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CKD) 환자가 최근 10년 사이 두 배 가까이 급증했지만,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은 여전히 부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장 기능이 저하돼 체내 노폐물과 수분을 걸러내지 못하는 이 질환은, 방치할 경우 투석이나 이식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말기 신부전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국가가 직접 나서서 관리해야 할 시점 이라고 경고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대한신장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만성 콩팥병 환자는 2015년 17만여 명에서 2024년 34만 6천여 명으로 103% 급증했다. 같은 기간 투석 환자도 6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늘었으며, 인구 100만 명당 말기 신부전 환자는 2,608명으로 대만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진료비 또한 가파르게 증가해 2023년 2조 6,671억 원, 지난해에는 2조 8,300억 원을 넘어섰다. 대한신장학회는 향후 10년 내 투석 관련 진료비가 6조 원에 달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생존 격차’다. 말기 신부전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2%로, 암 환자 평균(70.97%)보다 낮다. 신장 이식 대기자 3만 5,700여 명 중 하루 평균 6.8명이 순서를 기다리다 사망하고 있으며, 평균 대기 기간은 무려 7년 7개월에 달한다. 서울대병원 등 24개 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초기 환자가 투석까지 10년이 걸리는 반면, 4기 환자는 4년, 5기 환자는 불과 1년 남짓밖에 버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의 정신적·경제적 부담도 크다. 아주대병원 연구 결과, 말기 신부전 환자의 28.3%가 우울·불안을 겪으며, 주 3회 이상 투석 치료에 묶여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투석 치료비뿐 아니라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하락, 노동력 상실 등 사회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처음으로 신장 질환을 비감염성 질환 관리 결의안에 포함시키며, 2050년에는 세계 5대 사망 원인 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암이나 심혈관질환처럼 법적 관리 체계나 국가 계획이 없다.
국민 7~8명 중 1명이 만성 콩팥병을 앓고 있지만, 10명 중 9명은 자신의 질환을 인지하지 못하고있다. 국가 차원의 조기 발견, 예방, 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조기 검진 확대, 고혈압·당뇨 등 위험 인자 관리, 그리고 투석·이식 환자에 대한 사회적 지원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만성 콩팥병, 국가가 나서야 할 공중보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