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의 밤하늘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별빛보다 강하게 빛나는 것이 인공위성의 반사광이다. 미국 스페이스X(SpaceX)가 쏘아 올린 ‘스타링크’ 위성을 비롯해 수천 기의 통신 위성들이 저궤도를 돌며, 인류의 하늘을 거대한 네트워크로 뒤덮고 있다. 현재 운용 중인 인공위성은 약 12,000기, 향후 수년 안에 그 수는 10배 이상, 즉 10만 기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더 이상 어둡지 않은 하늘, 더 이상 조용하지 않은 우주
천문학자들은 하늘의 변화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이제 지구의 밤하늘은 더 이상 어둡지도, 조용하지도 않다. 유엔 산하 평화적 우주 이용 위원회(COPUOS)는 국제천문연맹(IAU)이 제안한 어두운 하늘과 조용한 하늘 보호 결의안(Dark & Quiet Skies) 을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위성의 밝기를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7등급 이하로 제한하고, 전파 간섭을 줄이기 위한 국제적 기준 마련을 권고하고 있다. 현실은 이미 권고 기준 수치를 넘어섰다.
전파 간섭의 경고-천문학의 청각이 막히고 있다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연구는 충격적이다. 호주의 전파망원경이 스타링크 위성 1,800기를 29일간 추적 관측한 결과, 11만 건 이상의 전파 간섭 신호가 탐지됐다. 이 중 일부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보호 주파수로 지정한 영역까지 침범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아직까지 위성 전파 방출에 대한 국제적 기준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위협, ‘우주 거울 위성’의 등장
전파뿐 아니라 빛 자체도 위협으로 떠올랐다. 미국 스타트업 리플렉트 오비털(Reflect Orbital)은 태양빛을 반사하는 우주 거울 위성 프로젝트 를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2026년 시험 위성을 발사해 특정 지역을 보름달보다 밝게 비출 계획을 밝혔으며, 2030년까지 4,000기의 반사 위성을 띄워 야간 태양광 활용 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천문학계는 강하게 반발한다. 전문가들은 인공 조명이 어두운 하늘을 영원히 빼앗을 것 이라며 생태 교란, 야간 천체 관측 불능 등의 부작용을 경고한다.
한국 역시 2023년 국제천문연맹(IAU)의 DQS 우호국(Dark & Quiet Skies Friend Nation)으로 가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천문연구원은 하늘 보호는 인류 공동의 책무 라며 위성 반사광을 줄이는 소재 개발, 전파 간섭 저감 기술 등을 추진 중이다. 국내 천문학자들은 우주 산업의 발전이 천문학의 희생 위에 서서는 안 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별을 잃는 순간, 인류는 우주를 이해할 ‘창문’을 잃게 된다.

위성 기술은 통신과 관측의 혁명을 이끌고 있지만, 동시에 ‘어두운 하늘’의 종말을 불러오고 있다. 지구의 밤하늘은 점점 더 밝아지고, 전파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지속 가능한 우주 이용을 위해선 위성 밝기 기준(7등급 이하) 국제 합의, 전파 방출 관리, ‘우주 거울’ 같은 인공 조명 프로젝트의 규제가 이 시점에서 필수적이다. 하늘은 모든 인류의 공공재이자, 과학의 원천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위성들이 쉴 새 없이 발사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별을 가리는 건 구름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인공위성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