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 대응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에너지 전환이 심각하게 정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 기후 싱크탱크인 체제 전환 연구소(Systemic Transition Research Institute)가 발간한 ‘2025 기후 행동 현황 보고서’는 지난해 전 세계 석탄 소비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11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상황을 지구의 시계가 멈췄다고 표현하며,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1.5°C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파리 협정의 핵심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폭증하는 수요, 재생 에너지의 한계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37%였던 석탄의 전력 생산 비중은 2014년 34%로 비율상 소폭 줄었으나, 전 세계 전력 수요 자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석탄 사용량은 오히려 증가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비중이 같은 기간 13%에서 15%로 꾸준히 상승했지만, 그 성장 속도가 전체 전력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석탄이 여전히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했다.
전문가들은 탄소 순 배출량 제로(Net-Zero) 목표를 2030년대 말까지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에너지 전환 속도를 최소 두 배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철강, 시멘트 생산, 건물 난방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 부문에서 탄소 감축 속도가 더딘 점 역시 전반적인 기후 행동 정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아울러 지난해 800만 헥타르에 달하는 회복 불가능한 산림이 훼손되면서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는 산림 생태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정치적 반전과 국제 협력의 난관
보고서는 특히 미국의 정치적 환경 변화가 국제 기후 대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 변화 회의론을 표명하며 화석 연료 사용을 적극 옹호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재생 에너지 확대 국가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 언급해 국제 사회의 비판을 샀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이어질 경우, 국제적인 탄소 감축 노력과 협력 체제에 큰 난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월 10일부터 21일까지 브라질에서 개최중인 제30차 UN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30)에서는 각국이 파리 협정 목표 달성을 위한 새로운 이행 방안과 강도 높은 감축 목표를 논의할 예정이다. 전례 없는 석탄 소비 기록 앞에서, COP30은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편과 각국 정부의 강력한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인류 공동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