가치나 조형미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유물이 사람의 감정을 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박물관 속 사물들이 생명을 얻고, 이야기가 되고, 위로가 된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미지의 정갈함’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공식 도판을 180도로 펼쳐볼 수 있게 제본하여
마치 눈앞에서 유물을 감상하는 듯한 생생함을 준다.
글과 사진의 조화는 마치
큐레이터의 설명과 관람객의 감상이 교차하는 순간처럼 다정하다.
특히 어린이들의 그림이 곳곳에 수록되어
순수한 시선이 더해진다.
사진 속 달항아리의 하얀 곡선은 고요함 그 자체이고,
자개함의 반짝임은 밤하늘의 별처럼 우리를 끌어당긴다.
읽는 이의 눈길은 어느새 페이지가 아니라 시간의 틈으로 향한다.
《유물멍》은 ‘역사를 공부하는 책’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책’이다.
유물 하나하나에 깃든 이야기는 결국
“사람이 남긴 마음의 흔적”이다.
그 흔적이 지금의 우리에게 다가와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게 한다.
어쩌면 우리는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 멍을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 멍을 하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한 해의 끝자락,
고요히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가장 따뜻한 예술서다.
책장을 덮고 나면,
당신도 언젠가 박물관의 유리장 너머에서
자신만의 ‘최애 유물’을 만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