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는 스포츠에서 즐기는 스포츠로”
— 진짜 ‘스포츠의 주인’이 되는 법
현대인은 하루도 스포츠를 보지 않고는 살기 어렵다.
TV, 유튜브, 스트리밍 채널을 켜면 24시간 내내 축구, 야구, 올림픽, e스포츠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렇게 넘쳐나는 ‘보는 스포츠’의 시대에, 정작 우리가 스포츠의 주인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는 많지 않다.
『10대와 통하는 스포츠 이야기』(탁민혁·김윤진, 철수와영희, 2019)는
이 근본적인 물음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저자들은 스포츠를 둘러싼 거대한 소비 구조 속에서 우리가 점점 ‘관중’으로만 머무는 현실을 지적한다.
스포츠는 본래 몸으로 즐기고, 함께 느끼는 문화적 놀이였지만,
이제는 자본과 미디어가 만들어낸 이미지와 서사에 갇혀버렸다는 것이다.
이 책은 스포츠를 사회학의 언어로 읽는다.
예컨대 “올림픽 순위는 누가 정할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퀴즈가 아니다.
국가 간 경쟁 구도가 얼마나 정치적이고,
그 이면에 얼마나 많은 불평등과 권력이 작용하는지를 드러내는 통찰이다.
저자들은 또한 스포츠를 통해 ‘국가’, ‘민족’, ‘정체성’의 문제를 탐구한다.
영국이 월드컵에 네 개의 팀으로 출전하는 이유,
손흥민이나 무함마드 알리가 ‘국가대표’라는 이름 아래 감당해야 했던 상징의 무게를 보여준다.
스포츠는 경기장이 아니라 사회와 정치가 교차하는 무대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복싱 영웅 무함마드 알리의 이야기다.
그는 베트남전 징집을 거부하며 “흑인을 사람답게 대하지 않는 나라를 위해 싸울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 한마디로 그는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당했고, 수년간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역사는 그를 패배자로 기록하지 않았다.
알리는 스포츠의 ‘경쟁’이 아닌 ‘양심’의 가치를 일깨웠다.
저자들은 이 사례를 통해 스포츠가 도덕적 용기와 사회적 저항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링 위에서 상대를 쓰러뜨린 챔피언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싸운 인간으로 남았다.
책은 마라톤에 여성이 참여할 수 없었던 시대의 불합리함,
흑인 선수들이 육상에서 압도적인 이유에 숨은 역사적 맥락을 짚는다.
한 장의 사진이 마라톤의 역사를 바꾸고,
편견을 이겨낸 여성과 소수자들이 스포츠의 무대에서 당당히 설 수 있게 된 과정을 따라간다.
이 이야기들은 ‘스포츠’가 결코 중립적이지 않음을 말해준다.
스포츠의 규칙은 사회의 규범을 닮고,
편견의 벽이 무너질 때 경기의 규칙도 변한다.
스포츠는 결국 사회 진보의 거울이다.
『10대와 통하는 스포츠 이야기』는 제목과 달리 어른이 더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스포츠를 ‘소비’하는 시대에,
우리는 경기의 결과만 기억하고 그 과정의 의미는 잊기 쉽다.
저자들은 말한다.
“스포츠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먼저 스포츠를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그 눈은 단순한 팬의 열정이 아니라,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는 통찰의 눈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스포츠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스포츠가 만든 이야기의 관중으로 남아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