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퍼드 의대가 중심이 된 국제 공동 연구진이 노인성 황반 변성으로 시력을 상실한 환자들에게 인공 망막 칩을 이식하여 시력을 되찾는 데 성공하였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의학 학술지인 《뉴 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게재되었으며, 임상 시험 참여 환자 38명 중 약 80%가 시력 회복 효과를 보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건성 황반 변성은 전 세계 500만 명 이상이 앓는 노인 실명의 주요 원인이지만, 그동안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어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되어 왔다. 스탠퍼드 연구팀은 시세포가 파괴되어도 망막의 신경 세포는 살아남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였다.
초소형 무선 장치 '프리마'의 원리와 효과
연구진이 개발한 장치 프리마는 가로 2mm, 세로 2mm, 두께 0.3mm의 초소형 무선 칩이다. 이 칩은 망막의 손상된 황반 부위에 이식한다. 장치는 카메라가 장착된 특수 안경과 포켓 컴퓨터로 구성되며,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다. 안경이 촬영한 외부 영상을 컴퓨터가 적외선으로 변환하여 칩에 전송하고, 칩은 이를 다시 전기 신호로 바꾸어 망막의 살아있는 신경 세포에 전달한다. 특히, 이 칩은 태양광으로 작동하며 별도의 전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유럽 5개국 17개 기관에서 20년의 연구 끝에 진행된 임상 시험 결과는 놀라웠다. 시력이 0.06 미만이던 환자 32명 중 26명이 시력 검사표 두 줄 이상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개선되었다. 한 환자는 무려 12줄까지 읽는 데 성공하였다. 참가자의 3분의 2는 이 장치가 일상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고 응답하였다.
부작용 및 시각 재생 의학의 미래
임상 과정에서 일시적인 안압 상승이나 망막 출혈 등의 부작용이 19명에게 나타났으나, 대부분 2개월 내에 회복되는 경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현재 378개 화소인 칩을 1만 개 이상 화소로 늘려 화질을 개선하고, 컬러 영상 처리 및 전자 줌 기능을 추가한 차세대 칩 개발에 착수하였다. 연구를 이끈 다니엘 팔랑커 스탠퍼드 교수는 고해상도 칩과 전자 줌을 결합하면 시력 1.0 수준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이 기술은 황반 변성뿐만 아니라 망막 색소 변성증 등 시세포가 파괴되는 여러 질환에 응용될 가능성이 커 시각 재생 의학 분야의 새로운 혁신적 길을 여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