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 단감을 제대로 즐기려면 이제껏 잘라내 버리던 ‘껍질’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농촌진흥청이 국내 주요 산지의 단감을 분석한 결과, 눈 건강과 면역력에 도움을 주는 카로티노이드와 항산화·항염 작용을 하는 플라보노이드가 과육보다 껍질에 훨씬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식량과학원 푸드테크소재과 연구진은 창원·김해·광양·영암·나주 등 전국 단감 주산지 5곳, 56개 농가에서 수확 적기에 딴 단감을 수집해 기능 성분을 비교했다. 단감 시료를 ‘껍질 포함’과 ‘껍질 제거 후 과육만’으로 나눠 100g당 카로티노이드와 플라보노이드 함량을 측정했다.
분석 결과, 껍질을 포함한 단감 100g에는 총 카로티노이드가 1.70mg, 플라보노이드가 0.87mg 들어 있었다. 반면 껍질을 제거한 과육에서는 카로티노이드가 1.04mg만 검출됐고, 플라보노이드는 아예 검출되지 않았다. 카로티노이드 가운데서는 베타-크립토잔틴과 베타-카로틴이 주성분으로, 껍질을 포함했을 때 과육만 먹을 때보다 각각 약 1.5배, 1.8배가량 더 많았다.

카로티노이드는 식물의 노란색·주황색을 내는 색소 성분으로, 일부는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돼 시력 보호와 면역 기능 유지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라보노이드는 식물이 외부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물질로, 사람에게는 활성산소를 줄이고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항산화·항염 효과를 제공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단감 껍질에서 쿼세틴 3-갈락토사이드와 쿼세틴 3-글루코사이드 등 플라보노이드 계열 성분도 다량 확인됐다. 과육에서는 전혀 검출되지 않은 이들 성분이 껍질에서는 각각 g당 수 mg 수준으로 나타나, 기능 성분이 껍질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뒷받침했다.
연구진은 “단감은 달콤한 맛뿐 아니라 눈 건강과 면역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과일”이라며 “특히 껍질에 기능 성분이 몰려 있어 깨끗이 세척한 뒤 껍질째 먹는 것이 영양 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내 학술지인 ‘한국식품영양학회지’ 10월호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다만 껍질째 섭취하려면 세척 과정에 조금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농촌진흥청은 △먼저 꼭지를 제거한 뒤 △깨끗한 수돗물에 약 1분간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표면을 문지르며 씻고 △물기를 닦아낸 뒤 섭취하는 방법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가 제시한 과일 세척 요령과 같은 방식이다.
김진숙 국립식량과학원 푸드테크소재과장은 “국산 단감은 다른 과일과 비교해도 베타-크립토잔틴 함량이 높은 편”이라며 “제철 단감을 간식이나 후식으로 즐길 때 껍질까지 함께 먹으면 항산화 성분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을·초겨울 식탁을 책임지는 대표 제철 과일 단감. 이번 연구 결과는 “껍질이 거칠어 보여도, 잘 씻어 함께 먹는 것이 건강에는 더 이롭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