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방의 그늘 - 우리가 잃어버린 식탁의 온기와 식사 문화의 붕괴
본래 식사는 단순한 생리적 충족이 아니라 사람 사이를 잇는 관계적 행위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식사는 더 이상 ‘식탁’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스크린 앞에서 먹방을 보며 혼밥을 하는 풍경은 낯설지 않고, 초가공식품과 편의점 간편식은 현대인의 시간을 대신 살아주는 선택지가 되었다.
정정희 작가의 《먹방 말고 인증샷 말고 식사》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왜 먹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진다. 먹방 문화를 표면적 현상이 아닌 현대 먹거리 체계의 징후로 파악하며, 식품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음식 윤리의 중요성을 짚어낸다. 성인을 위한 이 책은 청소년 교양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그 분석과 메시지는 오히려 성인에게 더 날카롭게 꽂힌다.
먹방과 쿡방은 대리 만족을 제공하는 매체이자 현대인의 감정 결핍을 채워주는 장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현상은 식사의 본질이 관계의 회복이 아니라 영상 소비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책은 “오늘 뭐 먹었니?”라는 단순한 질문이 더 이상 일상에서 공유되지 않는 현실을 짚으며, 나눠 먹고 정을 나누던 식탁의 온기가 사라진 현상을 진단한다. 화면 속 화려한 음식 이미지가 넘쳐나지만 정작 우리의 식탁에는 돌봄과 소통이 빠져 있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80억 인구를 먹여 살린 식량 생산 체계는 겉보기에 풍요로워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 착취, 플랜테이션 농업, 단일 작물 경작, 가격 경쟁 논리가 자리하고 있다.
책은 이 산업 구조가 만들어낸 초가공식품의 범람을 고발하며, ‘싸고 달고 알기 쉬운 맛’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입맛이 사실은 기업이 설계한 맛임을 보여준다.
세계 어디를 가도 똑같은 맛의 치킨과 빵, 콜라가 존재한다는 것은 문화의 다양성이 아니라 식민지적 맛의 표준화일 수 있다.
식품 회사의 상술과 이윤 중심 시스템이 결국 우리의 건강, 지역 생태계, 농업 종자 권리까지 잠식하고 있음을 책은 구조적으로 분석한다.
비만 문제는 종종 ‘의지 부족’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책은 이 프레임 자체가 식품 산업이 만든 서사라고 비판한다.
단맛과 정제 탄수화물 중심의 저렴한 식품이 대량으로 공급되고, 광고가 이를 ‘건강식’으로 둔갑시키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칼로리 과다 상태에 노출된다.
반면 건강식은 더 비싸고 접근성이 낮아 가난한 사람일수록 비만율이 높아지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
“왜 비만은 가난을 먹고 자라는가?”라는 질문은 산업적, 사회적, 경제적 배경을 아우르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책은 “잘 먹기”가 단순히 건강식이나 다이어트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가 소비자로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외면하는지가 미래 식량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대체육, 배양육, 곤충 식품 같은 미래 먹거리 논의를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선택의 문제로 다루며, 음식 시민으로서 참여하는 태도를 제안한다.
결국 책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의 몸만이 아니라 세계를 바꾸고 있다.
《먹방 말고 인증샷 말고 식사》는 현대의 식사 문화를 비판적으로 들여다보며, 단지 먹방과 가공식품의 유행을 넘어 음식과 인간, 산업과 생태, 소비와 윤리의 관계를 깊이 탐구한다.
먹는다는 것은 곧 살아가는 방식이며, 그 선택은 세계의 미래와 연결된다.
이 책은 단순한 식문화 비평을 넘어, 성인 독자에게 식탁 위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성찰을 제안한다.
지친 일상 속에서 ‘한 끼’의 가치를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이 책은 잊고 있던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말 제대로 먹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