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를 통해 현재를 묻다
—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 대한민국의 기억을 다시 쓰다
“그때 그 사건은 어떻게 역사가 되었을까?”
유시민은 이 한 문장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나의 한국현대사』는 역사책이면서도 단순한 연표의 나열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보고 듣고 겪은 체험을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인식’이 맞닿는 지점에서 서술한다.
책은 1959년부터 2020년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며, 개인의 성장사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가 한 몸처럼 엮인다.
이번 개정증보판은 특히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의 대한민국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메르스, 최순실 국정농단, 대통령 탄핵, 남북미정상회담, 미투운동, 일본 수출규제, 그리고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
이 책은 우리가 함께 겪은 집단적 기억의 연대기다.
유시민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려면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제시하는 ‘현재사’는 과거의 반복이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책은 통계와 사건을 병치한다.
예를 들어 인구 구조의 변화, 국민소득의 상승, 소득 분배의 불균형을 통해 경제 성장의 이면을 분석하고,
2016년 촛불혁명과 2017년 탄핵 정국에서는 시민의 주체적 참여가 만든 민주주의의 진화를 기록한다.
그의 시선은 비판적이되 냉소적이지 않다.
그는 “촛불을 든 국민은 괜찮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하며,
이 사건을 “역사 속 시민의 주체성 복원”으로 정의한다.
현대사를 다룰 때 흔히 발생하는 문제는 ‘정치적 입장’의 충돌이다.
그러나 유시민의 서술은 ‘이념’보다 ‘이해’를 우선시한다.
그는 태극기를 든 부모와 촛불을 든 자녀의 갈등을 예로 들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동시대에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나의 한국현대사』는 바로 이 물음에 대한 대화의 장이다.
그는 한쪽 진영의 주장을 대변하지 않는다. 대신 세대 간 감정의 틈을 메우는 공감의 서사를 제시한다.
이는 젊은 세대가 현대사를 낯설게 느끼는 이유를 설명하고,
동시에 그들에게 ‘함께 역사를 써가는 주체’라는 자각을 일깨운다.
책의 초반부는 1950~80년대 산업화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유시민은 “고르게 가난했던 독재국가에서 고르지 않게 풍요로운 민주국가로 변한” 대한민국을 ‘욕망의 역사’로 읽는다.
그는 한강의 기적과 IMF, 양극화 문제를 통해 성장의 그림자를 드러낸다.
성장 이면에 놓인 사회적 불평등, 청년실업, 주거 불안 같은 문제들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구조적 병폐다.
그가 보여주는 한국 경제사의 궤적은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나아갔지만,
그만큼 더 정교한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나의 한국현대사』의 백미는 ‘함께 만드는 역사’라는 개념이다.
유시민은 “역사는 혼자 만들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정권의 교체, 운동의 성과, 사회의 변화는 언제나 다수의 작은 참여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개정증보판에서 늘어난 분량은 단순한 추가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겪은 시간의 무게”를 반영한다.
독자는 책을 통해 단순한 독자가 아니라 ‘공동의 역사 쓰기’에 참여하는 존재로 초대된다.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은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시민의 자서전이다.
그 속에는 우리 각자의 흔적이 있다 — 기억 속 뉴스, 거리의 함성, 누군가의 눈물.
이 책은 그것들을 엮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든다.
유시민은 과거를 추억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그는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정직한 방법은 과거를 정면으로 보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 말처럼, 이 책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주는
‘역사적 거울’이며, 동시에 ‘미래의 나침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