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도 앱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진짜 한국지리 이야기
스마트폰 지도 앱은 길을 찾는 데 최적화된 도구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도시가 왜 이런 모양인지, 왜 특정 지역이 유독 뜨겁거나 사람들이 몰리는지, 왜 냉면 하나도 지방에 따라 다른 형태로 발전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지리는 그 빈틈을 메우는 렌즈이다. 『지리의 쓸모』는 장소와 사람, 현상을 결합해 읽는 법을 안내하는 입문서로, 지도 앱만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한국의 구조와 일상의 비밀을 파헤친다. 이 책은 지리가 단순히 땅을 분석하는 학문이 아닌, 우리가 겪는 사회 문제와 생활의 흐름을 설명하는 사고 도구임을 강조한다.
지리는 어느 한 문제만 설명하지 않는다. 출산율 저하는 인구 문제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도권 집중, 일자리의 대도시 편중, 주거 비용, 교통 인프라 등 복합적 공간 요인이 얽혀 있다. 기후 역시 단순히 온도나 강수량이 아니라 지형과 바람길, 해안 구조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지리의 쓸모』는 이 복잡한 구조를 ‘공간적 사고’라는 틀로 풀어낸다.
지리적 상상력은 현상을 표면적으로 보는 대신, “왜 그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을 시작점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대구의 폭염 현상은 위도와 기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분지 지형은 바람의 흐름을 막고, 도심 열섬 현상은 체감온도를 급격히 끌어올린다. 지리를 모르면 개인의 경험만으로는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구조적 원인을 놓치게 된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리는 대체로 축약되어 있다. 지역 구분이나 주요 도시 정보는 다루지만, 그 공간에서 사람이 어떤 삶을 꾸리고 경제·문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교과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전·현직 지리 교사들이 직접 현실의 사례를 끌어온다.
예컨대, 한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어떻게 확장되었는지, 왜 산업단지는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는지, 같은 나라 안에서 ‘지역 정체성’이 정치에 왜 큰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형·기후·인구·문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장면을 이해하면 한국 사회를 훨씬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 책의 특징은 100여 장의 지도와 이미지 자료다. 독자는 ‘왜 서울은 강을 기준으로 북쪽과 남쪽이 확연히 다를까’, ‘왜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렸을까’, ‘왜 동해와 서해, 남해의 모습이 극적으로 다른가’와 같은 질문을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의 기후도 지리와 깊은 관계가 있다. 황사가 서쪽에서 오는 이유, 태풍이 일본 쪽으로 향하다가 다시 북상하는 이유 등은 편서풍과 해류의 흐름을 고려해야 비로소 설명된다. 이런 구조적 맥락을 알면 자연 현상도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패턴’으로 읽힌다. 지리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나라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도구가 된다.
지리는 중·고등학교 때만 배우는 학문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실제로는 성인이 된 이후가 더 필요하다. 사회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간적 배경을 파악해야 하고, 부동산·정치·기후 위기 등 대부분의 이슈가 지리와 직결된다.
『지리의 쓸모』는 25개 핵심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어 부담 없이 읽히지만, 한 주제마다 실제 사회 현상을 깊이 있게 다룬다. 이 책은 교양서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특히 ‘한국지리 돋보기’처럼 교사들이 직접 선정한 심화 질문들은 단순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확장하도록 돕는다. 어른이 되어서야 깨닫게 되는 “지리를 알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이 이 책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리는 땅을 설명하는 학문이 아니라, 사회의 원인을 해석하는 가장 복합적인 언어이다. 『지리의 쓸모』는 그 언어를 독자가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이끈다. 지도 앱이 알려주는 길 찾기 기능은 생활의 일부를 해결하지만, 세상의 구조와 흐름을 읽기 위해서는 지리적 사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책은 새내기 지리 덕후뿐 아니라, 오늘의 한국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성인에게도 깊이 있는 지적 자극을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