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들림의 미학, 완벽한 리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더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이 문장은 오랫동안 조직의 금과옥조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리더십 연구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놓는다. 감정을 숨기는 리더보다, 감정을 드러내는 리더가 신뢰를 얻는다.2020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감정적 투명성’(Emotional Transparency)이 조직 성과와 직결된다고 발표했다.
위기 상황에서 완벽함을 가장하는 리더보다 불안과 고민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더 강한 결속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흔들림은 약함이 아니라, 리더가 ‘사람’임을 증명하는 순간이다. 리더의 눈빛과 말투 속에서 인간적인 감정이 드러날 때, 구성원은 리더의 명령이 아니라 진심을 따른다.
감정이 리더십의 약점이 아닌 이유
20세기형 리더십은 ‘이성적 판단’과 ‘냉정한 결단’을 이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21세기 조직은 더 이상 군대식 명령 체계로 움직이지 않는다.
감정의 리더십은 공감(Empathy)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단순한 ‘감성적인 위로’가 아니라, 타인의 정서를 읽고 대응하는 능력이다.
미국 심리학자 다니엘 골먼은 이를 ‘감성지능(EQ)’이라 정의하며, IQ보다 EQ가 높은 리더가 팀의 몰입도를 3배 이상 높인다고 밝혔다.
즉, 리더가 구성원의 감정 변화를 읽고, 그 감정에 대응하는 방식이 리더십의 질을 결정한다. “기분 좋은 리더 아래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말은 단순한 미담이 아니라, 데이터로 증명된 사실이다.
리더의 눈물, 팀의 신뢰를 만든다
한 CEO의 이야기를 보자.
2022년 한 글로벌 IT 기업의 대표는 대규모 구조조정 발표 자리에서 “나도 두렵다”고 고백하며 눈물을 흘렸다. 언론은 ‘리더의 약함’이라 비판했지만, 직원들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그날 이후, 직원들의 자발적 퇴사율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감정적 진정성’(Emotional Authenticity) 효과라 한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솔직히 표현할 때, 상대방은 리더를 신뢰하게 된다.
결국, 리더의 흔들림은 구성원에게 “이 사람은 우리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신호로 작용한다.
냉철한 판단은 리더의 뇌에서 나오지만, 진정한 신뢰는 리더의 심장에서 나온다.
‘인간적인 리더십’이 조직을 살린다
감정의 리더십은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을 경영하는 능력이다.
리더가 모든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면 혼란을 낳지만, 감정을 완전히 숨기면 신뢰를 잃는다.
진정한 리더십은 그 균형의 예술이다.
조직 심리학자 애이미 에드먼슨은 이를 ‘심리적 안전감’이라 불렀다. 구성원이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조직은 혁신성과 협력성이 높다고 했다.
즉, 리더가 감정을 솔직히 드러낼 때, 구성원도 자신의 불안과 실수를 숨기지 않게 된다. 그 투명성이 조직을 단단하게 만든다.
흔들릴 줄 아는 리더가 결국 흔들리지 않는 조직을 만든다.

리더는 흔들려야 한다. 그러나 아무 때나 흔들려서는 안 된다.
리더의 감정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조직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공유된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리더는 감정을 통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통해 신뢰를 창조하는 사람이다.
완벽한 리더보다, 인간적인 리더가 더 오래간다.
오늘 당신이 이 글을 읽는 리더라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내 감정을 솔직히 드러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