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톱니바퀴가 멈췄을 때, 다시 움직이게 하는 법
“마음도 고장 날 수 있을까?”
표혜빈 작가의 소설 『수상한 마음수리점』(행복한나무, 2022)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작품은 청소년 성장소설의 형식을 빌려, 인간의 내면을 기계의 ‘톱니바퀴’로 은유하며 ‘마음의 수리’라는 독특한 상상력을 펼친다.
꿈속의 구름마을에 자리한 ‘마음수리점’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 마음의 부품이 삐걱거리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적 피난처이자, 자기성찰의 무대이다.
이 책은 청소년 독자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성인 독자에게는 잊고 있던 ‘감정의 리셋’을 제안한다.
현대 사회 속에서 감정노동과 관계 피로에 지친 어른들이야말로, ‘마음수리공 보보씨’를 가장 간절히 필요로 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마음수리점’은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허문다.
이곳은 매일 밤, 보보씨의 초대장을 받은 단 한 명의 손님만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손님은 모두 마음이 고장 난 아이들이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외로움 속에 방황하거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 보보씨의 안내를 따라 마음을 고쳐 나간다.
보보씨는 단지 수리만 하는 기술자가 아니다.
그는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사람’이다.
그가 행하는 ‘수리’는 기술이 아니라 이해이며, ‘부품 교체’는 교훈이 아닌 공감이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독자에게 “당신의 마음은 어떤 톱니바퀴로 움직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책 속 다섯 명의 인물 ― 이기적인 택이, 게임에 빠진 보리, 외로운 비키, 거짓말쟁이 길리, 고자질하는 두리 ― 는 각기 다른 결함을 지녔다.
그러나 작가는 그들의 결함을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결함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고, 얼마나 간절히 이해받고 싶어 하는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마음수리점은 이들에게 ‘완벽해지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고장 난 자신을 인정하는 용기’를 알려준다.
이는 어른들에게도 통용되는 치유의 원리다.
사회적 역할 속에 갇혀 자신의 감정마저 숨기는 현대의 어른들에게 이 메시지는 깊게 와 닿는다.
결국, 마음수리점은 단지 소설 속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마음속에 세워야 할 ‘자기 회복의 방’이다.
『수상한 마음수리점』이 감동적인 이유는 단지 성장의 이야기여서가 아니다.
작가는 아이들의 불완전함 속에서 어른들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한다.
외로움, 인정욕구, 관계의 피로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아이들의 결핍은 결국 어른이 만든 사회의 반영이며, 어른의 상처 또한 그 아이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아이들이 치유받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른이 치유받는 이야기’로 느껴진다.
그것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다.
표혜빈의 문체는 단정하고, 과장되지 않으며, 한 문장 한 문장이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소설의 마지막, 보보씨는 말한다.
“고장 난 마음이란, 살아 있다는 증거야.”
이 한 문장은 책 전체의 핵심이다.
우리는 누구나 한때 마음이 고장 난 존재로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고장 그 자체가 아니라, 다시 움직이려는 의지다.
『수상한 마음수리점』은 단지 청소년 성장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을 수리하는 법”을 잊고 살아가는 어른들을 위한 은유적 심리소설이다.
보보씨의 공구함처럼, 우리 모두의 내면에도 ‘마음을 고치는 도구’가 하나쯤은 들어 있다.
이 책은 그 도구의 사용법을 조용히 알려주는, 따뜻하고 현명한 안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