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에 마음을 입히다
— 『두근두근 수학 공감』이 던지는 창의 인성의 메시지
수학은 늘 ‘정답이 있는 학문’으로 여겨져 왔다. 논리와 증명, 계산과 정밀함으로 대표되는 이 세계에서 ‘감성’은 오래도록 배제되어 왔다. 그러나 권오남 교수팀의 『두근두근 수학 공감』은 바로 그 차가운 수학의 틈새에 ‘인간의 온기’를 불어넣는다.
이 책은 서울대 수학교육과 권오남 교수가 주도한 국내 최초 ‘창의 인성 수학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저자들은 “수학을 잘하는 법”보다 “수학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이해하는 법”을 묻는다. 공식보다 마음을, 문제풀이보다 사고의 과정을 중시하는 새로운 수학교육의 선언이라 할 만하다.
책의 전반부(1부 ‘수학적 문제 해결’)는 수학을 도구가 아닌 ‘사유의 언어’로 바라본다.
“넌 문제 해결자? 난 문제 출제자!”라는 장 제목이 상징하듯, 수학적 사고란 단순히 정답을 구하는 활동이 아니라 ‘문제를 재구성하고 질문을 새로이 만드는 창조적 행위’로 재정의된다.
이러한 접근은 아이들에게만이 아니라, 성인 독자들에게도 통찰을 준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얼마나 자주 ‘주어진 문제’에만 매달리고, ‘문제를 새로 묻는 용기’를 잃고 살아가는가? 이 책은 수학을 빌려 묻는다. “당신은 스스로의 삶에 어떤 문제를 만들어 보고 있는가?”
2부 ‘수학적 의사소통’은 수학을 언어의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정의하기’는 단지 개념의 구분이 아니라, 세계를 재구성하는 행위다.
수학이 언어가 될 때, 세상은 더 정밀하게 보이고, 동시에 더 다정하게 다가온다. 책 속 예시처럼, “정육면체와 구의 차이를 이야기로 꾸며 이해하기” 같은 활동은, 개념을 이해의 관계망 속에서 살게 만드는 일이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수학적 감수성’이란 바로 이러한 인식의 전환에서 비롯된다.
3부 ‘수학적 추론’은 그동안 우리가 놓쳤던 수학의 본질을 복원한다. 논리적 사고가 감성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수성이 풍부할수록 논리적 사고도 깊어진다는 역설적인 통찰이다.
권오남 교수팀은 창의성의 구성요소(유창성, 상상력, 역발상 등)와 인성 요소(배려, 인내, 협동 등)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수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학은 단지 지적 훈련이 아니라 ‘삶을 연습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교양서로 기획되었지만, 성인 독자에게는 오히려 ‘잊고 있던 사유의 근육’을 깨우는 철학서에 가깝다.
우리는 종종 수학을 ‘끝낸 과목’으로 여기지만, 사실 그것은 여전히 우리 일상의 논리, 판단, 감정의 이면에서 작동하고 있다.
『두근두근 수학 공감』은 그 숨은 수학의 언어를 다시 감각하게 한다.
나태주 시인의 구절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수학도 그렇다.”
성인 독자에게 이 책은 ‘공식의 복습’이 아니라 ‘사유의 회복’을 제안한다.
삶의 복잡한 문제를 풀기 전에, 문제의 본질을 어떻게 정의하고 바라볼 것인가 — 그것이야말로 진짜 수학적 사고의 시작임을 일깨운다.
『두근두근 수학 공감』은 수학을 인간화하고, 교육을 예술로 확장하는 시도다.
수학은 정답을 찾는 학문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그것은 숫자와 기호의 언어를 넘어, 인간의 내면과 사회를 꿰뚫는 지혜의 언어다.
권오남 교수팀의 시도는 수학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공감의 수학’, 즉 이해와 배려, 탐구와 감동이 만나는 인간의 언어로서의 수학을 제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