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의 생존과 문명의 발전에 필수적인 지구 표면의 얇은 흙 한 겹, 즉 표토(Topsoil)가 심각한 속도로 유실되고 있어 전 세계적인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소중한 생명 자원은 우리가 소비하는 식량의 95%를 길러내며, 지구 대기 탄소량의 세 배에 달하는 탄소를 저장하는 거대한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한다. 또한, 지구상 전체 생명체의 약 4분의 1이 이 토양 속에서 복잡한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전례 없는 유실 속도와 전 지구적 훼손 실태
문제의 심각성은 토양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10배에서 최대 100배 더 빠르게 침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매년 수십억 톤에 달하는 표토가 폭우, 바람, 그리고 무분별한 인간 활동으로 인해 지구에서 씻겨 나가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미생물 생태학자이자 전 오바마 행정부 과학 자문이었던 조 헨들스만(Jo Handelsman) 박사는 자신의 저서 《흙이 사라진 세상에서》를 통해 이 위기를 정면으로 다루며 비옥한 흙이 없는 문명은 존립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박사는 토양 붕괴가 농업 시스템의 치명적인 와해로 이어지며, 결국 인류의 식탁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토양 침식의 징후가 명확하게 관찰되고 있다. 보고에 따르면,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의 46%가 이미 심각한 침식 피해를 입었으며, 남아메리카 대륙의 토양 68%가 훼손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남태평양의 일부 화산섬 지역에서는 연간 헥타르당 50톤의 흙이 사라지는 등 침식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과도한 가축 방목, 무분별한 벌목, 그리고 기후 변화로 인한 극심한 폭우가 사막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토양의 핵심 기능: 생명 유지의 다중 필터
헨들스만 박사는 토양이 수행하는 기능을 세 가지 핵심 영역으로 구분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생물학적 기능: 흙은 미생물 군집과 식물이 번성하는 생명의 근원적인 터전이다.
화학적 기능: 토양은 유해 물질을 흡착하고 중화하는 자연적인 필터 역할을 수행한다.
물리적 기능: 물의 흐름과 침투를 정교하게 조절하고, 식물 뿌리를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구조물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토양의 화학적·물리적 기능은 인류의 물 공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지하수 자원의 75%와 인류가 마시는 식수의 절반 이상이 토양을 통과하는 과정을 거쳐 정화된다. 이처럼 토양은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의 천연 정수 필터이자 동시에 최대 탄소 저장고로서, 지구 환경 균형 유지에 절대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고대 종교 경전들에서 인간의 기원을 '흙(아다마)'에서 찾는 기록이 다수 존재하는 것처럼, 흙은 생명의 근원이자 인간의 존재를 잇는 상징적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
재생 농업과 도시의 실천: 위기 극복의 해법
헨들스만 박사는 토양 위기에 맞서 이제라도 흙을 되살리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구체적인 해법으로 재생 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을 제시했다. 재생 농업은 ▲흙을 갈지 않고(무경운) ▲다양한 작물을 윤작(순환 재배)하며 ▲가축 방목을 경작 시스템에 통합하는 방식을 포함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이미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노스다코타주에 위치한 한 목장은 재생 농업 기법을 도입한 후 10년 만에 토양의 유기물 함량을 두 배로 증가시키는 데 성공했다. 유기물이 풍부해진 흙은 물을 더욱 효율적으로 머금게 되어 가뭄에 대한 저항력을 높였으며, 비료 사용량은 감소하는 경제적, 환경적 이득을 동시에 가져왔다.

이러한 흙 재생 노력은 농촌을 넘어 도시로도 확산되고 있다. 뉴욕과 런던 등 대도시에서는 옥상 농장, 버려진 유휴지 활용 농업,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한 퇴비화 운동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는 단순히 여가 활동이 아니라, 훼손된 토양을 되살리고 지역 식량 자립도를 높이는 실질적인 실천으로 간주된다.
우리는 어머니 땅의 소중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구를 살리자는 구호에만 그쳐서는 안되겠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를 살리는 상생관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으며, 흙의 놀라운 재생 능력과 인간의 창의성이 결합한다면 사라져가는 땅을 충분히 되살릴 수 있다. 흙 한 줌에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가 달려 있음을 인식하고, 전 지구적인 협력과 실천을 가속화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