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남중국해 스프레틀리 군도에서 중국의 해양 팽창에 맞서 대규모 인공섬을 구축하며 해양 주권 수호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미 월스트리트 저널은 베트남이 지난 4년간 항구, 활주로, 탄약고, 중화기 배치 시설 등 군사 시설을 갖춘 전초 기지를 이 지역에 잇따라 완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의 인공섬 요새화에 대응하기 위한 베트남의 전략적 조치로 분석된다.
중국에 근접한 인공섬 규모 확보 현황
남중국해는 세계 해상 무역의 핵심 통로이자, 타이완 사태 등 유사시 미군의 주요 보급로 역할을 하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베트남은 이 지역 21개 암초와 간조면에 새 토지를 조성하여 총 8.9제곱킬로미터 규모의 인공섬을 확보했다. 이는 중국이 기존에 확보한 16.2제곱킬로미터 규모에 근접한 수준이다.
중국은 1970년대에서 80년대에 걸쳐 스프레틀리와 파라셀 군도의 일부를 무력 점령했으며, 2012년에는 필리핀으로부터 스카버러 환초를 장악하는 등 해상 영토 확장을 지속해 왔다. 이에 대응하여 베트남은 2021년부터 대규모 매립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준설선과 굴착기를 동원하여 암초를 확장하고 콘크리트로 벽을 쌓아 침식을 방지하는 방식으로 요새화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샌드케이섬은 과거 소규모 초소에 불과했으나, 이제 대형 항구와 활주로를 갖춘 군사 요새로 변모했다.

군사 기지화 및 운용 능력 강화
베트남은 인공섬의 군사 거점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바르크캐나다 암초에는 이미 길이 2.4킬로미터의 활주로가 완공되어 전투기와 수송기의 운용이 가능해졌다. 베트남은 이 활주로를 4.3킬로미터까지 연장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며, 다른 암초 세 곳에도 추가 활주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항만 시설 역시 강화되었다. 2021년 네 개였던 항만 시설은 현재 12개로 늘어나 상시 순찰 및 보급 활동이 원활해질 전망이다. 각 인공섬에는 행정 청사, 병영, 탄약고 등이 들어섰으며, 위성 사진 분석 결과 최대 세 개의 탄약고 설치가 확인되는 등 군사적 활용도가 매우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아시아 해양 투명성 이니셔티브(AMTI)는 공사가 완료되면 베트남의 인공섬 규모가 중국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략적 견제와 국제 사회 반응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이러한 대규모 인공섬 건설을 중국의 일방적 해상 팽창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로 평가한다. 미 해군 참모대학의 크리스토프 샤먼 교수는 베트남은 해양 영토를 지키는 것을 넘어 군사 거점을 완성했다며, 중국의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관련 국가의 불법 건설을 결연히 반대한다며 강력히 반발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필리핀과의 충돌로 이미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중국이 베트남에 또 다른 군사적 압박을 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한편, 미국은 베트남의 인공섬 확장에 대해 공식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이는 베트남의 행동이 중국의 군사화를 견제하는 지역 내 균형추 역할을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