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싼 그림은 왜 비쌀까’… 이동섭이 밝힌 미술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 그림값으로 읽는 예술과 자본의 은밀한 대화 ―
에드워드 호퍼, 피카소, 앤디 워홀, 데이미언 허스트.
이들의 이름은 단순히 ‘예술가’의 범주를 넘어, 가격의 아이콘으로 기능한다.
그들의 작품은 경매장에서 천문학적 숫자를 부르며 거래되고, 그 순간 예술은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투자의 상품으로 변모한다.
이동섭의 신작 『그림값 미술사』(몽스북, 2024)는 이 복잡한 미술 시장의 장막을 걷어낸다.
그림값이라는 렌즈를 통해, 저자는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관점에서 다시 읽는다.
책은 먼저 작품이 가진 ‘내재적 가치’보다, 누가 그것을 소유했는가에 주목한다.
폴 로젠버그, 록펠러, 이브 생로랑, 그리고 카타르 국왕까지 —
저자는 이들의 이름이 어떻게 마크 로스코의 〈화이트 센터〉와 마티스의 작품을 ‘역사적 명작’으로 승격시켰는지를 분석한다.
그림값은 예술가의 재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사회적 위신, 유명인의 취향, 작품이 걸린 장소까지, 모든 맥락이 ‘가격의 언어’로 변환된다.
결국 “누가 그 그림을 가졌는가”가 “그 그림이 얼마나 비싼가”를 말해준다.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의 작품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림이 희귀하기 때문이다.
한정된 수량, 유실된 작품, 역사적 영향력은 희소성을 절대적 가치로 만든다.
이동섭은 이러한 ‘희귀성’과 ‘미술사적 가치’가 어떻게 맞물려 가격을 형성하는지를 세밀하게 해부한다.
세잔의 사과, 칸딘스키의 추상, 모네의 수련이 상징하는 것은 단순한 미적 성취가 아니라 시대정신의 총합이다.
따라서 그림값은 곧 시대의 기록이 된다.
책의 중반부는 미술 시장을 ‘투자의 무대’로 바라본다.
피카소의 작품을 매입해 시장을 조작한 화상들,
앤디 워홀이 ‘자본의 예술’을 의식적으로 연출한 퍼포먼스들,
이 모든 것은 예술이 자본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었다.
이동섭은 “미술 시장은 미술사, 경제학, 심리학이 교차하는 종합예술의 장”이라고 말한다.
그림을 사는 행위는 심리의 경쟁이며,
때로는 ‘희귀한 기회’라는 착각이 가격을 폭등시킨다.
그림값은 시장의 논리이자, 인간 욕망의 지문이다.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비싼 그림이 좋은 그림인가?”
그리고 조용히 답한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예술의 본질적 가치는 시장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감상자의 내면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림값 미술사』는 독자에게 묻는다.
세상의 기준으로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으로 그림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가.
이동섭의 말처럼, “좋아하는 그림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미술 감상의 시작이다.
『그림값 미술사』는 미술사 책이면서 동시에 경제학서이며, 심리학 에세이다.
돈의 논리가 예술의 본질을 위협하는 시대, 이 책은 예술과 자본의 관계를 냉정하게 분석하면서도, 결국 예술은 인간의 감정 위에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그림값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결국 인간의 욕망과 이상, 그리고 그 이면의 아이러니를 만나게 된다.
그림값은 결국, 우리 자신이 얼마나 예술을 사랑하는가의 척도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