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경주는 APEC 개최 준비로 도시 전반이 정비되며 여행객에게 보다 안정된 이동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특히 유리한 조건을 만들었다. 이번 여행은 아이와 함께 경주의 핵심 역사문화 공간을 직접 걸으며 체감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박물관에서 시작해 도보로 이어지는 유적지 탐방, 보문단지의 가족친화 시설, 그리고 불국사 일대까지 이어지는 동선은 경주가 가진 역사적 층위와 공간적 매력을 균형 있게 보여주는 여정이었다.
가족여행의 출발점은 국립경주박물관이었다. 이곳은 신라의 문화와 생활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전시로 구성되어 있어 아이가 관람 흐름을 이해하기에 적절한 장소였다. 박물관은 현재 APEC 2025 정상회의와 국립경주박물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되는 특별전시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이란 주제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박물관을 둘러본 후 동궁과 월지까지 걷는 길은 완만하고 접근성이 좋아 가족 단위 여행객이 부담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이어 첨성대와 월성 해자에 이르기까지 연결되는 도보 루트는 경주의 고대 사적지들이 도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다. 특히 월성 해자 일대는 정비가 완료되며 예전보다 더 명확하게 지형의 구조가 드러나, 신라왕경의 방어체계를 아이와 함께 설명하기에 좋은 구간이었다.

첨성대에서 대릉원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 역시 가족여행객이 자주 선택하는 동선이다. 대릉원 내부의 봉분들은 아이가 규모를 체감하기 좋은 공간적 특성을 지녔으며, 최씨고택과 월정교까지 어가는 흐름은 경주의 전통과 근대적 거리 풍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황리단길까지 확장해도 좋지만, 이번 여행은 아이의 컨디션을 고려해 문화 중심 동선에 집중했다.
국립경주박물관부터 월정교까지 이어지는 경로는 성인 걸음으로도 편도 한시간 정도의 거리라 동궁과 월지+박물관+첨성대를 관람하고 대릉원 주차장으로 차를 옮겨 대릉원과 최씨고택 월정교를 보는 경로도 괜찮다.
두 번째 코스는 보문단지였다. 박물관·유적지 위주의 탐방을 마치고 보문단지로 이동하자 여행의 분위기는 한층 가벼워졌다. 그중 동궁원은 식물과 동물 관찰을 중심으로 구성된 복합형 공간으로, 아이가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동궁원 내부의 버드파크는 실제 새들의 움직임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어 교육적 흥미를 더했고, 주변에 자리한 플래시백 계림·바니베어 뮤지엄·원더 스페이스 보문점 등 다양한 체험형 전시 공간은 가족 단위 여행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혔다. 박물관 중심의 오전 일정과 달리, 보문단지는 아이의 감각 활동이 중심이 되는 시간이 되어 여행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마지막 일정은 불국사로 향했다. 경주 중심권에서 다소 떨어진 불국사는 이동 시간이 필요했지만, 신라 불교문화의 구조적·미학적 특징을 직접 볼 수 있어 일정의 마무리로 적합한 장소였다. 불국사로 가는 길에 위치한 ‘추억의 달동네’는 과거 생활상을 재현한 공간으로, 어른에게는 익숙함을, 아이에게는 새로운 장면을 제공했다. 불국사는 시간대에 따라 붐비는 편이지만 경내가 넓어 가족 단위로 천천히 걸으며 관람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석가탑과 다보탑 주변은 아이가 형태와 구조를 비교해보며 흥미를 보인 구간이기도 했다.
이번 경주 여행은 단순한 관광 동선을 따라 이동한 시간이 아니라, 아이가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며 도시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가족이 함께 걸으며 나눈 대화는 여행을 하나의 학습 경험으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정비된 도심과 명확한 동선은 이동의 불편을 줄여 전체 일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왔다.
경주는 앞으로도 세대가 다양한 가족여행객이 찾기 좋은 도시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며, 이번 여행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도 가족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