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팔아본 사람이 만든 도매” 노점에서 시작해 일산·파주 양말 유통을 바꾼 우리삭스 김한솔대표

[인터뷰] “팔아본 사람이 만든 도매” 노점에서 시작해 일산·파주 양말 유통을 바꾼 우리삭스 김한솔대표


편집자 주(시작글)

양말은 가장 일상적인 소비재이지만, 그 유통 구조는 의외로 폐쇄적이다. 서울 일부 지역에 집중된 도매 시스템은 지역 상인들에게 시간과 비용이라는 보이지 않는 부담을 안겨왔다. 일산·파주 지역 유일의 공장직영 양말도매처 ‘우리삭스’는 이러한 구조적 공백에서 출발했다. 노점 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의 불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한솔 대표는 “팔아본 사람이 만든 도매”라는 단순하지만 분명한 철학으로 사업을 키워왔다. 


본지는 김 대표를 만나 우리삭스의 출발점과 운영 철학, 그리고 지역 도매가 가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우리삭스 김한솔 대표


“도매는 결국 현장을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


Q1. 우리삭스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습니까.

A. 처음부터 도매를 하겠다고 계획했던 것은 아닙니다. 길거리에서 양말을 직접 팔며 생계를 이어가던 시절이 출발점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양말이 실제로 팔리는지, 소비자들이 어떤 점에서 만족하고 불만을 느끼는지를 몸으로 배웠습니다. 단순히 싸다고 팔리는 게 아니라, 착용감이나 두께, 내구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체감했습니다. 이 경험이 이후 도매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Q2. 노점 판매 경험이 현재 사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A. 가장 큰 영향은 ‘상인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도매를 하다 보면 물건을 파는 사람 중심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저는 항상 “이 물건을 다시 팔 사람은 누구인가”를 먼저 떠올립니다. 노점에서 직접 팔아봤기 때문에 하루에 몇 켤레가 나가는지, 진열하기 쉬운 포장은 무엇인지, 클레임이 왜 생기는지를 압니다. 그 경험이 지금의 상품 구성과 거래 방식에 그대로 반영돼 있습니다.


Q3. 기존 양말 도매 유통 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었습니까.

A. 가격보다도 지역 편중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양말 도매가 서울 남부 지역에 몰려 있어 경기 북부 상인들은 새벽부터 장거리 이동을 해야 했습니다. 하루 왕복 100km 이상을 오가는 경우도 많았고, 막상 도착해도 인기 상품은 이미 빠진 뒤인 경우가 잦았습니다. 시간과 체력, 물류비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상인도, 판매자도 힘들 수밖에 없다고 느꼈습니다.


Q4. 공장직영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중간 단계를 줄이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도매상이 또 다른 도매상에게서 물건을 받는 구조에서는 가격과 품질 모두 통제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직접 공장과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전국 각지의 양말 공장과 협업하며 생산부터 유통까지 구조를 단순화했고,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과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공장직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습니다.


Q5. 우리삭스의 주 고객층은 누구입니까.

A. 길거리 노점상, 소규모 매장 운영자, 샵인샵 형태로 판매하시는 분들이 주 고객입니다. 대량 납품보다는 실제로 ‘직접 파는 상인’들이 중심입니다. 이분들은 한 번의 사입이 아니라 회전율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삭스도 트렌드를 좇기보다, 실제로 잘 팔리는 기본 제품 위주로 구성합니다. 안정적으로 다시 찾을 수 있는 도매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Q6. 온라인 저가 양말과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온라인에서는 사진과 설명만 보고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높습니다. 실제로 받아보면 너무 얇거나 금방 늘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우리삭스에서는 직접 만져보고 확인한 뒤 구매할 수 있습니다. 촉감, 두께, 탄성은 사진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국산 양말임에도 가격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상인과 소비자 모두 만족도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Q7. 국산 양말에 대한 시장 반응은 어떻습니까.

A. 여전히 가격에 민감한 시장이지만, 한 번 국산 양말을 경험한 분들은 다시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구성이 좋아 재구매율이 높고, 소비자 클레임도 확실히 줄어듭니다. 상인 입장에서는 반품이나 불만이 줄어드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단기 마진보다 장기적인 신뢰를 중시하는 분들일수록 국산 양말을 선호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습니다.


Q8. 최근 유튜브를 통해 운영 현장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A. 숨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 일과, 물건 정리, 거래 과정 모두가 우리삭스의 정체성입니다. 유튜브 ‘인생기록소’를 통해 도매 운영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화려한 성공담보다는 소규모 유통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봤습니다.


Q9. 우리삭스를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지키는 원칙은 무엇인가요.

A. 무리하지 않는 것입니다. 과도한 확장이나 단기 이익을 좇지 않습니다. 상인과의 신뢰는 한 번 깨지면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물건의 품질, 공급 안정성, 가격의 일관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도매는 결국 관계의 사업이라고 봅니다. 오래 거래할 수 있어야 서로에게 의미가 있습니다.


Q10.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를 말씀해 주신다면.

A. 크게 키우는 것보다는 오래 가는 도매처가 되고 싶습니다. 경기 북부에서 양말 도매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우리삭스가 떠오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하며 소상공인과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빠르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 도매가 되는 것이 저희의 방향입니다.


편집자 주(마치는글)


우리삭스 김한솔 대표의 이야기는 거창한 성공담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노점에서 시작해 유통 구조의 불합리를 체감하고, 이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풀어낸 과정에는 분명한 현실성이 담겨 있다. 대형 플랫폼과 자본 중심의 유통 환경 속에서도 지역 기반 도매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결국 ‘현장을 아는 사람’의 존재다. 우리삭스는 빠른 확장보다 지속을 택했고, 화려한 마케팅보다 신뢰를 선택했다. 이 조용한 선택이 지역 상인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될지, 그 행보에 시선이 모인다.













작성 2025.12.13 17:01 수정 2025.12.1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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