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된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은 국부의 상징을 넘어, 고대 신라가 쟁취하고 유지했던 장기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현대 외교 무대에 소환한 역사적 전령이다. 대통령실은 이 선물이 한미 양국이 협력하여 평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지만, 우리는 이 황금 왕관에 씌워진 1,500년 전의 신성한 권력 구조를 탐사해야 한다.
황금 왕관에 새겨진 '신성 왕권'의 정체
국보 천마총 금관은 6세기 초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높이 32.5cm, 순금 약 1.3kg의 무게는 당시 신라가 축적한 황금 문명의 절정을 입증한다. 이 금관의 진정한 가치는 재료의 물질성에 있지 않다. 바로 신성과 절대 권력을 시각화한 장식에 있다. 나뭇가지 모양과 사슴뿔 모양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고대 샤머니즘 神聖木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는 신라 왕이 단순한 통치자가 아니라, 하늘의 명령을 대행하는 제사장적 존재였음을 상징하며, 이를 통해 왕권의 신성불가침성을 확보했음을 보여준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금관에 매달린 쉰여덟 개의 곡옥이다. 이 반달 모양의 옥 장식은 왕권과 부귀를 드러내는 주요 요소인데, 고대 한국 사상을 논하는 일부 학계에서는 이를 인간 영혼의 절대 순수성 또는 우주 순수 광명의 중심 씨앗을 상징하는 신성한 보물로 해석한다. 금과 옥이 결합된 이 왕관은 물질적 풍요와 우주적 질서 그리고 영적인 고대 신앙의 집약체이다. 또한 곡옥은 홍산문명과 맞닿아 있으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1973년, 발굴 현장 에피소드
천마총 금관 발굴 과정에 얽힌 일화는 이 유물이 지닌 신성한 권위가 당대 민중에게 미친 영향력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1973년 7월 27일, 비 한 방울 없는 가뭄 속에서 진행된 왕릉 발굴에 대해 당시 시민들은 왕릉을 파서 가뭄이 들었다며 불안해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고대 왕의 안식처를 현대 문명이 침범하는 것에 대한 민중의 전통적 신앙심이 발현된 것이라 한다.
그런데 금관이 그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던 순간, 갑자기 먹구름이 끼고 천둥 번개와 함께 소나기가 쏟아졌다고 현장 연구원들은 회고했다. 이는 마치 1,5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신라 왕의 권위가 현세에 현현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으며, 발굴팀 스스로도 번개 소리에 놀라 도망쳤을 만큼, 금관은 경외감을 불러일으켰다.
104년 만의 집결, 신라의 위신을 재정립하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선물과 더불어,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하여 국립 경주 박물관에서 현존 신라 금관 6점과 금제 허리띠 등 황금 유산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전이 열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1921년 첫 신라 금관이 발견된 이후 104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이뤄지는 대규모 공개이다. 이 역사적인 전시는 신라 황금 문명이 지닌 권력의 정통성과 국가적 위신을 현대적으로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외교적 선물과 함께 신라의 평화 번영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강력하게 각인시키는 문화 외교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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