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대 일대의 한 부대찌개 전문점은 요즘 풍경이 낯설지 않다. 테이블을 채운 손님의 대부분이 한국어 대신 영어와 유럽 언어로 대화를 나눈다. 하루 평균 방문객 가운데 상당수가 해외 관광객이며, 특정 시간대에는 손님 열 명 중 여덟 명 이상이 외국인인 날도 있다. 한국인의 일상 음식으로 여겨졌던 부대찌개가 이제는 관광 일정에 포함되는 필수 체험 메뉴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소시지, 햄, 치즈, 라면사리 등 서로 다른 배경의 재료가 한 냄비에서 끓어오르는 부대찌개는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보인다. 그러나 한 숟갈을 뜬 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짠맛과 매운맛, 고소함이 겹겹이 쌓인 풍미가 예상 밖의 균형을 이룬다는 평가다. 푸짐한 구성과 부담 없는 가격 또한 여행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부대찌개를 둘러싼 상징적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독일 출신 관광객이 한글로 적힌 부대찌개 조리 과정을 허벅지에 문신으로 새긴 사연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확산된 것이다. 특정 음식의 레시피가 신체에 각인될 만큼 강렬한 경험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에서, 부대찌개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하나의 문화 코드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상 플랫폼에서도 열기는 이어진다. 이른바 ‘부대찌개 리액션’ 콘텐츠는 외국인 출연자가 첫인상의 혼란을 넘어 감탄으로 표정을 바꾸는 순간을 중심으로 높은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주한 미군 출신으로 백악관 셰프를 지낸 안드레 러시는 치즈와 양념, 햄이 만들어내는 조합을 높이 평가하며 부대찌개를 인상적인 음식으로 소개했다.
소비 지표 역시 변화를 증명한다. 홍대 관광객 특화 편의점 CU ‘라면 라이브러리’에서 판매 상위권에 오른 제품은 부대찌개 맛 라면이다. 한때 국내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으나 외국인 수요에 힘입어 다시 진열된 사례다. 일부 관광객은 라면에 마카로니를 더하는 구성 자체가 신선하다며 구매 이유를 설명했다.
이 흐름은 스팸의 이미지 변화로도 이어졌다. 과거 미국에서 저가 가공육으로 인식되던 스팸은 부대찌개 확산과 함께 재조명됐다. 영국의 BBC와 가디언은 한국식 찌개 문화가 스팸의 위상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식품기업 호멜푸드는 한국식 양념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하며 문화적 연결성을 강조하고 있다.
부대찌개의 확장은 현재진행형이다. 미군 부대 인근에서 탄생한 생존의 음식은 이제 지역 축제의 중심으로 진화했다. 의정부 부대찌개 축제에서는 피자, 타코, 우동, 김밥 등 다양한 변주 메뉴가 등장하며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태생부터 혼합과 응용의 산물이었던 만큼, 부대찌개의 확장 가능성은 제한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대찌개는 외국인 관광, 온라인 콘텐츠, 유통 상품을 아우르며 글로벌 음식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K-푸드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사례로 평가된다. 전쟁후의 궁핍에서 출발한 한 그릇은 이제 세계인이 경험하고 공유하는 음식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