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산업의 폭발적 성장이 새로운 자원을 부상시켰다. 바로 구리(Copper), 전기의 혈관이자 산업의 신경이다. AI, 전기차, 데이터센터, 신재생 에너지 등 21세기 첨단산업의 심장을 구동시키는 금속이 바로 이 구리다.
구리, 새로운 석유(New Oil)로 부상
10월 들어 구리 가격이 1톤당 10,880달러를 기록하며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구리 선물은 10,703.85달러, 연초 대비 21.7%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중 1톤당 15,000달러 돌파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는 역대 최고가(2021년 10,724달러)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AI·데이터센터·전기차의 견조한 수요가 가격 상승을 지탱하고 있다 고 분석했다.
공급 위축-광산이 멈췄다
공급망은 이미 경고음을 내고 있다. 올해 들어 주요 구리 광산에서 잇따라 사고와 가동 중단이 발생했다. DR콩고 카모아-카쿠라 광산, 칠레 엘테니엔테 광산,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 광산, 이들 광산의 생산 차질로 글로벌 재고가 빠르게 소진됐다. LME 구리 재고는2023년 8월 32만 톤 → 2024년 6월 9만 톤대로 급감, 10월 현재 13만 톤 수준으로 소폭 회복됐지만 여전히 평균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수요 폭발-AI와 전기차가 구리를 먹는다
AI 산업의 팽창은 전력망 확충을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2024년 415TWh → 2030년 945TWh로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전력망은 구리로 구성된다. AI 서버, 냉각 시스템, 초고속 통신선, 배터리, 모두 구리를 대량 소모한다. 전기차 한 대에는 약 83kg의 구리가 들어간다. 이는 내연기관차의 3배 수준이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또한 기존 발전소보다 5배 이상 많은 구리를 사용한다. 결국, AI 시대의 가속 = 구리 수요의 가속 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지정학의 변수-구리를 둘러싼 무역 전쟁
미국 정부도 구리의 전략적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구리 수입 조사를 지시했다.
구리는 군사 장비뿐 아니라 AI 산업의 핵심 하드웨어다. 불공정 무역으로 인한 피해를 바로잡겠다.
이는 반도체와 리튬, 희토류에 이어 구리도 국가 안보 전략 자원으로 격상됐음을 의미한다.
금리·AI·투자-자원 시장의 메그니피센트 세븐
연준의 완화 기조와 함께 AI 중심의 기술주 랠리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구리를 산업 성장의 연료로 보기 시작했다.
이른바 메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 엔비디아·테슬라·애플 등 AI 대장주들의 주가 급등이 구리 선물 시장에 투기적 매수세를 불러모았다. 즉, 구리는 더 이상 단순한 금속이 아니라, AI 산업의 파생지표이자 성장 신호로 작동하고 있다.
자원 패권의 전장으로-구리 확보 전쟁이 시작됐다
글로벌 자원 시장은 이제 석유 전쟁에서 구리 전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남미와 아프리카 구리 광산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공급망을 선점했다. 미국과 EU는 도시 광산, 즉 재활용 구리 확보 정책을 강화 중이다. 한국도 순환자원 확보율을 2030년까지 60%로 상향하는 구리 리사이클링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AI 시대는 전기와 데이터로 움직인다. 그리고 그 전기와 데이터의 혈관을 이루는 것은 구리다. 20세기의 피 석유를 21세기엔 구리가 대체할 전망이다. AI 산업의 심장은 구리로 맥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