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전두측두엽치매, 서양 기준으로는 놓친다

조발성 치매 코호트 분석으로 드러난 한국인 특이 임상 양상

얼굴 인지는 같지만 행동 증상은 달랐다

한국형 전두측두엽치매 진단 기준 개발 가능성 제시

[류카츠저널] 한국인 전두측두엽치매, 서양과 다르다 사진=질병관리청

 

한국인 전두측두엽치매 환자의 임상 양상이 서양 환자와 뚜렷하게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기존 국제 진단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한국인 환자의 일부 유형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뇌질환 연구기반 조성 연구사업을 통해 구축한 한국인 조발성 치매 환자 코호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두측두엽치매의 임상 표현과 행동 특성이 서양과 상이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에는 국내 11개 병원에서 모집된 전두측두엽치매 환자 225명의 임상 정보와 뇌 자기공명영상 자료가 활용됐다.

 

전두측두엽치매는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서 발병하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기억력 저하보다 성격 변화, 감정 반응 둔화, 사회적 행동 이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 가운데 우측 측두엽변이 전두측두엽치매는 얼굴 인지와 감정 처리 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손상으로 인해 익숙한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정서 반응이 감소하는 특징을 보인다.

 

연구진은 서양에서 제안된 두 가지 우측 측두엽형 전두측두엽치매 진단 기준의 국내 적용 가능성을 검토했다. 네덜란드에서 제시된 진단 체계와 미국 연구진이 제안한 임상 기준을 한국인 환자 자료에 대입한 결과, 얼굴 인식 장애는 공통적으로 관찰됐으나 그 외 증상 구성에서는 차이가 확인됐다.

 

한국인 환자의 경우 기억력 저하, 우울 증상, 공감 능력 감소, 강박적 사고는 서양 환자보다 상대적으로 덜 나타났다. 반면 사회적 상황에서 충동적인 언행을 보이거나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탈억제 증상은 더 자주 관찰됐다. 이는 문화적 행동 특성과 임상 표현 방식의 차이가 진단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뇌 영상 분석에서도 얼굴 인식과 관련된 우측 측두엽과 방추회 부위의 위축 패턴이 한국인 환자에게서 명확히 확인됐다. 구조적 뇌 변화는 서양 환자와 유사했지만, 임상 증상의 조합은 동일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기존 외국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일부 한국인 환자는 해당 치매 유형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연구진은 한국인의 임상적 특징과 사회적 행동 양상을 반영한 진단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제 기준이 모든 인구집단에 동일하게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이번 연구가 보여준 셈이다.

이번 성과는 국가 주도로 구축된 조발성 치매 코호트가 실제 진단 기준 검증과 치매 아형 분류 연구에 활용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에 게재되며 학문적 타당성도 확보했다.

 

전두측두엽치매 진단에서 국제 기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인구집단별 특성을 반영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형 진단 기준 개발은 환자 조기 발견과 맞춤형 진료 체계 구축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작성 2025.12.17 11:37 수정 2025.12.1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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