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요와 조회수가 여론을 조종한다 — 가짜뉴스의 심리학
좋아요, 공유, 조회수.
오늘날 뉴스의 신뢰도를 판단하는 기준은 이 세 가지 숫자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많이 본 뉴스’가 곧 ‘진짜 뉴스’라는 착각이 지배하는 시대,
거짓 정보는 불붙은 듯 퍼지고, 진실은 그 뒤를 쫓느라 지쳐 버린다.
만프레트 타이젠의 『가짜 뉴스, 뭔데 이렇게 위험해?』는
가짜뉴스의 생성 원리와 심리적 유혹, 그리고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냉정하면서도 알기 쉽게 풀어낸다.
비록 청소년 교양서로 출간됐지만, 오늘날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어른들에게 더 절실한 교과서다.
타이젠은 묻는다. “왜 사람들은 가짜뉴스에 더 강하게 반응할까?”
그 답은 인간의 ‘확증 편향(confirmational bias)’에 있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보고, 믿지 않는 정보는 무시한다.
가짜뉴스 제작자들은 이 점을 정확히 이용한다.
그들은 분노와 공포를 자극하는 단어를 제목에 배치하고,
“공유하면 세상이 바뀐다”는 감정적 동기를 던져준다.
이 과정에서 SNS의 알고리즘은 감정을 증폭시키는 가속 장치로 작동한다.
결국 ‘좋아요’ 버튼 하나가 진실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셈이다.
이 책은 ‘필터버블(filter bubble)’과 ‘메아리방(echo chamber)’ 개념을 쉽게 설명한다.
한 번 클릭한 뉴스가 다음 뉴스를 결정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소통하면서
결국 다른 시각은 보이지 않게 되는 구조.
이것이 여론의 착시를 만든다.
타이젠은 이를 “디지털 시대의 집단 최면”이라 표현한다.
가짜뉴스는 이 환경에서 더욱 번성한다.
정치, 환경, 인권, 전쟁 등 사회적 쟁점을 왜곡하며,
‘진실처럼 보이는 거짓말’로 대중의 감정을 조종한다.
가짜뉴스의 피해는 단순히 ‘잘못된 정보’에 그치지 않는다.
그로 인해 누군가는 억울한 피해를 입고,
사회 전체의 신뢰가 무너진다.
타이젠은 과거 전쟁, 혐오, 차별이
어떻게 허위 정보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풍부한 사례로 설명한다.
“하나의 거짓말이 수천 년 동안 살아남는 이유는,
사람들이 그것을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의 이 문장은 가짜뉴스가 단순한 인터넷 해프닝이 아니라,
인류의 오래된 심리적 패턴임을 상기시킨다.
『가짜 뉴스, 뭔데 이렇게 위험해?』는 단순한 ‘가짜뉴스 안내서’가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
그리고 진실을 검증하는 습관에 대해 묻는다.
“좋아요”를 누르기 전, “공유”를 클릭하기 전,
한 번 더 의심하고 검색하라.
디지털 시대의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판단의 깊이다.
가짜뉴스는 언제나 존재하겠지만,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독자만이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
이 책은 그 출발점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