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김호철 교수 연구팀의 '천연물·한의학 기반 연구'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주관하는 '2025년 Health & Heritage Innovation(H21)' 글로벌 오픈콜에서 전 세계 1,175개 제출작 중 최종 21개(Global Top 21) 혁신 사례에 선정되었다고 28일 발표되었다. 이는 한국의 전통 지식과 현대 과학을 결합한 공중보건 혁신이 국제적 기준을 충족했음을 공식적으로 입증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다.
WHO는 이번 평가에서 김호철 교수 연구팀이 제시한 '전통 기반 성장 과학(Heritage-Based Growth Science)'이 아동 성장의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을 제안한 점에 주목했다. 이는 영양 중심 접근의 한계를 넘어 현대 어린이들이 직면한 '비영양적 성장 저해 요인(수면 부족, 스트레스, 미세 염증, 대사 불균형)'을 해결하려는 선진적 관점을 담고 있어 높은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선정과 더불어 WHO는 김호철 교수를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되는 'Second WHO Global Summit on Traditional Medicine'에 초청하여 연구 성과를 발표 및 전시하도록 요청했다. WHO는 등록 절차, 비자 발급, 현장 접근권, 전시 패널 준비 등 서밋 참가에 필요한 전폭적인 행정 지원을 제공하며 김 교수의 전문성과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
WHO H21은 각 지역(Region)에서 우수 혁신 사례 3개를 선정한 뒤 WHO 본부(Global Pool)에서 재평가하여 최종 21개를 선정하는 단계별 국제 심사 방식을 운영한다. 한국이 속한 서태평양 지역(WPRO)은 중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전통의학과 천연물 연구 강국이 포함된 경쟁 치열한 지역이다. 이러한 권역에서 한국 연구가 최종 혁신으로 선정된 것은 한국 한의학·천연물 연구의 국제 경쟁력이 확인된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최종 선정된 혁신은 김호철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어린이 성장 원료 'HT042'다. 이 연구는 단순히 영양 보충을 넘어 '전통 기반 성장 과학'으로 정립되었으며, 성장이 영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판 기능, 수면, 대사, 염증 등 다양한 신체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된다는 현대 성장생물학의 관점을 적극 반영했다. HT042는 성장의 핵심 기관인 성장판(Growth Plate)의 미세환경을 보호하고 기능을 유지하는 새로운 성장 과학 모델을 제시한 점에서 주목받았다. 특히 현대 아동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 영양 결핍뿐만 아니라 수면 부족, 스트레스, 비만으로 인한 저등급 염증, 환경적 요인 등 '비영양적 성장 저해 요인'임을 규명하고, 이를 개선하며 생리적 기전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점이 WHO의 높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연구팀은 황기, 가시오갈피, 한속단 등 한의학 전통 본초를 기반으로 26년에 걸친 전임상 및 임상연구를 수행했으며, 두 차례의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성장판 기능 개선과 성장 속도 증가 효과를 안전하게 입증했다. WHO가 이번 연구를 높이 평가한 이유는 전통 지식-현대 과학-임상 근거-표준화 체계를 모두 충족한 전례 없는 연구 구조와 현대형 성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과학적 기준을 제시한 점에 있다.
김호철 교수 연구팀은 국가별 원료 규제 차이를 고려하여 HT042 외에도 다수의 대체 가능 특허 물질을 확보하여 특정 국가의 식품 규제에 제한이 있을 때도 연구 성과를 적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이는 WHO가 중점적으로 본 'Scalability(확장성)'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HT042가 단일 국가용이 아니라 각국의 아동 성장 정책과 학교 건강 프로그램에 실제 적용 가능한 구조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다.
HT042 개발의 기반에는 김호철 교수 연구팀이 구축한 iMED 플랫폼(Interpretation-Material-Extract-Data)이 있다. 이 플랫폼은 전통 지식의 현대적 해석, 국제 기준에 맞는 원료 확보, 표준화된 제조·추출 공정, 전임상·임상 데이터의 체계화를 하나의 구조로 통합한 시스템이다. 제조 및 표준화는 천연물 연구기업 '뉴메드(NeuMed)'와의 협력을 통해 수행됐다. WHO는 이처럼 전통, 과학, 임상, 표준화로 이어지는 완결된 연구 체계를 새로운 전통의학 혁신의 국제적 기준으로 평가했다.
이번 선정과 함께 김호철 교수는 WHO H21 Advisory Process 공식 참여자로 등록되어 향후 WHO의 전통의학 연구 및 정책 검토 과정에서 자문 역할을 맡는다. WHO는 최종 21개 혁신 중 일부를 대상으로 2026년부터 'H21 Innovation Accelerator'를 운영할 예정이며, HT042는 참여 후보로 포함되었다. Accelerator에 진입하면 WHO, 각국 정부, 국제기구와 협력하여 아동 성장판 검사, 대사 건강, 성조숙 예방 등의 공중보건 프로그램에 확장될 가능성이 열린다.
세계적인 보건 혁신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 안전성, 제조·표준화, 공공성, 글로벌 확장성 등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이번 WHO 선정은 한국의 전통의학·천연물 기반 연구가 엄격한 국제 기준을 넘어섰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사건이다. 동시에 '성장은 영양 중심'이라는 기존의 프레임을 넘어 '성장판 중심 생리과학'이라는 새로운 글로벌 패러다임을 제시한 혁신적 성과로 평가된다.
김호철 교수는 “이번 WHO 선정은 한국 천연물·한의학 기반 연구가 국제 기준의 과학성과 공공성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HT042가 제시한 성장 과학의 새로운 방향이 WHO와 각국 공중보건 프로그램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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