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지리학, 우리 삶의 공간은 어떻게 변하는가
서울 용산의 ‘경리단길’은 한때 ‘서울의 브루클린’이라 불리며 젊음과 예술, 창업이 어우러진 도시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자 화려한 간판은 사라지고, ‘임대 문의’ 현수막이 골목을 뒤덮었다. 단기간에 치솟은 임대료와 자본 유입이 소상공인을 밀어내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단어가 대중의 입에 오르내렸다.
성정원 저자의 『경제를 읽는 쿨한 지리 이야기』는 바로 이 익숙한 풍경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경제와 지리의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읽는 법을 제시한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지만, 도시에서 살아가는 모든 성인에게도 ‘지리적 사고’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단순히 임대료 상승의 문제가 아니다. 공간의 가치가 자본에 의해 재편되는 과정이며, 도시의 ‘인간적 균형’이 무너지는 사회경제적 현상이다. 저자는 경리단길, 홍대, 서촌 등 서울의 사례를 통해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경제지리학의 관점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공간의 불평등’이 드러나는 전형적인 과정이다. 땅의 가치가 사람의 가치를 압도하는 순간, 지역은 생명력을 잃고 도시의 다채로움은 사라진다. 저자는 이 현상을 단순한 부동산 이슈가 아닌, 인간과 자본의 힘이 충돌하는 지리적 사건으로 읽는다.
『경제를 읽는 쿨한 지리 이야기』는 교과서 밖의 지리를 이야기한다. 기후, 인구, 자원, 산업 입지 같은 지리적 요인들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지를 생생한 사례와 함께 풀어낸다. 날씨가 주식 시장을 바꾸고, 인구 구조가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며, 기후 변화가 새로운 산업을 만든다는 사실은 이제 교양이 아닌 생존의 지식이다.
이 책은 경제를 ‘돈의 흐름’이 아니라 ‘공간의 흐름’으로 본다. 즉, 경제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지리의 문제다. 저자가 강조하듯, “지리를 이해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세계의 구조를 이해하는 일”이다.
비록 ‘십대를 위한 경제지리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이 책은 성인 독자에게 오히려 더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우리는 경제를 배워왔지만, 정작 ‘공간 속의 경제’를 배운 적은 없다. 도시 개발, 교통망, 산업 클러스터, 인구 이동 등은 모두 지리적 요인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저자는 “지리를 아는 것은 세상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일”이라고 말한다. 청소년에게는 세상을 넓히는 공부지만, 성인에게는 이미 놓치고 있던 세상의 구조를 되돌아보게 하는 ‘리마인드’다. 도시에서 일하고 소비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경제지리학의 참여자다.
성정원 저자는 경제를 ‘가치의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위한 도구’로 바라본다. 기후난민, 에너지 불평등, 식량 위기 등 글로벌 문제를 지리의 관점에서 풀어내며, ‘경제적 효율성’보다 ‘공간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지리적 상상력’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공간에서, 어떤 관계를 맺으며, 어떤 가치를 지향할 것인가에 대한 사유의 틀이다.
경리단길의 몰락은 어쩌면 자본이 공간을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경고이자, 우리가 다시 ‘공간의 윤리’를 고민해야 할 시점임을 보여준다.
『경제를 읽는 쿨한 지리 이야기』는 단지 십대를 위한 교양서가 아니다.
이 책은 “지리의 눈으로 세상을 읽는 법”을 제시하며, 자본의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경리단길에서 브렉시트, 기후변화까지 — 저자가 보여주는 경제지리의 지도 위에는 우리가 잊고 있던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우리는 어떤 공간에서,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데이터가 아니라, 더 넓은 시야와 더 깊은 ‘지리적 사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