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따뜻한 색감의 간판이 걸린 ‘즐거운 미술교습소’ 문을 열면,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물감 냄새가 뒤섞인 활기찬 풍경이 펼쳐진다. 책상마다 고개를 숙이고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의 표정에는 진지함과 즐거움이 함께 담겨 있다. 이곳의 교실은 정적보다는 ‘대화’로 채워져 있다. 아이의 손에 든 붓이 머뭇거릴 때마다, 한쪽에서 유소현 원장이 다정하게 묻는다.
 ▲ 즐거운 미술교습소 유소현 원장 © 즐거운 미술교습소 |
“이 그림은 왜 이렇게 그리고 싶었을까?” 그 질문은 단순한 미술 수업의 멘트가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이곳만의 중요한 교육 언어다.
유소현 원장은 즐거운 미술교습소를 “결과보다 과정이 중심이 되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저희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법을 가르치는 학원이 아니에요. 아이가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동안 느끼는 즐거움, 성취감, 그리고 자기 생각을 시각화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림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비추는 창이에요.”
유 원장은 12년 동안 같은 지역에서 꾸준히 아이들을 가르쳐왔다. 처음에는 집에서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아이들과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교습소로 확장했다. “아이들이 저를 믿고 찾아와 준 덕분이에요. 아이들이 그만두고 나서도 종종 놀러 오고, 가방을 두고 다른 학원 갔다가 다시 와서 이야기하고 가요. 그만큼 이 공간이 아이들에게 편안한 ‘두 번째 집’이 된 거죠.”
▲ 사진 © 즐거운 미술교습소 |
그녀에게 미술교습소는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색으로 표현하며 성장하는 작은 공동체다.
즐거운 미술교습소의 가장 큰 특징은 획일적인 수업 방식에서 벗어난 자율적 커리큘럼이다. “많은 프랜차이즈 미술학원은 예시작을 주고 아이들이 그대로 따라 그리게 해요. 그 과정에서 창의력과 자기 생각은 빠져버리죠. 하지만 저희는 아이의 시선에서 시작해요. 주제를 주더라도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는 아이의 몫이에요.”
 ▲ 사진 © 즐거운 미술교습소 |
예를 들어, ‘봄’이라는 주제가 주어졌을 때 어떤 아이는 들꽃을, 어떤 아이는 친구와 놀던 공원을, 또 어떤 아이는 강아지 산책 장면을 그린다. 유 원장은 “그 차이를 존중하는 것이 교육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그림은 정답이 없어요. 중요한 건 자기 생각을 자신 있게 표현하는 거예요. 아이가 자기 그림을 사랑하게 만드는 게 저희 수업의 핵심이죠.”
▲ 사진 © 즐거운 미술교습소 |
이러한 철학은 교습소의 프로그램 구성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초등 저학년은 색감 감각과 관찰력을 기르는 ‘창의 미술’ 중심으로, 고학년과 중등부는 사고력과 표현력을 키우는 ‘기초 미술’, 그리고 월 1회씩 진행되는 ‘만들기 수업’으로 손의 감각을 자극한다.
또한 아이들이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작품을 완성해보는 ‘공모전 도전 프로그램’도 활발하다. “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전의 경험을 주기 위해 공모전에 참여해요. 떨어져도 괜찮다고 말해줘요. 중요한 건 시도하는 용기와 그 과정에서 배우는 성찰이에요.”
▲ 즐거운 미술교습소 내부 전경 © 즐거운 미술교습소 |
유 원장은 아이 한 명 한 명의 변화를 가장 큰 보람으로 꼽는다. “처음 등록할 때 ‘그림에 흥미가 없다’던 아이가 있었어요. 엄마는 ‘사람 얼굴만이라도 그릴 줄 알면 좋겠다’고 하셨죠. 그런데 그 아이가 수업을 계속 들으며 점점 그림을 좋아하게 됐어요. 나중엔 공모전에서도 상을 받고, 그림을 진로로 삼겠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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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즐거운 미술교습소 |
그녀는 그 변화를 단순히 ‘기술의 성장’이 아니라 ‘자존감의 회복’으로 본다.
“미술은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내 생각을 자신 있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거죠. 그래서 아이들이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돼요.”
 ▲ 사진 © 즐거운 미술교습소 |
이런 변화는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큰 감동을 준다.
“다른 학원에서는 말 안 듣던 아이가 이곳에서는 너무 즐겁게 지낸다고 하세요. 저는 미술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마음을 읽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유 원장은 ‘소통’과 ‘자율성’을 교육의 두 축으로 삼는다. “그림은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아이가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해야 비로소 자기 것이 되죠. 그래서 수업 중에는 대화를 많이 해요. 아이가 ‘이건 이렇게 그리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물어봐요. 그 순간 아이는 자기 생각을 정리하게 되고, 그림에 스토리가 생기죠.”
그녀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실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어떤 아이는 그림을 망쳤다고 속상해 하기도 해요. 그럴 때 저는 ‘망쳐도 괜찮아. 다음엔 더 멋지게 그릴 수 있어’라고 말해줘요. 실패를 경험하는 것도 교육의 일부거든요.”
▲ 사진 © 즐거운 미술교습소 |
아이들이 그렇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유 원장에게는 가장 큰 보람이다.
“한 아이가 붓을 통해 자기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할 때, 그건 단순히 그림의 진전이 아니라 마음의 성장이에요. 저는 그 순간을 함께 본다는 게 너무 감사해요.”
최근 유소현 원장은 심리상담학을 함께 공부하고 있다. 미술과 심리를 결합해 아이들의 내면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아이의 그림에는 마음이 드러나요. 화가 났을 때는 선이 강해지고, 슬플 때는 색이 옅어져요. 그런 걸 알면 단순히 그림 지도를 넘어서 아이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죠.”
그녀는 앞으로 ‘미술+심리 융합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림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마음의 근육을 기르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미술이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심리적 성장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또한, 그동안의 교육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엮는 꿈도 가지고 있다. “수많은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배운 게 정말 많아요. 그 이야기를 더 많은 부모님과 선생님께 전하고 싶어요. 미술은 아이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언어라는 걸 알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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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즐거운 미술교습소 |
유 원장은 학부모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피아노는 체르니까지, 태권도는 단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잖아요. 그런데 미술은 ‘시간 나면 하는 과목’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미술은 아이의 마음을 다듬는 과목이에요. 정서 발달, 집중력, 창의력... 이 모든 게 미술에서 시작돼요.”
그녀는 미술을 ‘아이의 마음을 표현하는 언어’라고 정의한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과정을 통해 아이가 자신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저는 그걸 옆에서 돕는 조력자이자 동반자일 뿐이에요.”
 ▲ 유소현 원장 © 즐거운 미술교습소 |
실제로 유 원장은 앞으로 아이들뿐 아니라 어르신 대상의 미술 봉사에도 관심이 많다. “노인 미술 자격증도 땄어요. 나중에는 요양원이나 복지관에 나가서 미술로 마음을 나누고 싶어요. 미술은 세대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필요한 치유의 언어거든요.”
유소현 원장이 말하는 ‘즐거움’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다. 아이들이 그림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그 과정 자체를 말한다.
 ▲ 즐거운 미술교습소 입구 © 즐거운 미술교습소 |
그녀의 교습소는 아이들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재료들과의 대화, 마음이 오가는 소통으로 가득하다. 아이들은 서로의 그림을 구경하며 웃고, 유 원장은 그 곁에서 조용히 말을 건넨다. “오늘은 네가 진짜 네 마음을 잘 담았네. 너무 멋지다.”
‘즐거운 미술교습소’의 교실 벽에는 수많은 아이들의 작품이 걸려 있다. 그 그림들 속에는 완벽한 비율이나 기술보다, 각자의 마음과 이야기, 그리고 성장의 흔적이 담겨 있다.
 ▲ 즐거운 미술교습소 외부 전경 © 즐거운 미술교습소 |
그리고 그 모든 색채의 중심에는 언제나 아이들을 향한 유소현 원장의 따뜻한 시선이 있다. 그녀는 오늘도 붓끝으로 아이의 내면을 비추며 말한다.
“미술은 삶의 언어예요. 저는 아이들이 그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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